“장기기증은 꺼져가는 생명 살리는 성스러운 일”
  • 부산경남취재본부 변미라 기자 (sisa527@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4 15: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강치영 (사)한국장기기증협회 회장 “전문 인력양성‧홍보관 설립해야”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가장 성스러운 일이 바로 장기기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무관심과 정부의 예산 삭감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습니다.” 

(사)한국장기기증협회 강치영 회장은 “국내 장기기증운동이 시작된 지 30년, 법률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국민들의 인식은 그대로다. 무엇보다 장기이식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개인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국민들의 관심과 정부, 제도, 민간학회, 기업 등이 함께하는 거버넌스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사)한국장기기증협회 강치영 회장이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가장 성스러운 일이 바로 장기기증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한국장기기증협회
(사)한국장기기증협회 강치영 회장이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가장 성스러운 일이 바로 장기기증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한국장기기증협회

강 회장은 이어 “유럽의 장기이식기구 E.T의 핵심국가인 스페인처럼 장기기증과 이식에 관한 전문 인력양성과 홍보관을 설립해 아시아 장기이식 네트워크기구의 메카로 거듭나야 한다”며 “미국의 신년행사인 로즈 퍼레이드(Rose Parade)처럼 장기기증자 및 가족들의 고귀한 사랑을 기리고 예우가 국가유공자 및 의 사상자에 준하는 법적인 절차를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기증법 제정 20년…정부예산·기증자 10%미만 그쳐

장기기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0년이 됐지만 정부의 예산지원과 장기기증자가 모두 10% 미만에 그쳐 ‘생명나눔’에 대한 인식 재고가 시급하다고도 지적했다.  강 회장은 “뇌사자 한 명이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지만, 해마다 6000~7000명이 넘는 뇌사자가 발생해도 실천이 되지 못한다”며 “2016년 573명, 2017년 515명, 2018년 449명, 올해 기증자수는 213명에 거쳐 기증자 수는 500명도 채 되지 않아 10%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의 경우, 인구 100만 명 기준으로 스페인 39.9명, 벨기에 32.4명, 미국 28.5명인데 한국은 고작 8.8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는 “뇌사 기증 환자를 통해 실낱같은 장기이식 희망을 가지고 있다가 이식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환자가 하루에 5.2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장기기증 활성을 위해 연간 150억~200여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최근 3년의 장기기증 정부예산은 2017년, 2018년 16억3500만원, 2019년 14억5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그러면서 “장기기증과 기증자 예우에 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장기기증 선진국의 사례와 제도적인 보완과 중앙정부의 예산을 효율화해 범국민적 장기기증 거브넌스 시스템을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장기기증학회가 도시와 공간에 의뢰해 부산시민의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설문 조사 결과 장기기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해마다 뇌사자 장기기증의 감소 이유에 대해 ‘의료기관 및 정부와 관리기관의 실수와 무관심, 정책 실패’가 75%, ‘언론과 관련 민간단체의 의지 부족’ 25% 등으로 조사됐다.

또 뇌사 등 장기기증 서약자의 장기기증 서약 정보 공유시스템 미작동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국회, 정부의 무관심’이 73.4%로 압도적이며, ‘병원 등 관련 단체의 의지 부족’이 26.6%로 나타났다. 선진국에 비해 장기기증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인식의 부족’이 71%, ‘홍보 부족’ 12%, ‘종교적 이유’가 각각 5.6%로 나타났다.

강 회장은 이와 관련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소중한 생명이 죽어가는 일은 없어야 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선 전 국민의 많은 관심과 동참이 더욱더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살아 있을 때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으면 가족들이 반대해도 가능하고 또 건강할 때 기증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강 회장의 시각이다. 

(사)한국장기기증협회(회장 강치영)와 세일병원(대표원장 전철우)은 지난 9월 세일병원에서 ‘생명 나눔 장기기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한국장기기증협회
(사)한국장기기증협회(회장 강치영)와 세일병원(대표원장 전철우)은 지난 9월 세일병원에서 ‘생명 나눔 장기기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한국장기기증협회

강치영 회장, 의료 봉사 30년…340명 살린 장기기증의 산증인 

무엇보다도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연간 150~2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2018년 16억 5500만 원에 비해 2019년 14억 5000만 원으로 쥐꼬리만 한 예산이 더 줄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마이너스 행정을 펼치는데 어떻게 장기기증이 활성화 될 수 있느냐며 안타까움을 토로 했으며 정부의 관심과 활성화를 위한 좀 더 풍부한 예산반영을 촉구하고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생명 나눔 확산이 더욱더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장기기증과 기증자 예우에 관한 전수조사를 통해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제도적 보완과 중앙정부의 예산을 효율화해 범국민적 장기기증 거버넌스 시스템을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우리나라 장기기증의 불모지였던 1992년, 가난하고 병든 사회약자들을 위해 인술을 펼친 장기려 박사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해 (재)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설립한 뒤 20여년을 봉사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00년엔 사비를 틀어 사랑의 인공신장실 설립해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불우 만성신부전 환우들에게 병원을 설립해 무료혈액투석, 치료 및 재활사업을 펼쳤다. 현재까지 40만 여회(100억 상당) 어려운 환우들이 그의 혜택을 받았다. 

또한, 2008년엔 사랑의 쉼터 설립해 오갈 때 없는 만성신부전, 2급 지적장애인 환우들을 위한 무료숙식제공으로 장애인들의 인권,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2010년엔 사랑의 나눔재단, 생명나눔 비젼센터 의료법인 사랑나눔재단 무상기부하기도 했다. 2011년 사)한국장기기증협회 설립해 장기기증으로 무려 340명을 살리는데 초석이 됐으며 시신기증운동으로 국내 의학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강 회장은 나눔 가치 확산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각 분야 53명의 박사와 각계각층 전문가들과 함께 2015년 세계최초 한국장기기증학회 설립해 생명나눔 학술심포지엄도 개최해 오고 있다. 저서로 ≪다시 사는 세상 함께 나누는 생명≫, ≪장기기증의 사회와 거버넌스에 관한 연구≫ ≪장기기증의 인식과 활성화를 위하여≫ 등 5편의 학술논문을 저술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