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카드’ 꺼낸 황교안의 손익계산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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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 3인 한 목소리로 비판…한국당 내부에도 '우려감' 팽배

“보수당이 '올드'해지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

11월5일 익명을 요구한 자유한국당 한 3선 의원은 한국당 영입대상에서 보류된 박찬주 전 육군대장과 관련해 “황교안 대표의 노림수가 역효과를 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영입 1순위’ 후보로 꼽혔던 박 전 대장이 ‘공관병 갑질’, ‘삼청교육대 발언’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한국당 내부에서도 황 대표 리더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사저널과 만난 정치 전문가들 역시 한 목소리로 “한국당의 ‘박찬주 카드’는 득보다 실이 컸다”고 진단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영입 추진 보류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영입 추진 보류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전반기 소상공인 정책평가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장이 영입 명단에서 배제됐나'라는 질문에 "국민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그간 박 전 대장 영입 강행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전날 박 전 대장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갑질 의혹을 제기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게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며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자, 사실상 영입 계획을 접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당의 ‘박찬주 카드’가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결집 효과보다는 ‘중도층 이탈’만 부추기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결과적으로 (박 전 대장 영입 시도가) 마이너스가 됐다. 분명 독이 될 것”이라며 “(박 전 대장의 발언은) 전형적인 전근대적 군 지휘자의 모습이다. 2030세대들이 ‘꼰대’라고 비판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내부 지지층의 수구성만 강화시켰을 뿐, 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인사”라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래 세대’의 실망을 낳은 게, 한국당에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박 전 대장 영입은 양면성이 있다. 젊은 세대의 표를 잃는 대신 50대 이상 지지층에 결집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단기적으로만 보면 잃은 것만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당에) 손해가 될 수 있다. 박 전 장군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된 젊은 세대가 향후 20년 이상 정치권의 핵심 투표층이 될 수 있는데, 이들이 과연 한국당을 지지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세대를 떠나 구설이 많이 나오는 인물은 (선거에서) 선택받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홍국 정치평론가(경기대 겸임교수)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놨다. 지지하는 당이 없는 ‘무당파’를 끌어 안아야할 시기에, 한국당이 자충수를 뒀다는 것이다. 그는 “(박 전 대장 영입이) 한국당에 득은 되지 않을 거다. 박 전 대장의 공관병 논란은 젊음을 헌신한 장병들에게 아주 강한 반감을 갖게 할 수 있다”며 “(한국당이) 박 전 대장에게 기대한 것은 강직하고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군 출신 인사의 이미지였을텐데 도리어 삼청교육대 논란 등으로 중도층과 젊은층의 이탈만 낳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보수 결집만으로는 힘들다. 예상을 벗어나는 참신한 인사를 영입해야지, (박 전 대장을) 끌고가다가는 당내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세어나온다. 여당을 넘어 한국당 내부에서도 박 전 대장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황교안 대표는 왜 구시대 인사를 1호로 영입하고자 했는지, (박 전 사령관의) 삼청교육대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라"며 "박 전 사령관의 생각과 황 대표의 생각이 같은지 거듭 해명을 요구한다. 황 대표는 국민의 우려에 직접 나서 소상히 대답하라"고 밝혔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한국당은 공관병 갑질을 갑질로 인식하지 못하고, 병사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을 비판한 사람에게 삼청교육대 운운하는 인권 감수성 제로·역사의식 제로인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꼭 영입하길 바란다”며 “삼청교육대는 전두환 군부 시절 인권 유린의 상징으로 있어서는 안 될 역사였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장 영입 논란에 대해 "내가 답할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국민 공감 능력이 떨어지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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