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獨 교류 거울삼아 한일 갈등 해결해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0 10:0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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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된 지 넉 달째. 막혔던 하늘길과 바닷길은 다시 열릴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항공사들은 일본행 노선을 대폭 줄였고, 여객터미널을 이용하던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한국 관광객들은 일본 대신 국내나 동남아 여행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렇게 한·일 갈등은 유례없이 장기화되는 중이다.

문제는 관광산업이 국제적 교류 산업이라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을 잇는 인프라들이 속속 닫히는 가운데, 한국 관광산업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연 ‘일본 여행 보이콧’은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나아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그 답을 우리나라 대표 관광전문가이자 차기 관광학회 회장인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에게 들어봤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한국의 ‘관광 보이콧’이 일본 관광산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 측은 두 가지를 잘못 생각했다. 첫째, 한국 관광객들의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봤다. 그러나 감정적 변수는 다른 상황적 변수보다 컸다.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던 방일관광객은 올해 58%나 감소했다. 두 번째, 한국 관광객이 일본 여행을 거부 하더라도 다른 나라 관광객을 더 유치하면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 관광객의 일본 내 비율은 약 24%를 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삿포로, 후쿠오카, 대마도 등 지역별로 50~90%를 한국 관광객에 의존하던 곳들에서는 영향이 매우 컸다. 일본이 예측했던 것보다 한국 관광객의 여행 보이콧 영향이 크게 나타나면서 일본의 지역 관광과 산업이 무너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관광 보이콧이 일본 정부에 타격을 입혔다는 것인가.

“그렇다. 일부 지역은 일본 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했고,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회복되더라도 이 감정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고, 완전히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드 사태 이후 1년7개월이 지났지만 중국과의 관광 교류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인 방한 시장도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한국 관광산업에는 타격이 없었나.

“지금 당장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방한 일본 관광객 수는 침체상태였고, 오히려 작년부터 회복되고 있는 추세였다. 그래서 지금은 심각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결국 관광 교류는 양방향이다. 어느 한쪽만의 전적인 손해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반적인 교류가 줄어들면, 한국에 오는 일본 관광객도 이런 영향을 받게 된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 사람들의 여행 보이콧이 이슈로 전달되면서 한국 여행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일부 일본 언론의 과장된 보도로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에는 한국에 유리한 뉴스만 알려지는 측면도 있다. 관광산업 측면에서 일본 관광객 감소로 우리 지자체나 기업 등이 겪는 어려움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우리 관광객이 일본에 갈 때, 대체로 우리나라 여행사, 우리나라 항공을 이용하는 경향이 높다.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이 지속되면 우리 관광산업과 항공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동안 한국인들에게 매력적이었던 일본을 대체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다만, 베트남과 대만으로 가는 비율이 높아지기는 했다. 홍콩도 대안이 될 수 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사회불안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해 가지 않는다. 일본을 대체할 해외시장이 넓지 않은 편이다.”

 

한·일 두 나라를 연결하는 항공편은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항공편 감소가 향후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국가 간 항공편은 매우 중요하다. 항공노선은 관광 시스템 중 하나로, 기초가 되는 교통 기반이다. 기반이 없다면 이동은 가능하지 않다. 특히, 항공노선은 관련 허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중단되는 경우, 항공노선을 다시 복구하는 데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항공노선 하나가 폐쇄된다면 그것은 그 지역 간 교류 자체가 중단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일부 LCC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가격 인하나 덤핑 등으로 인해 수익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부분은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나.

“정부가 어느 정도 LCC 등 항공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항공사의 개별 잘못이나 경영의 잘못이 아니라, 외부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풀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직접 지원 방식은 아니더라도 융자를 한다든가,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지원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는 지방 공항을 활성화시킨다든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 지원 등이 필요하다.”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 등 대안 시장을 통해 한국 관광시장의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고 보나.

“올해 아마 2017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 한국 관광은 2500만이라는 양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충분히 노력하면 가능한 수치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시장을 가져야 한다. 국제관광을 보면, 가까운 나라 사이의 교류가 가장 많다. 따라서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일정 비율의 방한관광객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중국과 일본 관광시장이 전체 관광시장의 20% 정도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권여당은 당시 ‘국내관광 활성화’를 말했다. 일본 여행에 대한 수요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것인데, 가시적인 성과는 드러나지 않아 보인다.

“초기에 집권여당이 일본 여행 거부를 국내관광으로 전환하자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가, 관광업계로부터 ‘관광을 그렇게 인식하면 안 된다’는 비판을 받은 이후부터는 방향을 비교적 잘 잡았다. 정치적 차원에서 국수적 운동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책을 전환한 것 같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여행 계획이 있던 국민 69.3%가 일본 여행을 취소하거나 목적지를 변경했고, 그중 43.8%가 국내여행으로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국내관광은 늘었다. 다만 관광은 앞에서 얘기했듯 양쪽 교류에 기반한 것이다. 여당에서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니 국민을 믿고, 정부와 여당은 더 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관광 선진국으로서 홀로서기를 할 방안을 갖추려면.

“정부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먼저 관광 현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제화와 개방화가 중요하다. 이것의 대표 지표가 ‘관광’ 양과 수준이다. 해외를 여행하는 한국인이 많아지고, 내부에서는 외래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는 배려와 환대를 잘 갖추고, 다른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 곧 국제화와 개방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관광은 행복산업이라고 인식을 해야 한다. 한국을 여행함으로써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한국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이것이 산업이 돼 국가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더불어 관광의 감동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관광은 어떤 산업보다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다. 세 번째, 관광 정책은 부처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관광 현상은 매우 복합적으로 연계돼 있어, 여러 부처의 협력과 조화를 통해서만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 직속 관광위원회와 같은 상설기구를 구성해 국토부와 문화부, 기재부 등 관광과 연계된 모든 부처들의 정책 조율과 협력관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일 관계로 비롯된 ‘보이콧’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 보나. 갈등을 해결할 방안은.

“일본과의 관계는 빠른 시일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을 포함해 한·중·일 관계는 관광뿐만 아니라 남북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에도 꼭 필요하다. 따라서 관계를 긴밀하게, 협력적으로 만드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동북아에서 세 국가는 관광을 비롯해 경제·정치·문화 협력을 해야 하고, 이는 모두의 공생공존을 위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일본과의 인적 관계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프랑스와 독일은 1963년 ‘엘리제 협약’을 통해 ‘불·독 청년사무소’를 만들어 연평균 20만 명 이상의 청소년을 교류시켰다. 서로 상대국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양국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본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사례를 거울삼아, ‘친구 맺기’를 확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교류 확산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노력을 하는 것이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유일한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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