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어야 생존하는 솔루션 관찰카메라의 딜레마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6 12:0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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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카메라가 막장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갖게 된 이유

카메라를 통해 누군가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보는 예능 관찰카메라가 언젠가부터 전문가의 솔루션을 더하게 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패턴이 있다. 그것은 이른바 ‘빌런’으로 불리는 뒷목 잡는 캐릭터와 이를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의 스토리텔링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가파른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게 된 전기는 포방터 시장이었다. 본래 인적이 뜸해진 골목의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로 만들어졌고, 그래서 그 골목의 식당들을 찾아가 일련의 솔루션을 제공해 실제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애초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가진 주된 스토리텔링이었다.

하지만 포방터 시장편은 여기에 새로운 스토리가 하나 더 얹어졌다. 그것은 요리 레시피나 가게 운영의 노하우를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공하던 방식에서 가게 주인의 인성과 태도를 바꾸는 스토리다.

그곳의 홍탁집 사장이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만드는 빌런으로 등장하고, 백종원의 호통과 훈계 속에 ‘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왔다. 사실 그건 막장드라마에서 많이 등장하는 뒷목 잡게 하는 악역과 그에 대한 응징 그리고 개과천선이라는 스토리의 현실판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그건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라는 점에서 훨씬 더 자극적이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빌런’과 함께 성장한 《백종원의 골목식당》

물론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빌런과 함께 ‘저런 사람들은 잘되어야 해’라고 생각할 법한 성실하게 준비된 인물들도 동시에 등장시켰다. 프로그램이 한쪽으로 쏠리는 걸 막기 위한 것이고, 당근과 채찍이라는 양면의 스토리가 갖는 즐거움과 불편함을 적절한 균형을 맞춰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포방터 시장의 돈가스집은 홍탁집과 정반대 위치에서 거의 ‘돈가스의 신’이거나 ‘성실함의 대명사’, 게다가 ‘손님만을 늘 생각하는 사장’의 표상처럼 그려졌다. 그 즐거움과 불편함의 조화가 결국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관찰카메라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불편한 빌런들이 등장할 때마다 시청자들의 비판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화제성과 시청률은 동반 상승했다. 심지어 그 불편함 때문에 프로그램이 왜 그런 가게를 섭외했는가에 대한 비판 또한 쏟아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이유로 조금 착한(?) 가게들을 섭외하면 여지없이 시청률과 화제성은 빠진다는 것이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갖는 딜레마를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갖게 됐다.

이런 사정은 MBC가 파일럿 프로그램만으로 엄청난 화제를 끌었던 《공부가 머니?》에서도 똑같이 벌어진 일이다. 공부에 대한 어떤 솔루션을 전문가들이 나와 제시하겠다는 이 프로그램은 돈이 공부의 관건이 아니라는 걸 취지로 삼았지만, 파일럿이 나가고 결국은 ‘사교육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연예인의 자녀가 관찰카메라로 보여지고, 그 영상들을 통해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 과정 속에서, 아이의 공부를 과도하게 강요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질타받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솔루션이 진정한 공부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좀 더 입시에 맞춰진 것이란 점에서 그 자체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그런 총체적인 사교육 솔루션을 다른 이들도 아닌 연예인들이 그 자녀들을 위해 받는 걸 보여준다는 건 어딘지 저들만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었다. 시청자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파일럿의 엄청난 화제성 때문에 당연히 정규방송이 돼 돌아온 《공부가 머니?》는 그 많은 비판들을 수용해 새로운 면을 보여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단지 사교육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이의 다양한 진로에 맞춰진 교육 솔루션을 제공하고, 또 연예인만이 아닌 일반인 또한 찾아가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비판은 파일럿 때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줄어든 비판만큼 시청률과 화제성도 뚝 떨어졌다. 파일럿 때 4%를 넘었던 시청률은 2.5%까지 추락했다.

사실 사교육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예민한 반응은 JTBC 《SKY캐슬》 신드롬을 통해서도 보여진 바 있다. 저들만의 특별한 사교육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하면서도 동시에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겹쳐지며 생겨난 신드롬이다. 《공부가 머니?》의 딜레마는 바로 이런 양면적인 감정의 공존에서 비롯된다. 궁금증을 자극하면 불편하지만 시청률이 오른다. 하지만 그래서 불편함을 제거하면 관심 밖으로 멀어진다.

솔루션을 제공하는 관찰카메라는 결국 전문가가 개입한다. 그 영역은 어찌 보면 사적인 영역일 수 있어 전문가의 개입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만들어낸다. 어떤 사람의 일상과 삶, 비즈니스가 대상이 되고, 거기에 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자극 또한 클 수밖에 없다.

MBC 《공부가 머니?》의 한 장면 ⓒ MBC
MBC 《공부가 머니?》의 한 장면 ⓒ MBC

사적 문제의 일반화는 가능한가

이런 방식은 이미 교육 분야에서는 일찍부터 활용돼 왔던 것들이다. 아이의 어떤 행동들을 교정하거나 그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관찰카메라를 이용하고 그걸 통해 전문가가 부모에게 제시하는 솔루션은 그 자체로 유용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면서 이제 그 분야가 더 넓게 확장되고 있다. 가게 운영을 들여다보고 또 가족 간의 갈등을 조정하며 아이의 학습을 구체적으로 교정하는 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영역 확장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여기서 들여다봐야 할 것은 사적인 문제들의 일반화가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물론 어떤 문제들이 있을 때 개개인이 전문가를 찾아가 맞춤형 솔루션을 받는 것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중요한 건 솔루션 관찰카메라는 이를 공공의 시선 앞에 노출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대중들의 다양한 시각과 욕망들이 투영된다. 그건 어쩌면 지극히 사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이렇게 노출되는 순간 마치 공공의 문제인 양 일반화된다. 방송의 특성상 개별적 사정들은 잘 드러나지 않기 마련이다. 결국 방송된 분량을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재단한다.

방송은 이런 시청자들의 일반화와 개입을 통해 화제성과 시청률을 얻어가지만, 그것이 과연 거기 등장하는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온당할까. 스스로 빌런이 되어 버리는 그 상황을 그 누가 좋아할 것인가. 하지만 당장의 생계와 욕망은 그런 상황마저 감수하게 만드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것이 악역으로 오인받는다고 해도 솔루션 관찰카메라에 기꺼이 나오는 이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씁쓸함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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