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화웨이 대륙 위 ‘진검승부’
  • 변소인 시사저널e 기자 (byline@sisajournal-e.com)
  • 승인 2019.11.20 14:0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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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폴드 vs 메이트X로 폴더블폰 자존심 싸움…접는 방식 검증의 장 될 듯

폴더블 스마트폰(이하 폴더블폰) 시대가 개막했다. 폴더블폰은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휴대폰이다. 디스플레이를 접어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고 넓게 펼치면 태블릿으로도 쓸 수 있다. 스마트폰 점유율 상위 5개사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를 출시했다. 이어 중국 화웨이가 11월15일 메이트X를 자국 시장에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더군다나 갤럭시폴드는 안쪽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을, 메이트X는 밖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평가에 따라 향후 폴더블폰 형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 연합뉴스

인폴딩 vs 아웃폴딩…접히는 방향부터 경쟁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폴더블폰 개발을 시도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지난 2016년 6월 레노버가 ‘시플러스’와 접히는 태블릿 PC인 ‘폴리오’ 시제품을 공개했지만 한계도 있었다. 폴더블폰은 접히면서도 여러 번 접었다 펴도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 때문에 개발이 어려웠고 양산은 더욱 어려웠다.

세계 첫 폴더블 스마트폰은 로욜이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스타트업 로욜이 세계 최초 폴더블폰인 ‘플렉스파이’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주문받은 만큼만 생산할 정도로 수량이 적었다.

대량생산 능력을 갖춘 폴더블폰은 올해 처음 나왔다. 지난 2월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통신 산업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에서 갤럭시폴드와 메이트X가 한자리에서 공개돼 큰 관심을 모았다. TCL, 에너자이저, 로욜 등도 이 전시회에서 폴더블폰을 선보였지만 완성도와 양산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제품은 역시 갤럭시폴드와 메이트X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트X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화웨이가 제재를 받으면서 구글 관련 서비스 탑재가 어려워졌다. 글로벌 출시 역시 무산됐다”며 “현재 중국에서만 판매가 가능한 만큼 삼성전자와의 대결 구도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포문은 삼성전자가 먼저 열었다. 삼성전자는 11월8일 중국에서 갤럭시폴드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중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은 자사 온라인 매장에서 갤럭시폴드가 단 2초 만에 매진됐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어 11일 2차 판매에서도 준비된 수량이 40여분 만에 동났다. 삼성전자가 2차 판매 물량을 1차 대비 늘렸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했다. 11월15일 메이트X가 중국에서 출시되며 본격적으로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중국에서 출시된 갤럭시폴드의 LTE 모델 가격은 1만5999위안(약 265만원)인 데 반해, 메이트X는 1만6999위안(약 281만원)이다. 갤럭시폴드가 메이트X보다 1000위안(약 16만원) 더 싸다. 무게 역시 갤럭시폴드 263g, 메이트X 295g으로 갤럭시폴드가 32g 더 가볍다. 반면 메이트X의 펼친 화면은 8인치, 갤럭시폴드는 7.3인치로 메이트X의 펼친 화면이 더 크다. 접은 화면은 메이트X 6.6인치, 갤럭시폴드 4.6인치다.

삼성전자는 11월19일 중국 차이나텔레콤과 함께 갤럭시폴드 5G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차이나텔레콤과 함께 ‘심계천하’(높은 사람이 천하를 걱정한다)를 별칭으로 한 프리미엄 휴대폰 W시리즈를 출시해 왔다. 이번에는 갤럭시폴드 고가 라인을 준비해 심계천하 시리즈 라인에 추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절치부심에도 시장점유율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갤럭시폴드를 선제적으로 중국 시장에 선보인다는 의미가 있을 뿐, 중국 내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갤럭시폴드 물량이 워낙 적은 데다 일부 상위 타깃이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중국은 애국 마케팅까지 있어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갤럭시폴드 생산능력은 월 10만 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갤럭시폴드가 갤럭시S나 노트 구매로 이어지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중국만의 생태계 앱이 잘 구축돼 있는 만큼 거기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갤럭시폴드를 구매한 이들 가운데 일반인이 별로 없는 데다 중국은 사실 중저가 시장이기 때문에 크게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자로 꼽히는 화웨이의 ‘메이트X’를 소비자가 유심히 보고 있다. ⓒ연합뉴스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자로 꼽히는 화웨이의 ‘메이트X’를 소비자가 유심히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 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회복하나

갤럭시폴드가 1% 미만으로 떨어진 삼성전자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은 있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판매 수량 측면에서 두 제품 간 비교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두 제품 모두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차세대 스마트폰 기술 주도라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더 큰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갤럭시폴드로 상당한 수준의 변화 트리거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접는 방식이 확연히 다른 두 제품이 함께 판매되면서 각 방식에 대한 사용자 검증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웃폴딩은 외부에 노출이 많이 되기 때문에 이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 케이스를 씌워놓고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아주 두꺼워진다”며 “갤럭시폴드의 경우 외부에 별도 디스플레이가 있어 메시지, 전화 알람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아웃폴딩의 경우 실사용 측면에서는 케이스 때문에 불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용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폴드를 출시하기 전 인폴딩과 아웃폴딩 방식을 모두 고민했다”며 “화웨이가 아웃폴딩 방식을 채택해 양산 테스트를 함께 해 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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