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의 현장을 가다] ‘어공’ 靑참모들, ‘어의’까지 노린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9 10:0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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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청와대 전‧현직 50여 명 총선전 뛰어들어…‘이익만 얻으려 한다’는 비판도
‘임종석 전 비서실장 불출마’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도

 21대 총선이 약 1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시사저널은 이번 호부터 총선을 준비하는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과 각 지역구의 현황 등을 분석하는 ‘총선, 격전의 현장을 가다’ 기획연재를 마련했다. 내년 총선 전까지 5개월간 현장취재를 통해 선거를 바라보는 민심의 흐름을 보도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를 목표로 하는 더불어민주당에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처럼 정치권에 몸담았던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가 새 얼굴이어서 ‘개혁공천’을 표방하는 여권엔 나쁘지 않은 카드다. 청와대 1기 참모진은 올 1월 교체기 때 대거 물러났다. 상당수가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이들은 청와대를 나온 직후 민주당에 들어갔고, 현재 공천을 놓고 당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한병도 전 수석, 익산을 출마 준비 중

진영 의원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가면서 서울 용산이 관심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텃밭 다지기에 한창이다. 권 전 관장은 19대와 20대 비례대표 도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바 있다. 권 전 관장의 세 번째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선 용산 출마를 검토 중인 성장현 현 구청장을 넘어서야 한다.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은 지난해 일찌감치 청와대를 나와 서울 강서을에서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19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간 진 전 비서관이 넘어야 할 현역 의원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출신인 김성태 의원이다.

임 전 실장과 함께 1기 참모로 활동한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17대 때 나온 전북 익산을에 터를 잡았다.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최측근인 조배숙 의원이다. 2017년 11월 전병헌 수석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정무비서관에서 정무수석으로 승진 임명된 한 전 수석은 임 전 실장과 함께 전대협 3기로 활동했으며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참모그룹인 ‘마포 광흥창팀’ 멤버로 손발을 맞췄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를 나온 박수현 전 대변인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지역구인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박 전 대변인은 11월13일 공식 출범한 유엔 산하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회장에 취임하는 등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정권 초기 ‘대통령의 입’ 역할을 자처하며 박 전 대변인과 손발을 맞췄던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4선의 신상진 한국당 의원(성남 중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8월 충남도 정무부지사로 자리를 옮긴 나소열 전 자치발전비서관(정무수석실 소속)은 충남 보령·서천에서 김태흠 한국당 의원과 리턴매치를 벌인다. 나 전 비서관은 2010년부터 4년간 서천군수를 역임한 바 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사무총장 출신의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은 서울 강북갑에서 정양석 한국당 의원과 한판 승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 박은숙·박정훈·연합뉴스

정태호·이용선 전 수석, 야당 현역과 재대결

2차로 출격한 참모진 중에서는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과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이 대표주자다. 청와대에서 정책기획비서관과 일자리수석으로 일한 정 전 수석은 현재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 전 수석은 20대 총선에서 오신환 원내대표(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861표 차로 석패했다. 리턴매치가 성공하기 위해선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과의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은 한국당 사무총장을 지낸 3선 김용태 의원과의 승부를 위해 서울 양천을에 터를 잡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기획실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시민평화포럼 대표 등 주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때인 지난 2011년 한명숙 전 총리와 재야·시민단체 인사들이 결성한 ‘혁신과 통합’에 합류하면서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딘 케이스다. 19대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 양천을에 나왔지만 낙선했다.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은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경기 남양주을에서 준비하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은 당 부대변인과 전략기획위원을 지낸 당직자 출신이다.

두 차례 아산시장을 지낸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은 17대(분구 전 충남 아산)에 이어 다시 총선에 나선다. 출마가 예상되는 곳은 이명수 한국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충남 아산갑이다. 복 전 비서관은 올 1월부터 8개월가량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지난해 8월 기초자치단체장을 역임한 뒤 나란히 청와대로 간 ‘구청장 트로이카’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 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은 들어올 때처럼 8월에 함께 청와대를 떠났다. 청와대 재직 시절 김영배 전 비서관은 정책조정비서관과 민정비서관으로, 김우영 전 비서관은 제도개혁비서관과 자치발전비서관으로, 민 전 비서관은 자치발전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으로 각각 근무했다.

김영배 전 비서관은 당초 고향인 부산 출마가 거론됐지만 최근 들어 성북구청장(재선)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서울 성북갑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지역 국회의원은 같은 민주당 소속 유승희 의원(3선)이다. 유 의원은 성북갑에서 두 번이나 당선됐다. 똑같이 서울 은평구청장에 두 번 당선된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은 강병원 민주당 의원(초선)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은평을 출마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민 전 비서관 역시 광주 광산구청장을 두 차례 역임했다. 당초 광주광역시장 출마를 검토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민 전 비서관은 ‘친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인 광산을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제1부속실 책임자는 맡은 역할 때문에 역대 정권 때마다 ‘문고리 권력’으로 통했다. 올 8월까지 제1부속비서관을 지낸 조한기 전 비서관은 성일종 한국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충남 서산·태안에서 나온다. 조 전 비서관은 정권 출범 직후 의전비서관에 발탁돼 일하다 지난해 6월부터 대통령 일정과 접견, 각종 보고서 등을 책임지는 제1부속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부동산투기 비판 여론에 밀려 지난 3월 불명예 퇴진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명예회복 차원에서 전북 군산 출마를 검토 중이다. 김 전 대변인은 군산에서 초, 중, 고교를 나왔다. 현역은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김금옥 전 시민사회비서관은 전북 전주갑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도 여권은 TK(대구·경북) 공략의 일환으로 경북 구미갑에 김수현 전 정책실장을 투입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경북 영덕이 고향이다.

여권에서는 청와대가 올 연말 또는 공직 사퇴 시한인 내년 1월16일 이전에 추가로 희망자를 내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는 이낙연 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의 거취와도 연결돼 있다. 11월1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이 “내년 총선과 관련해 당에서 요구하고 본인이 동의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놓아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은 비단 내각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여권은 노 실장의 이날 발언을 청와대가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참모진들에게 보낸 최종 사인으로 보고 있다.

 

강기정·김외숙 수석, 부산·광주 출마설 솔솔

현재 청와대에서 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 강기정 정무수석, 김광진 정무비서관 등이 꼽힌다. ‘문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윤 실장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여권 내 의견이 엇갈린다. 

문 대통령과 함께 법무법인 부산에서 근무한 김외숙 수석은 정권 출범 이후 법제처장으로 있다가 지난 5월 인사수석에 선임됐다. 인사검증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어 임명된 지 반년 만에 바꾸기 힘들다는 현실론도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 혈투를 벌어야 하는 PK(부산·경남)가 인물난에 휩싸일 경우 당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 거론되는 지역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설전을 벌인 강기정 정무수석 역시 총선 출마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당직자는 “험지로 나간다면 몰라도 세 번이나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준 광주 북갑에 또 나가려고 정무수석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이 지역 현역은 무소속 김경진 의원이다. 김 의원은 “내년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지역 주민들의 평가를 받겠다”면서 “만약 주민들이 한 차례 더 뽑아준다면 총선 후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 수석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정무비서관에 임명된 김광진 비서관 역시 강 수석이 총선에 출마할 경우 함께 청와대를 떠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9대 때 비례대표로 활동한 김 비서관은 고향인 전남 순천 출마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총무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천경득 선임행정관은 경기 고양을 출마가 예상된다. 천 선임행정관은 이 지역 현역인 정재호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고양시의 다른 지역구로 출마지를 바꿀 수도 있다.

청와대 참모진이 내년 총선에 대거 뛰어드는 이유는 정치 신인에게 최대 20%까지 주는 가산점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론 모든 참모진이 해당되지는 않는다. 민주당이 정한 정치 신인은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로 등록했거나 당내 경선에 출마한 적이 없고, 지역위원장 등을 맡은 경험이 없어야 한다. 민주당은 이미 권리당원선거인단 50%와 안심번호선거인단(일반 유권자) 50%로 내년 총선 출마자를 정하는 국민 참여경선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신인 가점을 받을 수 없는 참모들은 높은 대중성과 풍부한 국정경험을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도 있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쏟아져 나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그 때문이다. 후반기로 갈수록 국정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와대 근무에 대한 선호도 역시 낮아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모든 정권마다 ‘순장(殉葬)조’라는 명목으로 정권과 임기를 함께하는 ‘어공’이 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총선이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참모진의 대거 이탈이 불가피하다. 어공에서 ‘어의’(어쩌다 의원)를 노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민주당 의원 1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출신 출마 희망자 중에는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람도 많지만, 별다른 기여도 없이 청와대에 좀 있었다는 것만 내세워 출마하려는 사람도 많다”고 말한 것은 여권 내 이런 시각을 대변한다. 양 원장과 함께 친문계(친문재인계) 핵심으로 꼽히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17, 18대 때 당선된 경기 시흥갑 출마를 준비했지만, 최근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 전 실장은 당초 서울 종로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현역인 정세균 의원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분석이 많다. 임 전 실장의 이날 선언은 민주당내 인적 쇄신 움직임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며, 원내 진입을 준비하는 전‧현직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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