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코노미족, 프랜차이즈 판도도 흔들다
  • 김성희 창업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1 07:3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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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전문점에 가성비와 AI까지 더한 ‘푸드테크’ 인기

 갓 지은 가마솥밥을 제공하는 한 한식집. 3일 내 도정한 국내산 쌀에 미네랄 정수 물로 밥을 지어 신선함과 밥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는 한상 차림으로 여럿이 먹는 모습이 아니다. 각자 개인 쟁반을 들고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한다. 아담한 쟁반에는 가마솥밥과 국, 쌈, 반찬 등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1인 가구, 혼밥족을 겨냥한 행복가마솥밥 매장의 모습이다.

최근 혼코노미족이 증가하면서 혼밥 전문점이 불황 타개를 위한 자영업자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식사(45.5%)였다. 다음으로는 집 안 청소(27.3%), 집 구하기(15.3%) 순이었다. 혼밥 전문식당이나 소량 패키징 식료품, 싱글 여행상품 등은 50대를 포함한 전 연령대에서 조사 대상 서비스 중 가장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혼코노미족의 종업원 대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인주문시스템(키오스크)을 도입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혼코노미족의 종업원 대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인주문시스템(키오스크)을 도입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다양한 혼밥 메뉴 등장

문제는 1인 가구의 경우 구매 전에 여러 곳을 충분히 비교하는 등 합리적 판단에 기반한 가성비 위주의 소비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40대에서 이러한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 내용이다. 명품 구입이나 비싸도 분위기 좋은 음식점 등은 1인 가구가 생각하는 ‘나를 위한 소비’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 2명 이상은 돼야 먹을 수 있었던 샤부샤부도 최근 가성비를 내세워 혼코노미 트렌드에 동참했다. 1인 샤부샤부 전문점 샤브보트다. 샤브보트는 33㎡(약 10평)의 작은 매장이어도 창업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이를 위해 U자형 바테이블로 매장을 설계해 최소 인원으로도 접객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행복가마솥밥은 아예 키오스크 주문을 도입해 종업원을 없앴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를 절감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안정훈 진창업컨설턴트 대표는 “혼밥 전문점은 회전율이 빠르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라며 “하지만 여럿이 오는 것에 비해 테이블 단가가 높지 않은 만큼 고정비를 줄여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프랜차이즈 업계는 다양한 혼밥 메뉴를 개발하는 한편, 혼코노미족의 종업원 대면에 따른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매장 수익률 개선을 위해 비대면 전략을 더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사교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부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그렇다(25.4%)가 아니다(31.1%)보다 낮았다. 반면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가 30.7%로 의식한다(27.2%)보다 높았다. 개인화와 편의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여가시간에는 주로 인터넷과 컴퓨터를 하며 보내는 경향이 높았다.

혼코노미족의 높은 모바일 및 인터넷 이용도는 비대면 언택트 서비스 강화를 부추기는 요소가 됐다. 언택트는 1인 가구 급증 등 인구와 세대구조가 변하면서 대면관계를 꺼리는 소비자의 태도 변화와 최저임금 상승 등 기업의 비용절감 차원에서 대두됐다. 언택트 서비스는 매출에서도 혼코노미족 증가와 맞물려 2년 사이 5배 수준으로 커졌다.

실제로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뉴스룸에 따르면 언택트 주요 가맹점 15곳의 매출은 2017년 1월 약 67억원에서 2019년 5월 359억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은 전체 매출의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2030 밀레니얼 혼코노믹 세대가 주도했다. 언택트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로는 ‘주문·결제·상품 및 서비스 수령 등에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 감소’ ‘편리한 결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가능한 주문’ 등 주로 편의성을 꼽았다.

이처럼 O2O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배달앱 시장도 성장했다. O2O란 ‘Online to Online’의 약자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을 유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 서비스가 최근 외식업 모든 업종으로 확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배달통, 요기요 등 3사 배달앱 거래 규모는 2013년 3347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 정도로 급증했다. 이용자도 87만여 명에서 2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품질에 기반 둔 가성비 높은 상품 개발 중요”

치킨과 떡볶이를 콜라보한 걸작떡볶이치킨은 매장형과 배달형, 테이크아웃을 모두 겸하면서 혼코노미 트렌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유행을 타지 않고 사랑받는 떡닭세트로 맛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혼코노미족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치킨배달전문점 티바두마리치킨은 현재 배달 앱 등과의 연계를 통해 가맹점의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소자본 창업자를 위해 가맹비와 보증금, 로열티를 면제하는 ‘3無 정책’도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를 이용한 무인 자동화도 자영업 시장에 등장했다. 카페띠아모를 운영 중인 ㈜베모스는 최근 AI 기능을 탑재한 무인커피벤딩머신 스마트띠아모를 론칭했다. 그동안 일반 커피자판기에서 맛볼 수 없었던 고품질의 다양한 커피와 티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연령과 성별을 인식하고 성향을 분석하는 AI 시스템으로 고객 성향에 따른 레시피 운영도 가능하다. 자동청소 기능과 재료나 상품을 모니터링해 부족할 경우 알려주는 모니터링 서비스도 탑재돼 있다.

윤인철 광주대학교 국제물류무역학과 교수는 이 같은 트렌드를 ‘푸드테크(Food+Tech)’라고 지칭했다. 그는 “합리적 판단에 기반한 가성비 위주의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게 혼코노미족의 특징”이라며 “이들의 편의성을 위한 푸드테크는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구 두드림창업경제연구소장은 “올해 혼코노미족이 600만 명에 육박하고, 2030년에는 194조원(20%)으로 4인 가구 지출 총액인 17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며 “혼코노미는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인식과는 별개로 충분한 비교와 합리적 판단에 의해 상품을 선택하는 만큼 프랜차이즈 업계도 단순한 가격 경쟁력보다는 품질에 기반을 둔 가성비 상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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