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흑사병’ 공포…페스트 위험국 여행 자제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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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지역 여행 후 고열, 복통, 출혈 등 의심증상 보이면 즉시 신고

‘흑사병’으로도 잘 알려진 페스트는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중세 유럽에서 크게 유행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해 당시 역병(plague)이라고 불렸다. 페스트균을 가진 쥐벼룩이 사람을 물어서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다른 작은 포유동물과 접촉해도 전파된다. 

질병 통계를 작성한 이후 국내에서는 발병된 바 없다. 2010년대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부분적으로 발생했다. 2012년 미국에서는 감염된 길고양이에 물려서 발생했다고 추정하는 림프절 페스트 환자 사례가 있다. 올해에는 몽골에서 설치류의 생간을 먹은 사람이 페스트에 걸려 사망했다. 올해 초 한국인 관광객도 예방적으로 격리되면서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픽사베이
ⓒ Pixabay

페스트에 걸리면 갑작스러운 발열이 큰 특징이며 증상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한다. 폐 페스트는 가장 중한 형태의 감염병이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사례가 이것이다. 감염된 환자나 동물의 호흡기 분비물로 감염된다고 알려졌다. 잠복기는 3~5일이고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오한, 발열, 두통, 전신 무력감의 증상이 생긴다. 빠른 호흡, 호흡 곤란, 기침, 가래, 흉통 등의 호흡기 증상도 발생한다. 이틀째부터는 객혈, 호흡 부전, 심혈관계 부전, 허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해도 예후가 좋지 못하다고 알려졌다. 

림프절 페스트는 감염된 포유동물이나 벼룩에 물려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2~6일의 잠복기 이후 오한, 38도 이상의 발열,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페스트균이 들어간 신체 부위의 국소 림프절에 통증이 생긴다. 벼룩이 주로 다리를 물기 때문에 흔히 허벅지나 서혜부의 림프절에 침범한다. 치료하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병이 급속히 진행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림프절 페스트로 진단된 환자 중 20% 정도는 패혈성 페스트다. 증상은 발열, 구역, 구토, 복통, 설사 등 일반적인 패혈증과 같다. 출혈성 반점, 상처 부위의 출혈, 범발성 혈관내 응고증에 의한 말단부의 괴사,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저혈압, 신장 기능의 저하, 쇼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패혈성 페스트 환자에서는 말단부의 흑색 괴사가 외견상 쉽게 관찰된다. 과거 페스트가 흑사병(black death)이라고 불린 배경이다. 

페스트는 환자의 혈액, 림프액, 가래 등을 받아 페스트균 배양 검사로 확진한다. 예방 백신은 없지만 치료는 항생제(겐타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등)로 가능하다. 무엇보다 1~2일 내로 최대한 빨리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사망률을 낮추는 데 가장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는 페스트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감염병 경보 '관심' 단계를 유지했다. 그 근거로 현지에서 추가로 발생한 환자는 없으며 해당 병원을 방문하거나 비슷한 동선으로 여행한 우리 국민도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왕래가 잦기 때문에 중국 내 페스트 발생지역을 여행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에 환자가 발생한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는 페스트 풍토병 지역에 해당한다. 불가피하게 페스트 유행 지역에 머물 때는 주변에 살충제를 뿌리는 등 쥐벼룩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또 쥐 등 야생동물이나 사체도 만져서는 안 된다. 페스트 유행 지역을 여행하고 귀국한 경우 일주일간 발열 등 증상 여부를 살펴 의심 증상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또는 보건소로 먼저 신고해야 한다.

전강일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외 발생 빈도가 높지 않지만 내국인이 여행을 가는 북미나 중국 내륙에서도 페스트 발병 사례 보고가 있으므로 해외여행을 하기 전에는 여행 예정 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질병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페스트는 조기 진단하면 현재 흔히 사용하는 항생제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진단이 늦으면 사망률이 매우 높다. 위험지역을 여행하고 페스트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의심하고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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