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대화]현실화 된 탁현민의 우려, '양날의 칼' 된 '라이브 소통'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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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생방송으로 300인의 패널과 질의응답 진행
'조국 사태'부터 소수자 문제까지 다양한 현안에 응답
'소통 의지 빛났다 vs 어수선한 진행 아쉽다'…평가 갈려

“만약 ‘국민과의 대화’를 저보고 연출하라면 막막했을 것.”

탁현민 청와대 행사기획자문위원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임기 반환점을 맞아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한 가운데, ‘생방송’이라는 파격적인 소통 방식은 결국 ‘양날의 칼’이 됐다. 각본 없는 행사라는 포맷이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빛내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지만, 어수선한 진행과 짧은 방송시간 탓에 ‘내실 있는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행사 전 각본 없는 행사의 어려움을 짚었던 탁 위원의 예언이 그대로 들어맞았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위해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 입장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위해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 입장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부터 소수자까지…날카로운 국민 질의

문 대통령은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 출연했다. MC 겸 가수 배철수씨가 진행을 맡았다. ‘국민과의 대화’는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300명의 방청객이 즉석에서 손을 들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문 대통령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00명의 패널을 선정하는데 약 1만6000여 명이 신청, 경쟁률이 53대 1에 육박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행사에 참여한 만큼, 생방송 내내 패널 간 ‘질의 경쟁’이 뜨거웠다. 교육부터 정치, 외교, 경제 등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질문이 쇄도했다. 최근 문제가 됐던 ‘조국 사태’ 관련 질의 뿐 아니라 탈북민이나 난민 같은 소수자 관련 정책문제까지, 300인의 패널이 던진 질의에 문 대통령은 진땀을 빼야 했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문 대통령은 정장 상의까지 벗어가며 적극적으로 답했다.

첫 질문자는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였다. 민식군은 지난 9월 스쿨존에서 차에 치여 9살의 나이로 숨졌다. 유족들은 사고 차량이 규정속도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에는 신호등이나 과속단속 카메라도 없었다. 김군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11일 국회에선 이른바 '민식이법'이 발의됐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고 총선 체제로 넘어가 20대 국회가 끝나게 되면 이들 법안들은 모두 폐기된다.

마이크를 잡은 민식군의 어머니 박초희씨는 ‘안전불감증’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실을 울먹이며 읊었다. 박씨는 ”스쿨존에서 아이가 차에 치어 사망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놀이공원 주차장에서도 차량에 미끄러져 사망하는 아이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회와 협력해서 빠르게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 스쿨존 전체에서 아이들의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자체와 함께 최선을 다해 노력해 갈 것”이라고 답했다.

‘조국’ 두 글자가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숨을 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온라인으로 접수된 국민의 질문 가운데 ‘조국 사태’에 대한 질의를 받고 “인사 문제는 참 곤혹스럽다”고 답했다. 예고된 질문이었지만 문 대통령의 표정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번에 걸쳐 국민의 눈높이 맞지 않다는 비판 받고 있어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조국 전 장관 문제는 제가 그 분을 장관으로 지명한 그 취지하고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그게 많은 국민들에게 갈등을 드렸다. 다시 한 번 사과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가 ‘검찰 개혁’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이번 기회에 검찰 개혁의 절실함이 다시 부각되는 점이 한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제대로 확보돼야 하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공수처로) 야당을 탄압하려고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고위공직자의 거의 대부분은 정부 여당”이라며 “사리에 맞지 않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치검찰의 행태 때문에 우리나라의 정의가 많이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잘못을 했을 경우 검찰의 잘못을 물을만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인데, 검찰이 잘못을 했을 경우 책임을 묻는 공수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11월23일 0시에 종료되는 것을 두고 "마지막 순간까지 종료 사태를 피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게 된 원인은 일본 측이 제공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을 통제할 때 '한국을 안보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며 "안보상으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군사 정보를 공유하자고 하면 모순되는 태도이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우리는 최대한 일본과 안보상으로 협력하고자 한다"며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한이 있어도 (일본과) 안보상 협력은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문 대통령은 소수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병역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듣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동화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제 (그들은) 결코 소수가 아니다"라며 "한국 사회의 굉장한 중요한 구성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권리도 의무도 국민들과 아무런 차별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장애인을 위한 활동 보조사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장애인이 필요한 시간에 지원을 못 받거나 (지원 받는) 시간이 줄어드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통' 빛낸 생방송, 어수선한 진행은 옥의 티

앞서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 우려를 표했던 탁현민 청와대 행사기획자문위원의 분석이 들어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생방송이라는 파격적인 소통방식에 문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빛났다는 평가와 더불어 짧은 방송 시간 안에 300인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아쉬움 섞인 평가도 흘러나온다. 실제 패널 중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패널은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앞서 탁 위원은 18일 방송된 tvN ‘김현정의 쎈터뷰’에 출연해 ‘국민과의 대화’ 연출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기획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야 할지 무척 곤혹스러웠을 것 같다”며 “(국민과의)소통의 ‘총량’이 적지 않고 대통령이 생각하시는 바를 언제든 국민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도 이렇게 또 ‘국민과의 대화’를 별도의 시간을 내서 한다는 것에 대해서 아직까지 제가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탁 위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행사를 진행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 모든 우려와 예상되는 폄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 왜 국민과의 대화를 하시는지는 알 것 같다”며 “어떤 기획도 의도도 연출도 없이 방송사가 정한 룰과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대통령의 진심으로만 국민과 이야기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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