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공, 류현진처럼 메이저리그에서 통할까
  • 이상평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3 11: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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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류현진의 MLB 도전 성공과 비교해 본 김광현의 가능성

KBO를 대표하는 투수인 SK 와이번스의 에이스 김광현은 과연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류현진처럼 그의 공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할까. 올 시즌 31경기에 출장해 190⅓이닝, 180 탈삼진, 17승6패, ERA 2.51이라는 대단한 성적을 기록한 김광현은 프리미어12 대회가 끝난 뒤에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해 현재 SK 구단과 면담을 거치는 중이다. 이미 한 차례 메이저리그 시장의 차가운 반응을 마주했던 김광현이기에 이번 도전은 더욱 비장해 보인다. 그때와 지금의 김광현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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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으로 준비했던 류현진과 너무 달랐던 2014년 도전

김광현은 2014 시즌이 끝난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한 바 있다. 당시 포스팅은 이적료로 최고 금액을 적어내는 팀이 단독협상권을 가지는 시스템이었는데, 김광현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적어낸 200만 달러(약 23억원)가 최고 금액이었다. 김광현 본인은 도전 의지가 강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낮은 평가에 결국 꿈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5년이 지난 지금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재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포스팅을 통해 KBO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의 사례와 비교하면 당시 김광현이 그런 차가운 반응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류현진은 미국 진출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2011년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으며 미국 시장에 자신이 어떤 투수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로 인해 2012 시즌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류현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으며, 류현진도 자신에게 달린 의문부호들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앞에서 제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12년의 류현진은 평균 구속을 끌어올리고, 커브와 슬라이더 등의 구사 비율을 높이며 자신에게 달렸던 몇몇 의문부호들을 제거해 나갔다.

반면 2014년 김광현의 포스팅 도전은 사실 갑작스레 이뤄진 결정이었다. 체계적이었던 류현진과는 너무 달랐다. 그로 인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관심이 있더라도 김광현을 직접 관찰하고 평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김광현의 입장에서도 구속과 구위 저하와 레퍼토리 부족이라는 의문부호를 입증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 씁쓸한 실패를 맛본 김광현은 이번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야구계에서는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사에 관한 이야기가 벌써부터 공공연히 돌았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이를 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19 시즌 동안 대략 10개 팀 정도가 스카우트를 파견해 그의 경기를 관찰했고, 그중 5~6팀은 거의 모든 경기에 스카우트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현은 스카우트들 앞에서 자신의 의문부호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전성기 시절 구속과 구위를 되찾았음을 입증했다. 한때 144km까지 떨어졌던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을 작년 147.3km, 올해 147.1km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또한 올해 최고 156km를 기록하며 본인 커리어의 최고구속 기록도 갈아치웠다. 그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도 132~133km에서 작년 136.2km, 올해 136.7km까지 다시 끌어올렸다. 완벽히 몸 상태를 되찾았다는 것을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입증해 낸 셈이다.

물론 전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에서는 파이어볼러라고 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의 빠른 공 평균 구속인 92~93마일(147~149km) 수준이어서 김광현은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스카우트들에게 어필했다.

 

프리미어12 부진에도 불구, “평가에는 지장 없을 것”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포스팅을 앞둔 2012년의 류현진은 커브와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을 늘리며 전매특허인 체인지업 외에도 괜찮은 수준의 여러 구종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점을 스카우트들에게 어필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선발로 뛰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구 레퍼토리를 보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광현도 본인의 전매특허인 슬라이더 이외의 구종도 던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노력해 왔다. 꾸준히 던지며 발전시켜온 슬로커브는 구속을 좀 더 떨어트리며 빠른 공과의 구속 차를 더 벌려 타자들을 현혹하는 위력을 증가시켰고, 거의 던지지 않았던 투심성 스플리터도 올해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여기에 완급 조절 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도 과거보다 훨씬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광현은 올해 본인이 4가지 구종을 던지는 투수이며, 아직 성장하고 있는 투수라는 점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이번 프리미어12 대회 대만전에서의 부진한 피칭(3⅓이닝 3실점)으로 인해 우려를 낳았다. 일본과의 결승전에는 등판조차 하지 못했다. 자칫 그에 대한 평가가 다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김광현에게 관심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올 시즌 내내 김광현을 면밀히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구단들은 김광현의 성격, 개인 훈련 프로그램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그에 대한 평가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즉, 부상과 같은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투수 김광현에 대한 평가는 한두 경기의 부진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와 꾸준히 관찰했던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최소 4개 팀이 김광현에 대한 적극적인 영입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A 시장에 류현진, 범가너, 카이클 등 수준급 선발 좌완들이 꽤 많이 나왔음에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현재 김광현은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물론 너무 늦지 않게 시장에 나와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지만, 일단 시장에 나오기만 한다면 2014년 말 받아들었던 초라했던 결과물과는 사뭇 다른 결과물을 받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팬들은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류현진과 라이벌 대결을 펼쳤던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물론 서른을 넘긴 나이에 부상 전력도 있는 김광현이기에 섣불리 성공 여부를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번의 실패로 절치부심한 김광현은 올 시즌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김광현이 어떤 유니폼을 입고 2020 시즌을 맞이할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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