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눈물] 중국군은 왜 홍콩 시위에 개입 안 했나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5 10: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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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 진압 주 임무인 무장경찰 따로 있어…톈안먼 사태 트라우마도

지난 여름 홍콩 시위가 점차 격화되면서 한국 언론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홍콩 시위 개입 가능성을 비중 있게 전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그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다. 그 이유는 중국 정부가 건국 70주년이라는 거대한 잔치판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와 중국인에게 군대의 민간인 시위 진압은 다시 자행되어선 안 될 불문율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 배경은 문화대혁명 시기와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 군이 진압에 나서면서 수많은 중국인이 희생당했던 트라우마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에는 폭동을 진압하는 기관이 따로 있다. 바로 인민무장경찰부대(무장경찰)다. 무장경찰은 1982년 창설됐는데, 정규군인 인민해방군과 달리 시내에 주둔한다. 또한 주 임무가 시민 보호와 사회 안정이다. 

톈안면 광장에 배치된 중국 공안들 ⓒ 연합뉴스
톈안면 광장에 배치된 중국 공안들 ⓒ 연합뉴스

中 언론, ‘혼란과 폭력→무질서→경제위기’ 공식 되풀이

주목할 점은 톈안먼 사태 때 덩샤오핑(鄧小平)은 무장경찰을 동원하지 않고 인민해방군을 이용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왜냐하면 공안대학과 무장경찰특종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한 데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무원 공안부 소속이었던 무장경찰을 1995년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도 통제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그렇다면 현재 홍콩에 주둔하는 중국 본토의 무장경찰은 있을까? 없다. 홍콩특별행정구기본법에 따라 홍콩의 치안과 공안 업무는 홍콩경찰이 담당한다. 주홍콩 중국부대(駐港部隊)는 육·해·공 정규군이다.

따라서 만약 홍콩에서 최악의 유혈시위 사태가 발생해도, 대륙에서 출동하는 부대는 인민해방군이 아닌 무장경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시위와 폭동을 진압하는 임무를 지녔고, 평소 끊임없는 훈련을 받는다. 실제로 8월초 홍콩과 인접한 도시인 광둥(廣東)성 선전(深)에서, 그리고 11월17일 광저우(廣州)에서 대규모 대테러 훈련을 진행했던 건 무장경찰이었다. 

즉, 무장경찰을 동원한 ‘무력시위’가 홍콩인과 중국인 모두를 겨냥한다는 점이다. 필자에게 문의해 오는 대다수의 한국 지인은 “홍콩 시위 사태를 중국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느냐, 중국인들은 제대로 모르지 않나”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 언론도 실시간으로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도하고 있다. 다만 홍콩 시위대의 폭력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 과장 보도한다. 이런 행태는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다.

중국 언론의 해외 민주화운동 보도는 ‘혼란과 폭력→무질서→경제위기’라는 공식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홍콩 시위 사태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이 홍콩 시위대를 냉정하게 보는 이유는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심지어 반감과 증오심까지 갖고 있다. 일부 홍콩인들이 시위 현장에서 성조기와 유니언잭을 흔들고, 서구 정부에 지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중국인에게 외세의 개입은 과거 서구 제국주의 침략과 통치를 떠오르게 하는 상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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