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겨눈 검찰 칼끝, 조국 넘어 박근혜 향하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5 14: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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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외가 기업에 모태펀드 몰빵 의혹도 수사…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감찰 중간보고서에도 언급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이번 수사는 올해 2월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고발에서 비롯됐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유관 기업으로부터 차량과 골프채, 항공권, 자녀 유학비 등 각종 뇌물과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가 있다는 게 고발 내용의 골자다. 검찰은 11월19일 유 전 부시장의 자택은 물론 뇌물 제공 의혹을 받는 기업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혐의 입증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을 맡기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행비서 등을 지낸 친문(親文) 인사다. 그러나 그를 거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수사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수사관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 전 장관에게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일각에선 검찰의 칼끝이 조 전 장관을 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전 부시장의 혐의가 박 전 대통령의 외가 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과도 맞물려 있어서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왼쪽)에 대한 검찰 수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번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고성준·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왼쪽)에 대한 검찰 수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번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고성준·연합뉴스

모태펀드 공고 직전 최대주주 올라 ‘싹쓸이’

논란의 중심에 선 회사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금보개발과 자회사인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이하 컴퍼니케이)다. 검찰은 최근 컴퍼니케이를 압수수색하고, 김아무개 컴퍼니케이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6년 설립된 컴퍼니케이는 박 전 대통령 외가 소유의 창업투자사다. 금보개발의 정원석 대표는 고(故) 육영수 여사의 언니인 육인순씨의 딸 홍지자씨와 정영삼 한국민속촌 회장의 장남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이종사촌의 아들(이종종질)이 되는 셈이다. 실제, 금보개발은 정영삼 회장(2.0%)과 그의 장남 정원석 대표(17.6%), 차남 정우석씨(32.1%) 등이 지분 절반 이상을 쥐고 있다. 최대주주인 동주산업(47.2%)도 이들 소유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보개발은 사실상 정씨 일가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금보개발이 컴퍼니케이 최대주주에 오른 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이다. 당시 금보개발은 돌연 컴퍼니케이의 지분 74.3%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공교롭게도 그 직후 정부의 모태펀드 투자조합 운용사(GP) 선정 공고가 쏟아졌다. 모태펀드는 벤처·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정부가 주도해 조성하는 펀드다.

창업투자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전체 자금의 절반을 책임져 안정성은 물론 관리보수도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컴퍼니케이는 4개 펀드에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들 펀드의 운용권은 100% 컴퍼니케이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해 5~6월 두 달 사이 컴퍼니케이가 운용을 맡게 된 모태펀드 규모는 870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가 올해까지 13년여 동안 창투업을 영위하면서 누적된 운용 펀드 전체(4421억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컴퍼니케이는 그해 5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업정책자금관리단(현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애그로시드펀드(100억원)를, 6월에는 한국벤처투자가 주관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디지털콘텐츠코리아펀드(150억원)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펀드(200억원), 금융위원회가 주관하고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이 주도하는 스타트업윈윈펀드(420억원) 등의 운용을 각각 맡았다.

컴퍼니케이가 운용해 온 펀드 규모는 2013년 말 기준 1151억원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모태펀드 운용권을 손에 쥐면서 컴퍼니케이는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를 두고 당시 창투업계에서는 특혜 의혹이 일었다. 컴퍼니케이가 투자 경력이나 운용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경쟁사들을 모두 따돌렸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모태펀드 운용사 선정에 박 전 대통령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컴퍼니케이의 자격 미달 논란은 이런 의혹들에 무게를 실었다. 컴퍼니케이가 정부 펀드 신청 자격이 없었음에도 운용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컴퍼니케이는 2013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의 글로벌콘텐츠펀드(1000억원) 운용사 선정에 참여했다. 당시 컴퍼니케이는 대성창업투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용사로 선정됐지만, 같은 해 8월 펀드 결성이 무산됐다. 펀드 결성 시한까지 연장했지만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해당 펀드 제재조항에는 ‘펀드 결성 시한을 연장하고도 시한 내 결성을 완료하지 못하면 1년에 최소 1회 이상 출자를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컴퍼니케이는 2014년 8월까지 1회 이상 정부 펀드 운용사로 선정될 수 없었음에도 4개의 펀드 운용권을 거머쥔 것이다. 공동운용사이던 대성창업투자가 펀드 결성 실패에 따른 제재를 적용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유 전 부시장, 펀드 운용권 획득에 관여 의혹

검찰은 이처럼 석연찮은 모태펀드 운용권 획득 과정에서 당시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정상화과제관리관이던 유 전 부시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입수한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에서 작성한 유 전 부시장 감찰 중간보고서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유 전 부시장 휴대폰 포렌식으로 확보한 컴퍼니케이 김 대표와의 문자 대화 내용이 근거가 됐다. 보고서에는 두 사람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유 전 부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컴퍼니케이 사업에 도움을 줬다고 명시돼 있다.

보고서엔 어떤 도움을 줬는지에 대한 언급도 있다. 감찰 중간보고서에는 ‘자격 미달 논란이 있음에도 성장사다리 윈윈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도록 우정사업본부 등에 압력을 행사하고, 산업은행, IBK캐피탈, 삼성증권 대표를 통해 펀드자금 조달을 알선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돼 있다. 문제의 펀드는 컴퍼니케이가 2014년 운용권을 획득한 전체 모태펀드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 대가로 김 대표는 유 전 부시장에게 뇌물성 접대를 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골프장 무상 이용, 애플PC, 골프 접대, 식사비용 결제 등이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판명 날지 주목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 이번 수사가 박 전 대통령에까지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외가 기업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컴퍼니케이 측은 “확인 뒤 연락을 주겠다”고 밝혔으나 끝내 회신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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