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눈물] 트럼프는 ‘홍콩’보다 ‘무역협정’이 더 급하다
  • 김회권 국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5 10: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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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홍콩 시위대와 중국 정부 양쪽을 모두 편들고 있다.”

“President Trump, please make Hong Kong great again”(트럼프 대통령, 홍콩을 다시 위대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거운동에서 사용한 ‘Make America Great’를 차용한 현수막이 홍콩 대학가에 걸렸을 때가 지난 9월이었다. 이때부터 홍콩의 시위대는 미국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쏟아졌다. 미국이 개입해 홍콩 문제를 풀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던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놓은 건 한 달 뒤였다. 

10월11일 미·중 무역협상 중국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와 백악관에서 만난 뒤 기자들이 홍콩에 관해 물었다. “(시위대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지만 지금은 훨씬 줄었다. 문제는 알아서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홍콩이 백악관에 분노한 건 당연했다.

11월20일 홍콩 IN PARK에서 열린 ‘런치 위드 유(lunch with you)’ 시위에 참가한 직장인들이 5대 요구사항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11월20일 홍콩 IN PARK에서 열린 ‘런치 위드 유(lunch with you)’ 시위에 참가한 직장인들이 5대 요구사항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트럼프가 내놓는 홍콩에 관한 메시지는 소극적이다. 게다가 오락가락하며 혼선까지 준다. 일단 미 의회나 정치권에 비해 미 행정부의 홍콩 관련 발언이 약한 이유는 중국과 진행하고 있는 무역협정 때문이다. 이 모든 건 결국 메시지의 수신자가 중국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보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더 관심을 갖고 있고 참모들도 대통령의 우선순위에 익숙해져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개입 시 중국 정부가 들고나올 무역협정 폐기 카드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큰 부담이다. 트럼프 진영은 재선을 위해 무역협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위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를 ‘폭동’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백악관 내 메시지 관리는 엉망이었다. 니콜라스 번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트럼프는 홍콩 시위대와 중국 정부 양쪽을 모두 편들고 있다. 용기에 찬 모습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민주당)은 “홍콩의 민주화 열망을 팔아치우려고 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미국은 껌을 씹으면서 동시에 걸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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