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장-공무원노조 막장 다툼에 시민들만 한숨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2 17:00
  • 호수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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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시장 vs 공무원노조, 성명·추가 고발 ‘진흙탕 싸움’

‘점입가경(漸入佳境)’. 전남 나주시 강인규 시장과 공무원노동조합 간 대립을 두고 관가 주변에서 나오는 말이다. 양측 간 갈등이 시장 고발에 대한 반박에 재반박, 추가 고발로 이어지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민감한 고발 문제에 강 시장과 노조 간의 해묵은 불신과 밑바닥 앙금까지 더해지면서 사태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격화되면서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시사저널 2019년 7월9일자(1550호) ‘측근 논란으로 어수선한 나주시’ 기사 참조)

발단은 지난 10월 공무원노조가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과 관련해 강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강 시장이 2014년부터 매년 농산물 소비촉진 홍보라는 명목으로 10차례에 걸쳐 업무추진비로 1억7000여만원 상당의 농산물을 구매해 공공기관, 기업체, 특정인 등 550명에게 명절마다 선물을 제공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그러자 강 시장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강 시장은 성명을 내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시정 발전을 위해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중앙부처, 공공기관 관계자들에게 지역 농산물 홍보 차원에서 선물을 보냈다”며 오히려 노조의 인사 개입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노조가 재차 시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강 시장 역시 노조의 인사 개입 등을 비판하는 성명을 다시 내면서 양측의 공방은 더욱 거세졌다.

급기야 노조는 11월20일 “강 시장이 고발당한 후 노조가 마치 인사 청탁을 한 것처럼 노조를 비난하고 있다”면서 명예훼손 혐의로 강 시장을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간부가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며 장애인단체가 시내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며 노조 측에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노조는 연일 출근길 1인 시위를 전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는 ‘강 시장 측이 장애인단체를 이용해 노조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강 시장 측은 ‘노조 간부와 장애인단체 간 문제일 뿐’이라고 반박하면서 새로운 싸움이 되고 있다. 아무튼 시장과 노조 간 이번 다툼이 명분 없는 감정싸움으로 비춰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는 곱지 않은 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진광 공무원노조 나주시 지부장이 11월27일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전공노나주시지부 제공
임진광 공무원노조 나주시 지부장이 11월27일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전공노나주시지부 제공

‘문고리 권력’ 논란, 해묵은 앙금 표출 

겉으로는 시정에 대한 견해 차이로 보이지만 양측 갈등의 이면에는 ‘문고리 권력’의 시정 개입을 둘러싼 해묵은 앙금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나주시는 민선 7기에 돌입하면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는데, 이게 논란의 진원지가 됐다. 지난해 8월말 기존 부시장 산하에 있던 시민소통실을 소통정책실로 명칭을 바꾸고 시장 직속으로 옮겼다. 그러면서 소통정책실장 옆에 정무비서실장 자리를 두면서 ‘1실 2실장’이란 기형적인 구조를 만든 게 화근이었다. 특히 정무비서실장에 시장의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A씨가 임명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시청 안팎에서는 이를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권력’에 빗댈 정도로 의심 어린 시선이 확산됐다.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나주시 관계자는 “민선 7기 출범 직후 소통정책실 조직개편을 놓고 노조와 시장의 의견이 대립한 것을 시작으로 노조원의 장애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장애인단체까지 시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지역사회가 시끄럽다”며 “시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한 나주 시민은 “시장과 공무원들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건전한 견제 대신 반목을 일삼는 것 같아 시정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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