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문재인 정부...검찰, 정권 턱밑까지 정조준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2 10:00
  • 호수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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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검찰, 조국 넘어 핵심 실세까지 겨눠..."청와대 압수수색 단행될 것"

윤석열 검찰의 칼날이 매섭다. 예측불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경찰 하명수사 의혹은 정치적으로 폭발력이 있다. 현재 검찰은 정면으로 문재인 정권의 핵심 실세들을 겨냥하는 분위기다. 언론에서는 이미 이들 사건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민정수석)은 물론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당시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변호사(전 특감반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호철 전 민정수석,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의 이름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두 사건 중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후폭풍이 거세게 불 것이 분명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사태의 파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넘어 다른 실세들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더구나 두 사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점은 경우에 따라 엄청난 폭발력을 불러올 수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당사자가 조국 민정수석보다 윗선”이라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윗선이 누구인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11월27일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11월27일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재수 구속…‘부산파’ 실세들로 향하는 칼날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시절 사모펀드 운용사 등 업무 연관성이 큰 업체들로부터 골프채와 항공권, 자녀 유학비 등 5000만원 안팎의 뇌물을 받고, 자산관리업체에 동생의 취업을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금융위, 해당 업체 등을 압수수색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11월27일 이를 받아들여 유 전 부시장을 구속했다.

그러나 유 전 부시장의 개인비리는 검찰 수사의 핵심이 아니다. 유 전 부시장은 비리 혐의로 2017년 10월 청와대 특감반의 조사를 받았지만, 어떠한 징계도 없이 명예퇴직했다. 유 전 부시장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2018년 4월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중용됐고, 7월에는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했다. 야당에서는 정권 실세들이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 무마는 물론 유 전 부시장의 앞길을 터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문재인 정부 실세들과 인연을 맺었다.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2년째인 2004년, 재경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다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임명됐다. 당시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제1부속실 행정관이었다.

이후 유 전 부시장은 민정수석실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호철 민정비서관이 직속 상사였고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맡고 있었다. 이 밖에 ‘좌희정-우광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 안희정-오른팔 이광재)’라고까지 불렸던 이광재 당시 국정상황실장과는 같은 고향(강원도) 출신에 대학(연세대) 동문 사이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유 전 부시장이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선임행정관과 텔레그램을 주고받으며 금융위 인사에 개입했던 사실이 포렌식을 통해 확인됐다”는 특감반원 A씨의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 전 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고발한 김태우 전 감찰반원 역시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핵심 인사들과 주말 회의를 함께 하는 사이였다”며 “(문재인 정부) 실세들이 분명히 구명운동을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전 부시장 사건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부산파’다. ‘부산파’는 부산·경남 출신들을 일컫는 문재인 정권의 핵심 세력이다. 신지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최상영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상징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두 사람은 부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민정수석의 경우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에 와서도 부산·경남 출신들이 맡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문재인-이호철로 이어졌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국-김조원 현 민정수석으로 이어졌다.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도 마찬가지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이른바 ‘3철’로 꼽혀온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진작부터 ‘막후 실세’로 불려왔다. 공교롭게도 유 전 부시장이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맡은 막후에 ‘부산파’ 일부 인사의 영향력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추론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SBS는 “검찰이 압수한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현 정권 실세로 꼽히는 다른 인물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다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부산파’를 중심으로 한 여권 실세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유 전 부시장이 지난 10월30일 자신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사의를 밝혔으나 오거돈 부산시장이 11월21일에야 직권면직한 점도 주목된다. “검찰 수사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것이 부산시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부산 지역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오 시장이 마음대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 누군가 추천한 실세가 따로 있었기에 빠르게 인사조치를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도 만만치 않다. 이 사건은 민정수석실의 직권남용뿐만 아니라 정치 사찰-야당 탄압, 선거 개입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 경찰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둔 시점에 울산시장 유력 후보였던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울산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송철호 후보가 당선됐는데, 송 시장은 ‘복심’으로 불릴 정도로 문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다. 김 전 시장은 11월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선거 개입)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관련 제보를 단순 이첩한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고 해명하며 “검찰의 정치적인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들 뿐”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1월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낙선했던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1월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낙선했던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의 조직 장악력은 상상 그 이상”

청와대, 그것도 검찰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검찰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임명권자’ 또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고려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백원우 전 비서관 등 직접적으로 관계된 인물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는 불가피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검찰이 청와대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말하는 것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제외하고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를 몰아낸 ‘촛불혁명’을 통해 출범한 정권이다. ‘적폐청산’이 문재인 정부의 제1 국정과제였다. 박근혜 정부 때만 일어났던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현 정부에서도 재연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고 불렸던 조직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한 것이다. 검찰이 권력에 대해 칼을 뽑은 것은 집권여당의 임기 말, 그것도 정권교체가 가능해 보이는 경우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금 막 임기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현재 상황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거론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 윤 총장 임기 초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당시, 여당 내에서는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망나니칼, 배신자”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런 불만조차 이제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윤 총장이 직접 말한 것처럼 ‘정무 감각이 없고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는’ 윤 총장의 스타일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이 청와대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막기 위한 것이다. 공수처 없이 검찰만으로도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시각은 존재한다. 

➊ 조국 전 법무부 장관 ➋ 이호철 전 민정수석 ⓒ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호철 전 민정수석 ⓒ 연합뉴스
➊ 조국 전 법무부 장관 ➋ 이호철 전 민정수석 ⓒ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오거돈 부산시장·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 연합뉴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의 조직 장악력이 상상 그 이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니만큼 검찰 내에서 이탈자나 배신자가 나올 법도 한데,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인사에서 옷을 벗은 전 검찰 고위 간부는 “윤 총장 취임 후 단행된 검찰 인사를 두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인사만 윤 총장의 뜻이고, 나머지 인사는 청와대의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면서 “김오수 법무차관, 이성윤 검찰국장,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 등은 윤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청와대 측 인사였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무색무취한 인물로, 윤석열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앙지검은 특수수사 등 주요 수사를 직접 진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어떤 지검장이 오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을 건너뛰고 청와대와 직접 소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지난 정권에서 종종 발생했다”면서 “배성범 지검장이 있지만, 중앙지검은 여전히 윤 총장의 손아귀에 있다. 검찰 내에서는 윤 총장을 중앙지검장,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을 중앙지검 1차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을 3차장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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