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도, 김영우도…보수 혁신을 꿈꾼 이들의 좌절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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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향우 거듭하는 황교안 체제…추락하는 보수에 날개는 있나

김세연과 김영우. 어느덧 중진이 된 두 의원은 국회를 떠나기로 했다. 11월17일 김세연 의원을 시작으로 12월4일 김영우 의원까지 총선 불출마를 택했다. 보수 혁신의 깃발을 들었던 이들은 그렇게 좌절했다. 이른바 쇄신파가 사라진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어디로 흐를까.

김영우 의원은 12월4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새 술과 새 부대를 위해 저의 자리를 비우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어떠한 당직이나 원내 선출직에 출마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다른 해석을 차단했다. 그는 "모두가 공감하듯이 지금 자유한국당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온전히 얻을 수 없다"며 "총선 막장 공천과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호가호위했던 친박계 정치인, 거친 언어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면서 당을 어렵게 만든 정치인도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택한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왼쪽)과 김영우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왼쪽)과 김영우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두 의원이 누구였나. 18대 국회에서 민본21 활동을 하며 보수 혁신을 꿈꾼 이들이었다. 여의도 정가에선 2000년대 초반 여권 쇄신을 주도한 원조 쇄신 모임 ‘남원정’(남경필 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의원)의 뒤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20대 국회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보수 혁신을 꿈꾸며 탈당까지 감행해 바른정당을 만들었지만, 보수의 대표성을 갖지 못하고 다시 복귀한 공통점도 있다. 그들은 결국 보수 혁신의 꿈이 좌절되자, 그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불쏘시개로 만들었다.

시점이 절묘했다. 김영우 의원의 주장은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맥락이 일치했다. 황교안 책임론의 불씨가 시들어가는 즈음에, 다시 불쏘시개를 던짐 꼴이다. 지난 11월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황교안 리더십이 흔들리자, '단식'을 통해 당내 기반을 공고히 한 황교안 대표였다. 여의도연구원장을 던지지 않자 당직자 전원 사퇴를 하고 4시간 만에 새로운 인물들로 당직을 채워 김세연 의원을 끌어내린 상황이었다.

한국당의 위기다. 황교안 대표가 당직자를 전원 교체하며 말한 '쇄신'은 보수 혁신을 꿈꾼 두 의원의 '쇄신'과 달랐다.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관리위원회에 당연직으로 들어가는 박완수 의원과 총선 전략과 비전을 담당할 송언석 의원은 모두 영남을 지역구로 둔 대표적인 친황(친황교안) 인사로 꼽힌다.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된 염동열 의원은 현재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자 홍준표 전 대표는 "쇄신이 아니라 쇄악"이라며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을 쳐내고 친박(친박근혜) 친정 체제를 구축했는데, 이러다가 당이 망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 9단'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황 대표가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을 버리고 다시 ‘박근혜 당’으로 돌아가는데 매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 한국당 내 쇄신파는 사실상 멸종됐다. 16대 국회 때 미래연대를 시작으로 새정치 수요모임(17대), 민본21(18대), 경실모와 아침소리(19대)로 이어져 온 쇄신 모임의 맥이 끊어졌단 얘기다. 정치적 기반이 약한 정치 신인 황교안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상황이 여전히 '산토끼'보다는 '집토끼'를 잡도록 유도하고 있다. 내부 비판마저 사라진 한국당에 날개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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