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정말 성공했을까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1 07:30
  • 호수 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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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상승과 실업률 하락 ‘두 마리 토끼’ 잡았지만 임금 마이너스 성장 의문

전 세계의 모든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진 곳은 일본은행이다. 5조3030억 달러를 갖고 있다고 한다. 3조7599억 달러를 가진 미국 연준은 물론이고 5조1521억 달러를 가진 유럽중앙은행보다 많다. 일본은행이 가진 자산 가운데 85%는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하기 위해 푼 돈이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출범한 것은 지난 2012년 12월이다. 지난 11월을 기점으로 아베 총리는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됐다. 유례없는 장기집권에 성공한 배경은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성과 덕분이다.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보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1월을 기점으로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에 올랐다. ⓒ 연합뉴스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보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1월을 기점으로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에 올랐다. ⓒ 연합뉴스

일본은행 자산만 5조3030억 달러

치적으로 내세우는 두 가지 대표적 지표가 주가 상승과 실업률 하락이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과 기업 이익이 크게 늘었고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아베 정권에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실업률은 지난해 25년 만에 최저 수준인 2.4%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정말 완전고용이다. 흔히 말하는 잃어버린 20년은 확실히 끝난 느낌이다. 그런데 몇 가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우선 임금이 오르지 않고 있다. 경기가 좋아 일자리가 넘치고 사람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임금이 올라야 한다. 그러나 아베노믹스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은 2년을 빼고는 항상 마이너스였다. 지금 실질임금은 20년 전과 비교해도 오히려 낮다. 1997년 일본의 임금 수준은 당시 개인이 한 달에 37만 엔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당시보다 6만 엔 적은 31만 엔 정도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 흔히 ‘워킹푸어(working poor)’로 불리는 연봉 200만 엔 미만 노동자는 4년 연속 11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두 번째는 외화 표시 소득 수준의 하락이다. 미국 달러로 계산한 1인당 명목 GDP는 오히려 줄었다. 아베가 집권한 2012년 4만8633달러였던 1인당 명목 GDP는 지난 2018년 4만106달러로 무려 8527달러 줄어들었다. 달러로만 계산한다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아베 집권 기간 마이너스 성장만 거듭한 셈이다.

아베노믹스는 통화공급 확대, 적극적 재정운영, 구조개혁이라는 이른바 ‘3개의 화살’로 구성돼 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일본은행은 돈을 풀었고, 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렸으며,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법인세는 인하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감세만 4조 엔 규모였다.

조금 복잡하지만 이른바 3개의 화살이 노리는 과녁은 결국 하나, 엔저(円低)다. 양적 완화로 ‘엔저’를 유도해, 기업의 실적을 개선하고 낙수효과를 통해 경제 전체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이 덕분에 기업들이 돈을 벌면 다시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실제로 2011년 달러당 70엔대였던 엔화 가치는 2015년 125엔 수준까지 떨어졌고, 급속한 엔저는 기업의 실적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 대량 유입으로 이어졌다. 외국인 관광객 수만 2012년 836만 명에서 2018년 3119만 명으로 늘어났다.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면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엔저로 실적이 개선된 대기업에 감세까지 해 주면서 사내유보금은 아베 정권 기간 70조 엔 늘었다. 주가를 떠받친 일본은행의 역할도 눈부시다. 일본은행이 대주주인 상장사 비중은 전체 상장사의 절반에 육박한다. 일본은행이 가진 상장지수펀드(ETF) 잔액만 28조 엔, 도쿄증시 1부 시가총액의 4.7% 수준이다.

그러나 기업의 개선된 실적은 임금 상승이나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엔저 때문에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만 줄었다. 사실 아베노믹스는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보다 기대효과가 더 컸다. 심지어 경제성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지난 7년은 대단하지 않았다.

아베노믹스 이후 연간 평균 성장률은 1.2% 정도였다. 흔히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르는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일본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9%였다. 잃어버린 20년에 비해 0.3%포인트 높아졌다. 나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투입한 자금 규모를 생각한다면 획기적인 반전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자리가 남아도는 것도 아베노믹스보다는 고령화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특히 일손이 부족한 업종을 들여다보면 두드러지는 게 서비스, 건설공사, 보안같이 체력적으로 힘들고 임금은 낮은 직종들이 대부분이다. 비정규직에 임금이 낮은 업종이라 어떻게 보면 일손이 부족한 게 당연한 직업이 많았다.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 비해, 부작용은 오래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재정 건전성은 최악이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의 세수는 세출보다 많았던 적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격적인 재정 지출을 지속했으니 빚이 쌓이는 것도 당연하다. 지금 일본 정부의 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의 240%에 이르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부담스럽다. 원래 일본 경제는 1억2000만 명이라는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내수 중심의 경제였다. 하지만 엔저로 기업 실적 개선을 유도하면서 국내총생산 증가에 대한 수출 기여율은 21%에서 45%로 커졌다. 같은 기간에 가계소비의 기여율은 40%에서 20%로 줄었다. 소득이 늘지 않는데, 가계가 소비를 늘릴 방법도 없다.

 

환율 내리자 “아베노믹스 한계 드러났다”

엔-달러 환율이 다시 106엔대로 내리자마자 아베노믹스의 한계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도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좋아졌다고 느낀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2%에 그쳤다. ‘실감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무려 71%에 달했다.

아베노믹스가 선전하는 만큼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패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일하는 사람이 많아야 경제도 성장한다. 일본은 세계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 15살 이하는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하지만, 65살 이상은 그 2배가 넘는다. 애초부터 일본처럼 고령화가 진전된 선진국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은 잠재성장률부터 연 1% 이하다. 아베노믹스는 잠재성장률을 조금 넘는 수준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일본의 예를 보면 재정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은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일시적으로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당장 4분기 일본의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올 연말 또다시 10조 엔 규모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베노믹스 엔진의 재점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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