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와 윤석열의 닮은 DNA…호수일까, 악수일까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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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파' 추미애와 윤석열이 만들어 낼 검찰개혁 드라마의 결말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낙점했다. 추 후보자 지명을 통해 검찰개혁 과제 완수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설명도 뒤따랐다. 추 후보자가 '의원 불패'라는 신화를 이어간다면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형성된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긴장 관계를 관리해야 할 난제를 떠안게 된다. 유사한 DNA를 지녔다는 추 후보자와 윤 총장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시사저널 최준필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시사저널 최준필

문재인 대통령은 12월5일 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추미애(61·사법연수원 14기)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지난 10월 14일 조 전 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물러난 지 52일 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명 배경에 대해 "추 후보자는 소외계층 권익 보호를 위해 법조인이 됐고 '국민 중심의 판결'이라는 철학을 지킨 소신 강한 판사로 평가받았다"며 "정계 입문 후 헌정사상 최초로 지역구 5선 여성 국회의원으로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추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강금실 전 장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여성 법무부 장관에 오르게 된다.

개혁 성향에 정치적 중량감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추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중단 없는 검찰개혁을 선언한 상황에서 더욱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이후 '조국 파동'은 물론 최근 하명 수사 및 감찰 무마 의혹으로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이 깊어졌다. 국정운영 동력마저 저하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른바 '추다르크'의 리더십을 통해 검찰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중이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 정가에선 추 후보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DNA가 유사하다는 평가가 많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 총장은 취임 직후 청와대와 여권과 갈등을 빚고 있다. 여권의 적극적인 비호로 검찰총장에 오른 지 한 달 만에 조국 정국을 거치며 여권의 맹비난을 받는 처지다. 최근 청와대 수사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 하명수사 의혹 등을 놓고는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확실히 문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반대로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 상황이다.

추 후보자의 성향도 비슷하다. 추 후보자의 별명은 '추다르크'다. 잔다르크에 빗댈 만큼 뚝심 있다는 얘기다. 때로는 당론과 소신이 충돌할 때, 소신을 택한 행보도 많았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따르는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았다. 2004년 3월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던 당시 처음엔 탄핵 반대 의사를 밝히다 표결을 앞두고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

그의 성품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시점은 2009년이다. 그 해 12월30일, 복수노조 허용 등을 담은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했다.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았던 추 후보자는 중재안을 제시하다 설득에 실패했다. 이후 그는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뒤 회의장 문을 잠그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들만 참가시켜 표결을 강행했다. 추 후보자가 소속된 민주당은 "추 위원장과 한나라당의 야합에 의한 '날치기 통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추미애라면 소신을 지키기 위해선 당론마저 어기고 상대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추미애와 윤석열. 두 사람이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 속에서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는 미지수다. 소신파로 분류되는 두 사람이 만나 환상적인 호흡으로 '검찰 개혁'이라는 협주곡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자석의 N극이 서로 만났을 때처럼, 절정의 불협화음을 낼까.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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