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 6465] “포기하기엔 아직 일러…곧 가시적 성과 기대”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구민주 기자
  • 승인 2019.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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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제세 “20대 국회 끝나기 전 논의할 기회 있을 것”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국회가 정부에게 합리적 해결책을 가져올 시간을 주었음에도 지지부진한 만큼 이제는 입법을 통해 정부에게 해결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해야 할 시간이 됐다”고 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국회가 정부에게 합리적 해결책을 가져올 시간을 주었음에도 지지부진한 만큼 이제는 입법을 통해 정부에게 해결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해야 할 시간이 됐다”고 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포기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문제해결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 문제는 어떤 이들의 ‘생존’과 관련이 있다. 중증 장애인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의 활동지원사의 도움 아래 하루를 살아간다. 이 순간 이들의 일상은 살아 움직인다. 그렇게 이들은 식사를 하고, 화장실에 가고, 병원에 간다. 모두 국가의 지원 덕분이다.

그런데 만 65세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장애인’으로 받던 지원은 중단되고 ‘노인’으로의 지원으로 사실상 강제 전환된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이 아닌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택권’은 없다. 언뜻 보면 별다른 변화가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발생한다. 지원 시간이 하루 최대 4시간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한 살 더 들었다는 변화 밖에 없는데 생명줄 같던 서비스 시간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결국은 ‘예산’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이 문제 해결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장애인만큼 어렵고 힘든 노인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적정 예산이 우선적으로 책정되려면 법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회가 나서야 해결될 문제라는 뜻이다. 해당 상임위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복지위원장을 역임했고, 지금도 복지위에서 활동 중인 오 의원을 인터뷰했다. 과연, 현실을 바꿀 수 있을지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이 문제는 왜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건가.

“국회 복지위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형평성 문제와 예산이라는 걸림돌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회가 정부에게 합리적 해결책을 가져올 시간을 주었음에도 지지부진한 만큼 이제는 입법을 통해 정부에게 해결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해야 할 시간이 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결국 문제 해결이 안 되는 건가.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 어느 때보다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다시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안 된다면 정부의 우려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실증분석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지금은 막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반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조금 더 명확해지면 합리적 대안 마련이 빨라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불편함은 공감하지만, 과도한 재정 소요와 형평성 등의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우리나라의 복지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이제 고령 장애인 활동지원 문제를 해결할 때가 됐다. 최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대통령께서 이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고 하신 만큼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 시행 예정인 연구용역과 시범사업을 통해 종합적인 제도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몫이다.

“최근 열린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도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법 개정과 예산 배정이 관건이다. 개정안의 복지위 심사의결과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추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피 말리는 일이다.

“하루 24시간은 장애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평등한 시간이 아니다. 보통 사람이 무심코 흘려보내는 하루가 고령 장애인분들께는 생존과 사투하는 기나긴 시간이다. 심도 깊은 논의와 합리적 대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문제는 초고령 사회로 달려가는 한국 사회가 맞이한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노인 대 장애인’ 등 약자와 약자가 한정된 예산을 놓고 어려움을 겪는 일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고령화는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 장애인 복지 지출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문제는 노인 대 장애인이라는 구도로 볼 것이 아니다. OECD 절반 수준인 공공사회 복지지출 비중을 높여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는 촘촘한 복지로 국민의 존엄성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심도 깊은 논의와 합리적 대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심도 깊은 논의와 합리적 대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정부는 늘 예산이 부족하고, 약자들은 당장 생존의 문제를 말한다.

“정치도 행정도 결국은 한정된 예산과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문제는 예산이 ‘필요’가 아니라 ‘파워’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때문에 취약 계층, 소외 계층 등 힘 없는 국민들에게 가야할 예산이 더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당리당략이나 힘의 논리가 아니라 가장 절실한 곳에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자립능력이 부족한 분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사람답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궁극적으로 ‘예산 대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 선진국처럼 ‘중(中)부담 중복지’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문제 해결이 늦어질수록 정치에 대한 효용성이 떨어진다.

“정치는 약자부터 생각해야 한다. 정치가 사회적 약자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겠나?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실현이 우리 모두의 지상과제라는 인식하에 장애인도 인간으로서의 기본권 보장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 철학과 인식이 장애인 정책에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만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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