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옥 자카르타’ 포스코 고가도로로 숨통
  • 인도네시아 칠레곤/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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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치캄펙 고가도로에 후판 20만톤 납품…교통 인프라 구축에 큰 몫

<글 싣는 순서>

①‘K-스틸’ 매료된 인도네시아 “우리에게 제철신화 노하우를”

②‘인도네시아에서 은퇴 후 제2인생 꽃피우는 포스코 퇴직자들

③ [최종] ‘교통지옥 자카르타’ 포스코 고가도로로 숨통 

자카르타 교통난을 해소시켜줄 것으로 기대되는 자펙 프로젝트. 도로를 떠받치는 구조물에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만든 후판이 사용됐다. ⓒ포스코
자카르타 교통난을 해소시켜줄 것으로 기대되는 자펙 프로젝트. 도로를 떠받치는 구조물에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만든 후판이 사용됐다. ⓒ포스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교통지옥으로 악명이 높다. 5년전 자동차 윤활유 전문 업체 캐스트롤(Castrol)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카르타를 주행하는 차량은 연평균 3만3240회씩 가다서다(Stop-Start)를 반복해 세계에서 가장 차량 정체가 심한 도시로 꼽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아시안게임 때는 도심 내 2부제를 시행해야 할 정도로 교통문제가 심각했다. 재선에 성공한 조코 위도도(이하 조코위) 정부가 정부 출범 후 1호 공약으로 ‘수도 이전’을 선언한 배경에는 이처럼 심각한 사회 인프라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도네시아 인건비는 매년 7%씩 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중국과 베트남을 대신할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은 점차 잃어가고 있다. 봉제, 신발 등 경공업 산업은 인건비가 이익과 직결돼 있는데, 지금과 같은 인건비 상승 속도는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인들에게 큰 골칫거리다. 때문에 대안으로 생각하는 게 인건비가 싼 자바섬 내륙 지방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방안이다.

공사 중인 자펙 현장  ⓒ포스코
공사 중인 자펙 현장 ⓒ포스코

하지만 여기에도 걸림돌은 있다. 인근에 무역항이 없어 수출 물건을 다시 자카르타로 보내야 한다. 그런데 중부자바와 자카르타를 잇는 구간은 교통 정체가 심각하다. 중부 자바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게 인건비 면에선 쌀지 몰라도 물류비는 훨씬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치솟는 인건비로 공장 이전하지만 물류비도 뛰어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자카르타 남부에서 중부자바의 도시 치캄펙(Cikampek)을 잇는 고속도로를 2층으로 짓기로 한 것이다. 자카르타~치캄펙 구간 37㎞를 고가로 잇는 자펙(JAPEK) 프로젝트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기대감은 크다.

왕복 4차선으로 짓는 이 고속도로의 구조물 기둥은 콘크리트로 짓지만, 도로를 떠받치는 구조물에는 철재가 사용됐다. 그리고 여기에 사용되는 철제는 한국 철강기업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기업 크라카타우 스틸이 합작한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만든 제품을 쓴다.

크라카타우 포스코에서 생산된 후판 제품은 인도네시아 철골구조물 제조사인 부카카 테크닉(Bukaka Teknik)으로 간다. 이 공사에 제품을 대기 위해 부카카 테크닉이 크라카타우 포스코로부터 구입한 후판량은 20만톤이다.

콘크리트로 교각이나 고가도로를 짓는 것은 이점이 있다. 우선 재료를 구하기가 쉽다. 인도네시아는 시멘트 재료인 석회석 매장량이 풍부하다. 국영 건설사들이 계열사로 콘크리트 생산업체를 갖고 있어 교량과 45층 이하 건물 상당수에 콘크리트가 쓰인다.

철골재에 비해 공사 원가도 싸다. 하지만 공사기간은 길다. 철골재의 경우 이미 공장에서 구조물을 반 조립 상태로 만들어와 현장에선 조립만 하면 끝난다. 심각한 교통난 해소를 일차적으로 생각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다소 공사비가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공사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후자를 선택했다.

크라카타우 포스코로부터 제공받은 후판으로 구조물을 만들고 있는 부카카 테크닉 기술자  ⓒ포스코
크라카타우 포스코로부터 제공받은 후판으로 구조물을 만들고 있는 부카카 테크닉 기술자 ⓒ포스코

문제는 인도네시아 발주처나 철구조 제작업체들이 강교량 설계와 관련해 노하우가 없었다는 점이다.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도 없었다. 이런 공사를 따내려면 제조사가 일정부분 설계 및 시공 노하우를 제공해야 한다.

크라카타우 포스코 역시 이 과정을 정확하게 밟았다. 먼저 정부, 학회 등 발주처와 학계에 네트워크 구축에 들어갔다. 2015년 11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강구조 기술 포럼을 열었다. 이 행사는 인도네시아 정부 및 학회 등과 인도네시아 표준 강교량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고품질의 후판을 제대로된 강구조물로 바꿀 수 있는 제조사를 찾는 것이다. 이 때 등장한 회사가 부카카 테크닉이다. 모회사인 부카카그룹은 조코위 1기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난 무하마드 유수프 칼라가 최대주주로 있다. 제작 등 기술능력에선 인도네시아 최고 회사로 평가받는다.

포스코는 산하의 기술연구원 구조연그룹을 통해 고강도강을 적용한 스틸박스 설계와 기술이용 솔루션 등을 제안했다. 자펙 프로젝트에 후판 20만톤이 납품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노력이 숨겨져 있다.

한창 공사 중인 자펙 프로젝트 현장  ⓒ포스코
한창 공사 중인 자펙 프로젝트 현장 ⓒ포스코

자펙 프로젝트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부카카 테크닉에서 생산된 제품은 인도네시아 국영개발사인 와스키타 카야(Wakita Kaya)와 아스트라그룹 산하의 민영건설사 악셋(Acset)이 공동으로 참여한 시공사가 고가도로를 짓는데 쓰인다. 고가도로 전 구간에 고강도강이 쓰인 것인 이번 자펙프로젝트가 처음이다.

그렇기에 공사의 성공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자바섬 내 요크야카르타와 수라카르타, 안촐과 챙가렝, 반둥과 파다라랑에도 고가도로를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자펙 프로젝트의 성공은 이들 프로젝트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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