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철거식 도시재생사업은 서민들 죽이는 폭력이다”
  • 이영수 인천취재본부 기자 (sisa310@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6 11:00
  • 호수 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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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사업 추진이 답”

많은 대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지만, 특히 인천은 신도시와 원도심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 또한 두 지역 간 개발 수준의 차이도 현격하게 벌어져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미명 아래 개발되는 신도시는 꾸준히 발전하는 반면, 원도심은 활력을 잃고 쇠퇴하고 있다. 신도시는 사람이 몰리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지만, 원도심은 사람이 떠나면서 황폐해지고 공동화(空洞化)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새로운 도시로 사람이 떠나면서 오래된 도시가 쇠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흥망성쇠를 겪는 게 도시의 운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신도시 위주 도시 확장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원도심의 낙후성을 마냥 방치할 수도 없다. 인구 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나약해져 가는 원도심에 사람 중심의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활력 있는 도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을 만나 이에 대한 대책을 들어봤다.

ⓒ 시사저널 이영수
ⓒ 시사저널 이영수

인천은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원도심 재생사업은 더뎌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하다.

“여느 시·도와 마찬가지로 인천 지역 역시 원도심은 인구 감소와 빈집·노후주택 비율의 급증, 고령 인구의 증가, 산업 기반 노후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인천 원도심균형발전계획 용역 결과가 이달 중에 나온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과 원도심 주민들을 수차례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주된 내용은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원도심 활성화와 경제 기반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이용하지 않는 공공 공간을 활용한 생활공간의 활력 등이다. 또 노후주거지 재생 및 기초생활 인프라 확충을 통한 생활편리성 증대를 위해 도시재생뉴딜사업도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을 지정하고 역사와 문화, 관광거점, 생활SOC 복합화시설 조성 및 노후주거지 재생과 연계한 상업지역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지구에 대한 개발 방향은 무엇인가.

“원도심 개발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신도시 개발이다. 신도시 개발로 원도심이 소외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전면 철거를 통한 개발은 반대한다. 도시난민을 양산하는 형태의 재생사업은 결국 서민을 죽이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신도시와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재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원도심을 사람 중심의 도시로 개발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천시는 2012년에 정비(예정)구역 212곳을 지정했다가 현재 98곳으로 줄였다. 아직도 정비(예정)구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도시 규모가 엇비슷한 대구시는 228곳, 부산 182곳, 광주 116곳으로 타 광역시와 비교할 때 인천이 결코 과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현재 지정된 정비사업구역들 중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구역이 일부 있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추진 여부는 토지 등 소유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주민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사업추진 가능성이 낮은 구역은 구역지정을 해제해 ‘더불어마을’ 사업 추진 등의 관리방안을 만들고 있다.”

5월8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승기천에서 열린 ‘제8기 인천시 하천살리기추진단 하천네트워크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승기천을 감싸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8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승기천에서 열린 ‘제8기 인천시 하천살리기추진단 하천네트워크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승기천을 감싸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역 주변에 대한 도시재생 계획은 무엇인가.

“인천역 주변 혁신지구와 관련한 기본계획은 인천개항창조도시와 북성포구 십자수로 매립, 동구 지역 일대 지구단위계획수립에서 다뤄지지 않는 인천역 주변 구역에 대한 총체적인 재생사업 추진이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주거환경은 물론 보행 네트워크, 공원 및 주차장 등 다양한 활용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인천역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생사업계획과 맞물린 사업방안을 찾아 재생사업이 펼쳐질 것이다.”

인천항 내항의 8부두를 5개 특화지구로 나눠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항 8부두 재생사업은 2007년에 시민청원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그동안 숱하게 민원만 제기돼 오다가 올해 1월에 해양수산부와 LH공사, 인천항만공사가 손을 맞잡고 내항 일대 항만재개발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이 사업은 내항과 주변지역의 연계 발전방안 구축을 위해 원도심·개항창조도시·해양관광 등 3대 연계 축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해양문화·복합업무·열린주거·혁신사업·관광여가지구 등 5개 특화지구 방안을 마련했다. 중구 일대 개항장과 상생발전 방안을 통해 내항을 재생하는 사업이다.”

8부두 재생사업이 내항 재생사업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8부두 재생사업은 개항 이후 100년 넘게 닫혀 있던 내항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사업이다. 일부 사업자들이 주거공간 조성을 조건으로 재생사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결과 공공용지 50%를 확보한 토지이용계획안을 마련할 수 있었고, 개항광장 등 광장 3곳과 수변공간의 평균 20m를 확보했다. 특히 개항장과 내항의 경관 축을 고려한 저층 위주의 건축계획을 반영했다.”

굴포천과 승기천, 수문통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안을 내놨다.

“굴포천의 경우 부평 지역 상류 복개구간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이며, 승기천과 수문통 복원사업은 도시개발로 사라진 미추홀구 지역의 옛 물길을 복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인천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시민 쉼터 및 생태공간이 마련될 것이다.”

승기천 복원사업이 진행되면 교통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는데.

“주안2·4동 재정비촉진지구와 연계해 기존 도로에 접속되는 30여 개의 이면도로를 정비할 예정이다. 여기에다 주안2·4동 재정비촉진지구 내에 6차선 도로를 확보하면 교통난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본다. 승기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되고, 그 주변에서 진행되는 재생사업이 마무리되면 사람이 몰리고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청계천의 경우,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계천 수변을 사람 중심의 거리로 만들면서 서울의 명소가 됐다. 승기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되면 청계천에 버금가는 인천의 명소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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