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락인의 미제범죄 수첩 《미치도록 잡고싶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5 11:00
  • 호수 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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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완전범죄를 노리던 범죄자들이 진보한 과학수사 앞에서 속속 덜미가 잡히고 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역시 사건 발생 당시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DNA 분석 등 과학수사의 발전에 힘입어 용의자의 실체가 드러났다.

오랜 기간 사회부 기자 생활을 한 저자가 ‘화성사건’ 유력 용의자의 검거를 계기로 현재까지 미스터리에 갇혀 있는 국내 미제 사건들을 들여다보았다. 1991년 대구에 거주하는 5명의 초등학생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후 11년6개월 만인 2002년 9월 유골로 발견된 개구리소년 살해 암매장 사건을 비롯해, 영화 《그놈 목소리》로도 널리 알려진 이형호군 유괴살인 사건, 2008년 7월 경북 포항 지방도로의 옆 갈대숲에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쪽 다리 하나가 발견되면서 시작된 포항 흥해 토막살인 사건, 2006년 3월 강원도 약천마을 우물 안에서 시체로 발견됐지만 아직까지 범인을 찾지 못한 동해 학습지 여교사 살인 사건, 1986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 지금도 행방을 모르는 영화배우 윤영실 실종 사건 등.

전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많은 사건들이 아직도 미제로 남아 있다. 비록 공소시효가 없어졌다 해도 범인을 잡지 못하면 완전범죄가 된다.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경찰의 추격전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미제사건이 결코 완전범죄로 덮여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완전범죄는 없다. 미제로 남아 있지만 결코 영구미제가 되지 말아야 하고 반드시 ‘미제’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야 한다. 지금 미제사건을 다시 마주하는 것은 피해자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는 한편, 완전범죄는 없으며, 결코 어떤 사건이라도 ‘미제’로 외면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코 완전범죄는 없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하여, 미치도록 잡고 싶고 반드시 잡아야 할 ‘그’와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하여.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을 펴낸 이유다.

《미치도록 잡고 싶다》 정락인 지음│이다북스 펴냄│320쪽│1만6500원
《미치도록 잡고 싶다》 정락인 지음│이다북스 펴냄│320쪽│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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