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정세균 총리’ 최종 낙점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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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출신으론 이례적 발탁…총선 등 감안한 ‘다중포석’ 분석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차기 국무총리로 최종 낙점했다. 이는 사상 최초의 국회의장 출신 총리 발탁이다.

문 대통령은 12월17일 오후 2시30분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직접 정 전 의장에 대한 지명 사실을 발표했다.

이번 총리 교체는 대표적인 '경제통'이자 국회와 협치를 부각할 수 있는 정 전 의장을 총리로 내세워 집권 중반기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국정운영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여기에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장수 총리' 직을 이어가고 있는 이낙연 총리가 여권의 최전선에서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중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 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국무총리로 지명된 정세균 전 국회의장 ⓒ 시사저널 박은숙

앞서 여권 내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된 만큼 정부 부처를 총지휘할 총리 교체 문제가 빨리 '교통정리'가 되어야만 부처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총리가 다음 총선에 지역구로 나가기 위해서는 내년 1월16일까지 공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청문회 일정을 더 미루기 어려웠으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총리가 지역구 출마를 할지는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놓는 것이 좋다는 분석이다.

차기 후보자로 낙점된 정 전 의장의 경우 여권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 중반기를 이끌 '경제총리' 콘셉트에 부합하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전 의장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쌍용그룹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17년간 재직하는 등 풍부한 기업 경험을 갖췄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역임한 바 있다.

여기에 국회와 행정부의 '협업'이 점차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며 여야 간 협치를 모색한 경험이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애초 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인 김진표 의원을 유력한 후임 총리로 검토했으나 시민단체 등 진보진영의 반대가 불거지고 김 의원 본인이 고사의 뜻을 밝히며 정 전 의장 쪽으로 무게추가 급속하게 이동했다.

정 전 의장은 그동안 청와대의 의사 타진을 받고 수차례 고사한 바 있으나 '김진표 카드'가 보류된 이후에는 결국 청와대의 검증 요청에 동의했으며, 청와대는 지난 12월11일부터 정 전 의장에 대한 검증에 착수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특히 "정 전 의장이 총리가 된다면 내치(內治) 영역에서 총리의 권한이 상당 부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회의장 출신으로서 무게감이 있는 인사인 데다 청와대에서도 오랜 설득을 거쳐 데려오는 인사인 만큼 그에 합당한 권한을 주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 전 의장 지명이 발표될 경우 입법부의 수장 출신 인사가 사실상 행정부의 '2인자'가 된다는 점에서 국회 내 반발도 예상된다. 실제로 정 전 의장의 총리 유력설이 불거지자 야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12월15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입법부 수장을 했던 정 전 의장을 행정부의 2인자로 삼겠다니, 3권분립의 정신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나"라며 "유신독재 시절에나 있음직한 발상이다. 이런 식이라면 인준 투표 때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정 의원이 총리로 지명된 것을 두고 그도 여권의 차기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총리는 전국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자리"라며 "정 의원이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강력한 여권 내 대선주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 의원도 통상 국회의장을 지내면 으레 정계를 은퇴하던 관례와 달리 계속 현역에 남아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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