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해의 히트상품] 2019년 유통가엔 ‘뉴트로’가 빛났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4 10:00
  • 호수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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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이즈백부터 마라탕까지,
소비자 사로잡은 올해의 히트 상품 10선

2019년 한 해,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서도 주목받는 상품들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복고와 현대성을 조합한 ‘뉴트로(Newtro)’에 열광했고, ‘혼자’의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제품과 놀이를 선택했다. 운동과 게임의 조합,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거래 서비스 등 ‘따로 또 같이’ 전략도 통했다. 패션, 식품, 문화, 전자 분야를 비롯해 ‘혼코노미’ 트렌드를 반영하는 상품까지, 뜨거운 인기로 올 한 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은 히트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한다.

 

게임과 운동의 ‘꿀조합’이 불러온 품귀현상

링 피트
ⓒ 닌텐도
ⓒ 닌텐도

‘링 피트 어드벤처’, 일명 ‘링 피트’라 불린다. 포켓몬스터와 마리오 등으로 유명한 콘솔게임 전문회사 닌텐도에서 출시한 게임이다. 유저의 패드 조작이 아니라 전신의 활발한 운동을 통해서만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 게임과 다르다. 운동의 필요성은 몸소 느끼고 있지만 귀찮고 재미없어 운동을 미뤄오던 이들에게 링 피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품귀현상을 빚었고, 웃돈을 얹어 구매하는 일도 생겨났다.

링 피트는 게임 소프트 외에 양손으로 잡고 조작할 수 있는 ‘링콘’과 왼쪽 허벅지에 부착해 하체 운동 움직임을 인식하는 ‘레그스트랩’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닌텐도 스위치의 조이콘을 각각 부착한 뒤, 플레이어의 성별, 나이, 평소 운동량과 원하는 운동 강도 등을 입력한 후 개인별 맞춤 운동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돼 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운동을 통해 몬스터를 쓰러뜨려야 한다. 스쿼트부터 무릎 당기기, 제자리 뛰기 등 다양한 동작을 게임을 통해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다. 매일 30분 플레이할 경우 약 3개월이면 끝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뽀글이와 숏패딩이 돌아왔다

뉴트로 패션

ⓒ FCMM·파타고니아
ⓒ FCMM·파타고니아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인 뉴트로. 이 단어는 2019년 패션계 역시 강타했다. 4050에게는 추억을, 2030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선사하는 뉴트로 패션 아이템은 복고 스타일에 현대적인 패션 포인트를 섞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물이 빠진 연청이 돌아왔고, 위아래 옷을 모두 데님으로 맞춰 입는 ‘청청패션’도 다시 등장했다. 커다란 오버사이즈 재킷과 체크무늬 패턴은 가을을 집중 공략해 뉴트로 감성을 뽐냈다. 지난해 롱패딩이 대세였던 겨울 패션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올겨울은 일명 ‘뽀글이’로 불리는 ‘플리스’와 숏패딩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인조 모피는 ‘저렴이’가 아니라 ‘선택지’

페이크 퍼

ⓒ H&M·ZARA
ⓒ H&M·ZARA

 동물 보호 바람이 패션업계에도 불면서 리얼 퍼가 아닌 페이크 퍼(fake fur)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11월5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앞으로 인조 모피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오랜 의상 담당자인 안젤라 켈리가 최근 출간한 서적 《동전의 뒷면: 여왕》을 통해 ‘동물의 털로 만든 옷을 입지 않기로 했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인조 모피가 주목받으면서 ‘고급스러운 천연 모피’와 ‘저렴한 인조 모피’라는 이분법도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다양한 컬러, 독특한 디자인 등 형태가 다양해진 것은 물론 고가의 인조 모피까지 등장했고, 구찌와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 역시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하기도 했다.

 

 

작지만 강한 가전들, 혼코노미 일상 책임지다

소형 가전

ⓒ 시사저널 최준필·쿠첸
ⓒ 시사저널 최준필·쿠첸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전업계의 대용량 가전이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2017~2047년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17년 가구원 수별 비중은 1인 가구(558만3000가구·28.5%)가 가장 높고, 3인 이하 소가구 규모가 전체의 76.5%를 차지했다. 평균 가구원 수는 2.48명에서 점차 줄어 2047년 2.03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불필요한 소비와 비효율적인 공간 활용, 전력 낭비 등을 이유로 작은 용량의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전제품의 크기보다는 기능과 디자인에 집중하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1인 가전, 소규모 가전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이마트가 1~2인 가구를 겨냥해 내놓은 가전제품의 올해(1월1일~10월22일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5.3%나 증가했다. 라면포트 등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들의 수요가 확연히 늘었고, 대형 가전도 1~2인 가구를 위한 가성비 상품으로 개발되는 추세다. 냉장고·건조기 등 수요는 높지만 혼족 가구가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전들이 모두 ‘소형’으로 등장했다.

 

혼족 문화에 따라 진화한 노래방 “나 혼자서도 노래해”

코인노래방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나홀로 활동’이 계속 늘어나면서 코인노래방의 인기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노래방에 몰려가던 시절은 옛말. 혼자 ‘코노’를 찾아 노래를 부르는 것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코인노래방은 2019년 5월 기준으로 새로 문을 연 노래방의 53%(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노래방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를 차지할 만큼 노래방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코인노래방은 최근 전체 인기곡 순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코인노래방 이용이 늘어나자 휴게음식점과 함께 영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민원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 문체부는 휴게음식점과 코인노래방의 복합영업 허용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온·오프의 장점을 결합한 중고 거래 베스트앱

당근마켓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과 중고 물품을 사고팔 수 있는 앱, 당근마켓이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 회, 월 방문자 수 400만 명을 기록했다. 동네에서 이웃들이 함께 만나 물건을 사고팔며 교류한다는 특별함으로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 SNS 구매 사기나 중고나라 사기 등으로 골머리를 겪으며 ‘불신’을 마음속에 품게 됐던 사람들은 당근마켓에 환호했다.

당근마켓은 전국을 6000개가 넘는 단위로 쪼개, 같은 동네에서 인증을 한 사람들끼리만 물건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온라인 거래의 장점을 유지하되 오프라인 직거래의 장점을 결합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자발적으로 작성하는 거래 후기를 통해 평판을 확인해 볼 수 있고, 판매자의 신뢰도와 응답시간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구글플레이가 12월11일 선정한 ‘2019 올해의 베스트앱’에 선정되기도 했다.

 

중장년에게 옛 추억을, 젊은 세대엔 신선함을 안겨준 푸른 두꺼비

진로이즈백

ⓒ 하이트진로
ⓒ 하이트진로

 1초당 5.4병이 판매됐다. 9월에 5000만 병, 11월에 1억 병을 돌파했다. 식품업계의 뉴트로 열풍에서 가장 주목받는 진로이즈백 얘기다. 진로이즈백 출시 당시 하이트진로의 내부 목표는 1년에 1000만 병이었다. 출시 당시 목표한 연간 판매량을 2개월 만에 달성했으며, 72일 만에 1000만 병을 판매한 이후, 판매 속도는 4.5배 빨라졌다. 가정용 페트나 팩 제품 없이 병 모델로만 이룬 성과다.

506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두꺼비’와 투명한 병을 콘셉트로 내세운 진로이즈백은 젊은 세대에게도 신선함을 안겨줬다. 뉴트로 콘셉트를 반영한 제품 디자인, 친근한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통합적인 광고 캠페인 등으로 빠른 시간 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2030 세대까지 공략했다. 가히 하이트진로의 ‘효자’라 불릴 만하다. 진로 전성기 때 주점을 재현해 한시적으로 운영한 팝업스토어 ‘두꺼비집’도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혈중 마라농도, 마세권을 아시나요?”

마라탕

중국 향신료 마라를 활용한 음식이 연이어 등장하며 마라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마라는 매운맛을 내는 중국 쓰촨 지방의 향신료다. 2~3년 전만 해도 중국인 주요 거주지역이나 중국 음식 전문점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마라는 올해 급격하게 유행을 탔다. 중독성 있는 알싸한 매운맛을 앞세워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새로운 마라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마라 열풍을 잇고 있다. ‘마세권(마라 음식점 인근)’ ‘마라위크(마라 요리를 먹는 주간)’ ‘혈중 마라농도(알코올 농도에 마라를 빗댄 말)’ 등의 신조어도 생겼다.

다른 음식으로 확산된 속도도 놀랍다. 유행에 가장 민감한 라면업계는 마라를 입힌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고 마라맛 치킨, 떡볶이, 과자들이 속속 출시됐다. 트렌드를 중시하는 1020이 주 소비층인 편의점업계 역시 마라와 관련된 즉석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식품업계는 마라가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며 시장에 안착했다고 분석한다. 기존의 매운맛과 다른 얼얼한 매운맛이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들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시사저널 임준선

 

4월, 어벤져스가 ‘마블민국’에 상륙했다

마블

지난 4월 ‘어벤져스’ 시리즈의 최종장인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 한국에 상륙했다. 흥행은 예상돼 있었지만, 예측 이상을 뛰어넘었다. 마블을 사랑하는 마블민국, 마블의 ‘빅마켓’답게 개봉 전부터 무서운 예매율을 보이더니 4시간30분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고, 22일 만에 1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결국 1394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5위에 올랐다.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돼 지난 3월 개봉한 《캡틴마블》까지, 총 21편의 영화를 통해 관객과 호흡하며 구축한 마블의 세계관, ‘인피니티 사가’. 마블이 구축한 세계관인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인간미와 단점을 가진 히어로들의 서사는 대중들이 마블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었고, 흑인 슈퍼히어로를 등장시키고 여성이나 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등 시대가 요구하는 부분을 영화에 편입시키며 히어로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팬층까지 포섭했다. 그렇게 11년간 이어져온 MCU의 페이즈3는 많은 팬들의 사랑과 함께 마무리됐다. 마블 스튜디오는 2020년 《블랙 위도우》로 다시 흥행 포문을 연다.

 

한겨울, 한반도 다시 덮친 ‘겨울왕국2’

겨울왕국2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겨울왕국’의 바람이 또다시 한국을 덮쳤다. 개봉하자마자 한국 극장가를 휩쓸어버린 《겨울왕국2》. 이번 작품에서는 엘사와 안나가 아렌델 왕국의 감춰져왔던 진실과 엘사가 지닌 마법의 비밀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로 전편보다 한층 성장한 캐릭터와 확장된 스토리를 보여줬다. 《겨울왕국2》는 개봉 17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5번째이자 마지막 1000만 영화가 됐다. 전 세계 흥행 수익은 무려 10억 달러(약 1조1760억원)를 돌파했다. 12월16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에 다르면 현재까지 북미 흥행 수익은 3억6654만 달러(약 4311억원)를 달성했고, 전 세계 흥행 수익은 10억3254만 달러를 넘어섰다.

12월19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1233만5255명으로 개봉 4주 차에도 흔들림 없는 흥행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써 《겨울왕국2》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121만2710명)를 뛰어넘고 역대 국내 개봉 외화 흥행 4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1393만4592명), 2위는 《아바타》(1333만8863명), 3위 《알라딘》(1255만2213명)이다. 엘사의 마법에 유통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겨울왕국2》의 라이선스 유무로 희비가 엇갈릴 정도다. 공식 파트너사가 출시한 신제품은 옷, 장갑, 마스크뿐 아니라 완구, 케이크, 화장품 등을 비롯해 1000여 가지가 넘는다. 유통가에 나타나는 파급효과는 1편보다 훨씬 크다. 《겨울왕국2》는 개봉 17일째인 12월7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1편(46일)보다 29일이나 짧은 기록이다. 5년 전 겨울왕국을 접했던 세대뿐 아니라 새로운 어린이 관객까지 유입되면서, 겨울왕국 열풍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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