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정글로 돌아가지만 진중한 정치 하겠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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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지명돼 마음 가벼워져…구체적 행보는 당의 뜻 따르겠다”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 이낙연 국무총리가 2년7개월 재임 기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정부를 떠나야 하는 때가 되니 그동안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의 무거움이 저를 짓누른다"며 "그래도 경륜과 역량과 덕망을 모두 갖춘 정세균 의원이 다음 총리로 지명돼서 정부를 떠나는 제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2월19일 오후 세종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2월19일 오후 세종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총리는 12월19일 세종총리공관에서 총리실 출입기자단과 가진 송년 만찬 간담회에서 정치 재개를 앞둔 포부를 밝혔다. 차기 총리로 지명된 정세균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마무리되면 이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후 차기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서 출마하거나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이끄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총리는 향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도 않았다"며 "그것을 제가 요청하거나 제안하기보다는 소속 정당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것은 정치의 품격, 신뢰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제가 다시 돌아갈 그곳이 정글 같은 곳이지만 국민께서 신망을 보내주신 그런 정치를 견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리는 "기자와 의원으로 지냈던 기간은 문제의식은 왕성했으나 그것을 해결하는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과 현장에서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며 "지사와 총리를 하면서는 기자와 의원으로서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게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로 되돌아간다면 그것을 알게 된 사람으로서 진중하고 무겁게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시대정신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성장과 포용이 동시에 중요하다"며 "그런 문제들을 실용적 진보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정치인에겐 조직 내 기반도 필요하지만, 국민에 대한 호소력도 못지않게 중요하고 후자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라며 돌파 의지를 밝혔다. 이어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면 그것을 작은 조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정치의 임무에 부합할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고 반문했다.

이 총리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나눈 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는 "2차 개각이 있던 올여름 무렵에 대통령이 '총리가 정부에서 더 일했으면 좋겠지만 생각이 어떠신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셨다"며 "그래서 저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총선이고, 정부 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 대통령에 대해 "한국 남자로서는 거의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진중하고 배려심이 많으시다"라며 "저를 많이 신뢰해주신 것이 저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배려 덕분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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