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기후 위기, 정부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 클레어 함 유럽통신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1 11:00
  • 호수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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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세계 3번째 최대 기후 피해국 지목돼 ‘충격’
‘뮌헨은 행동해야 한다’ 연대체 구성

최근 사상 유례없는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 지구 곳곳에서 속출하는 가운데, 독일이 2018년 세계 3대 기후 피해국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됨에 따라, 독일 현지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을 중점으로 세계의 환경과 경제 문제를 연구하는 독일의 평가기구 ‘저먼와치’는 지난 12월13일까지 마드리드에서 열렸던 유엔기후총회(COP25)에서 2018년 글로벌 기후 위기 인덱스 결과를 발표하며, 독일이 일본과 필리핀 다음으로 3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유력한 뮌헨재보험사(Munich Re)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거주자 100만 명 대비 사망자 수와 국내총생산 대비 피해액을 기준으로 국가별 순위를 매겼다. 독일은 2018년 폭염으로 인한 총 사망자 수가 1246명을 기록했고, 농부들은 엄청난 농작물 손실을 경험했다. 독일농부협회(DBV)는 2018년 한 해만 농작물 손실을 50%에서 70%로 추정했다. 약 8000명의 농부들이 연방정부 긴급지원금을 신청해 3억4000만 유로(4430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았다. 또한 극단적인 기후현상은 인프라에도 악영향을 미친 가운데, 2018년 주택 및 자동차, 농상공업 보험 피해액은 31억 유로(4조원)에 이르렀다.

독일 환경단체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 결석 시위대’(FFF)가 지난 11월29일(현지시간) ‘Climate Justice Now’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독일 뮌헨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München Muss Handeln
지난 11월 29일, 뮌헨의 도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 결석 시위’(FFF)에서 학생들이 ‘기후정의 당장 실현하라’고 씌인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München Muss Handeln (Guenther Strauss)

“우박 폭풍과 허리케인 같은 광풍 유발할 것”

독일이 기상 이변 최대 피해국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자국 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뮌헨공대 공공정책대학 환경 및 기후 정책학과 미란다 슈로이어스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독일인들에게 이런 기후현상은 충격적”이라며 “앞으로 홍수와 가뭄 외에도, 우박 폭풍과 허리케인 같은 광풍 등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로이어스 교수는 이런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독일은 재생 에너지 확장 등 기후완화책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최근에는 2030년대 중후반까지 석탄 에너지를 완전 폐기하고, 전기를 이용한 교통수단 개발, 건축물 내 효과적인 에너지 사용 등에 대한 논의가 많다”고 전했다. 또한 “독일 정부도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2050년까지 유럽이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교통과 건축 부문에서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탄소 중립(Net Zero)’이란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과 흡수 수준을 똑같이 맞춰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의 2%를 차지하는 유럽연합 최대 경제 대국 독일도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로 축소한다는 애초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됐다.

독일 정부는 지난 9월, 석탄 및 석유를 포함한 화석연료에 대한 탄소세 부과, 기차 요금 인하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기후법안 패키지’를 제시했다. 이 법안은 연방 및 지방정부 간 재정 문제를 조율하는 중재위원회를 거쳐, 지난 12월20일 개정안이 연방 상원에서 최종 승인을 얻었다. 향후 장거리 기차 요금은 10% 인하, 1톤당 10유로로 제안됐던 탄소세는 25유로로 증가,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한 주택 리모델링 시 세금혜택도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다수의 환경단체들은 지구의 연평균 상승온도를 섭씨 1.5도 내로 설정한 파리협약의 지구온난화 한계선에는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편 지난 11월28일 유럽의회는 전 세계 ‘기후 및 환경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의결안을 채택했다. 이에 발맞춰, 신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2월11일 2050년까지 ‘탄소 중립’를 목표로 하는 ‘그린 딜’을 소개해 큰 환영을 받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 그린 딜을 “유럽의 새로운 성장전략’이라고 명명하며, 혁신적인 친환경 기술 개발과 일자리 창출도 약속하고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0%로 축소, 환경오염 외국 업체에 대한 세금 부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일부 회원국에 1000억 유로 (130조원)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향후 승인될 경우, 유럽연합 28개 회원국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녹색당의 압승은 獨 환경정책에 대한 질책

현재 전 세계를 휩쓰는 시민저항의 물결 속에서, 독일 사회를 관통한 올해의 키워드는 단연코 기후 위기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11월 독일어협회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세 단어 중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 위기 대응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운동, ‘미래를 위한 금요일 결석 시위’(FFF·Fridays For Future)도 포함됐다. 이 시위는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8년 8월부터 스웨덴 국회 앞에서 현실적인 기후 위기 대응책을 촉구하며 결석 시위를 한 것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독일의 주요 도시에서도 매주 금요일 정기집회, 격월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지난 11월에는 뮌헨에서만 6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운동의 기획과 운영은 학생들이 주도하지만, 다양한 세대들도 집회에 참여하며 지원하고 있다. 이 학생운동을 계기로 독일에서는 ‘미래를 위한 과학자들’ ‘미래를 위한 예술가들’ ‘미래를 위한 부모들’ ‘미래를 위한 교회들’ 등 수많은 그룹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독일 연방정부에 ‘2035년까지 탄소 중립, 2030년까지 석탄 에너지 폐기, 2035년까지 재생 에너지 100% 실현’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며, ‘2025년까지 탄소 중립’을 주장하는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시민불복종 운동도 독일 사회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1주년을 맞은 뮌헨의 ‘FFF’ 지부는 2020년 3월 뮌헨 시의회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해, 현지의 다수 환경-인권단체 및 사기업이 대규모 연합체를 구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뮌헨은 행동해야 한다’(Mnchen Muss Handeln)는 이름의 이 연대체는 무려 457개 단체로 구성됐으며, 현지 학생들이 과학자 및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직접 제작한 32개 요구사항을 지지하는 신문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뮌헨시 당국에 2022년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2020년부터 신건축물에 태양 에너지 시스템 설치 의무화, 2025년까지 도심 전역을 ‘차 없는 지역’으로 변경하는 등, 구체적인 시한과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호응한 뮌헨 시 당국은 지난 12월18일 ‘기후 위기’를 공식 선언하고, 탄소 순 배출 제로의 목표를 2050년에서 2035년으로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 연합체는 2020년 선거에 앞서, 각 정당의 정책이 이 32개 요구에 부합하냐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홍보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이런 형식의 시민사회 연대체는 함부르크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녹색당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2014년 선거 때보다 두 배 많은 표를 얻으며 제2당이 되는 압승을 거뒀다. 기후변화가 현실로 체감되는 위기 상황에서 녹색당이 급성장한 것은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 외에도, 독일 정부가 환경보호정책에 노력하라는 독일인들의 질책으로 여겨진다. 81%의 국민이 정부의 환경정책이 개선되길 바란다는 도이체벨레의 여론조사 발표(지난 5월24일자)는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향후 독일 정부가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민의를 존중해 이에 합당한 환경정책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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