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소비자물가 넉 달 연속 마이너스…"디플레이션 우려 더 커진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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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역대 최저 물가상승률 기록할 가능성 높아져

지난달 경남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저물가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득 증감에 관계없이 소비 지출이 필요한 기본 생필품을 대상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 또한 3분기에 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해 수요 부진에 의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농산물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농산물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12월23일 발표한 '경남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0.4%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1~7월 0%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8월부터는 넉 달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11개월째 1%를 밑도는 미약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 역대 최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가 1년 전보다 0.4% 하락하면서 전체 하락세를 주도했다. 수산물은 상승했지만, 농산물(-7.3%)은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가공식품(-0.2%), 내구재(-1.0%) 등 공업제품과 집세(-1.9%), 공공서비스(-1.3%) 등 서비스 물가도 떨어졌다.

소비자의 체감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2% 떨어졌다. 올해 경남지역 생활물가 상승률은 2분기(0.5%)를 제외하곤 1분기(-0.1%), 3분기(-0.6%) 역시 마이너스 상태다. 실직적인 소비 여력을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가 낮다는 건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 수요가 줄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에 의한 현상으로 분석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불황으로 인한 수요 부진 탓으로 보고 있다. 경남지역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연말까지 저물가 흐름이 지속되면 IMF 외환 위기와 메르스 사태로 경기가 얼어붙었던 1999년(0.8%)과 2015년(0.7%)보다도 낮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경남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4.8% 감소했다. 경남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지난해 -5.7%를 기록하다가 올해 2분기 3.9% 증가하는 등 호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3분기 -3.7%로 떨어지더니 10월에도 마이너스에 빠져 버렸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최대 생산 가능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이 설비, 노동력, 조업 시간·일수 등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 최대로 얼마나 물건을 만들 수 있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경남 생산능력지수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월 중 중소기업 평균가동률(63.9%)은 전월에 비해 2.8%p 하락했다. 생산실적을 생산능력으로 나눠 산출하는 이 지수는 일반적으로 경기활력이 살아날 때 높아진다. 제조업 생산능력이 감소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금속가공과 기계장비, 자동차 및 트레일러 부문 부진에 따른 결과다. 경남 경제의 핵심인 제조업의 생산 기반이 광범위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창원의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제가 활력을 잃고 성장 동력이 위축되는 구조적 침체에 빠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경기 진작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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