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은 구시대적 행동, 효과도 없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1 16:00
  • 호수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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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치적 고향 순천 떠나 신당 창당 선언한 이정현 무소속 의원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정치적 고향’인 전남 순천을 떠났다. 보수정당 유일의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박근혜 정권의 핵심 인사였던 이 의원은 지난 12월12일 순천을 떠나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지역구인 전남 순천의 순천대 70주년 기념홀에서 열린 의정보고회에서 “지역 구도를 개선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호남에서 24년간 도전해 왔다. 당선 가능성 0%에서 시작했으나 순천 시민 덕에 마침내 성공적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며 “또 다른 도전, 즉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해 서포터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좌우 이념을 넘어선 새로운 흐름을 담아낼 수 있는 세력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시사저널은 지난 12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 의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무엇보다 그가 새로운 정치세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궁금했다. 사실상 ‘험지’를 선택한 이 의원은 생각보다 훨씬 더 편안해 보였다. “이런 정치로는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 이 의원은 오래전부터 이런 구상을 해 왔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지금 내 열정은 ‘새로운 정치’에 꽂혀 있다”

순천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금 내 관심은 어디에 출마해 4선 의원을 달성하는가가 아니다. 진짜 관심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해 정치의 큰 판을 바꿀 수 있는지다. 변화가 필요하다. 모든 열정은 그것을 향해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출마하는 것은 100% 맞지만 아직 어디에 출마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어떤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과거에도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은 많이 나왔다. 정치인 이정현이 말하는 ‘새 정치’는 무슨 차이가 있나.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안철수 전 대표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치인이 정치에 개혁이 필요하다며 나섰다. 그들도 제대로 정치현실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혁하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메시아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개혁을 한다면서 ‘나를 따르라’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대적· 정치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정치 개혁’을 개인의 탐욕을 위해 사용하면서 모두 실패했다. ‘누구의 당’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당’은 무조건 실패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전면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다. 과거 정치 개혁 움직임과의 공통점이라면 변화에 대한 갈망이다. 차이점이라면 ‘메시아 정치’ 내지는 ‘대통령 되기 위한 정당’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정치 개혁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전에도 주요 인물들의 주도하에 정치세력화가 이뤄지지 않았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의 중심에 있던 시절에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했다. 그래야 정권에 대항해 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전혀 아니다. 김영삼·김대중 이후에 이름값이 중요한 정치의 시대는 지났다. 난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정치를 하는 데 있어 ‘서포터’(조력자)가 되고자 한다.”

구체적인 밑그림은 그려진 것인가.

“정치세력화에 대한 선언을 최근에 한 것일 뿐, 지난 1년 반 넘도록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사무실 책장을 가리키며) 여기 있는 책들이 보이나. 이 책의 저자들을 거의 모두 만나고 다니며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구상을 해 왔다. 우선 현장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에서 실제 현장을 누비며 절실하게 느낀 분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자영업 종사자가 실제 느낀 점을 정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미래 세대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20대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고, 30대 국회의원은 3명뿐이다. 문제가 많다. 현재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은 그 자체가 미래의 문제다. 이것에 대해 20대나 30대 국회의원들이 몇십 명씩 참여해 미래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20~40대 국회의원이 180명, 즉 60% 이상은 돼야 한다. 지금 국회에 절대 부족한 것은 미래 세대다. 이들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공감능력이 너무 부족하다.”

“미래 세대·현장 목소리 듣는 개혁 이뤄야”

선언 시점이 너무 늦은 것 아닌가.

“전혀 늦지 않다고 본다. 심지어 선거 20여 일 전에 창당했던 과거도 있지 않나. 문제는 시점이 아니라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해 사람을 모을 수 있느냐다. 취지에 공감한다면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다고 본다. 종북 세력 같은 극단적 인사를 제외한다면 이념을 떠나 모든 사람이 함께할 수 있다. 이념 대결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싸움은 실체가 없는 싸움이다.”

자유한국당이 ‘친황 체제’ 내지는 ‘도로 친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과거에 대표까지 했던 정당이기 때문에 험담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 가지는 얘기해야겠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했는데, 단식이란 것은 많은 국민에게 취지를 알리기 위한 수단의 하나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로 1시간이면 전 국민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시대다. 단식 같은 구시대적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효과도 없다. 나도 당 대표 시절 단식을 했지만 지금 분명히 후회하고 있다. 그런 옛날 방식으로는 많은 국민에게 공감대를 얻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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