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까지 받은 매직셀 치료법, 현실에선 왜 불법?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8 08:00
  • 호수 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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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수 서울대 교수, 줄기세포 치료법 최초 개발하고도 국내에선 인가 못 받아

세종시에 사는 최아무개씨(38)는 지난해 11월18일 회사 동료들과 회식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병원에서 막힌 혈관을 뚫는 치료(스텐트 시술)로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그러나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실제 치료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심장 근육 일부가 괴사해 심장 기능의 50%를 잃었다. 최씨는 “심근경색 후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호흡이 가쁘다”고 말했다.

급성 심근경색이 생기면 치료를 받아도 심장 근육 세포가 죽기 때문에 심장 기능이 떨어진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30%는 심부전(심장의 기능 저하로 신체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 생긴다. ‘매직셀’ 치료로 이 비율을 10%로 낮출 수 있다. 연구 결과 스텐트 시술 후 최소 4주 이내에 이 치료를 받아야 가장 효과가 좋다. 최씨처럼 젊고 심장 근육이 많이 괴사한 경우에 그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매직셀 치료는 김 교수팀이 15년 동안 연구한 결실이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괴사하는 심장 근육을 줄기세포로 회생시키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보건복지부가 인정했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제안으로 2013년부터 3년 동안 일부 임상에 적용해 그 효과를 재확인했다. 16편의 논문을 란셋 등 세계적인 의학저널에 게재해 세계 전문가들의 검증도 받았다. 이런 공로로 김 교수는 2016년 정부로부터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김 교수는 “환자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뽑아 다시 주입하는 게 아니다. 유도제(사이토카인)로 골수의 줄기세포를 말초혈관으로 모이게 한 후 심장으로 보내는 방식이 우리가 개발한 고유의 기술력이다. 또 줄기세포가 근육 세포로 분화하는 것도 아니다. 급성 심근경색 후 여러 요인으로 심장 근육 세포가 비실대다가 괴사하는데 그 기간이 4~6주다. 이 기간에 줄기세포 치료를 하면 죽어가는 심장의 근육 세포 일부를 회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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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사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미인가 상태

그러나 현재 이 치료법은 국내에서 불법이다. 신의료기술로 인가받지 못해서다. 최씨는 지난해 12월18일까지 줄기세포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스텐트 시술을 받은 지 1개월을 넘기면 심장 근육 세포가 완전히 죽기 때문이다. 그는 줄기세포 치료 인가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냈다.

그러나 신의료기술 인가가 나지 않은 탓에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에겐 약물치료에 의존하는 방법만 남았다. 김 교수는 “신의료기술 심사위원들은 외국에 사례가 없다거나 연구한 환자 수가 적다는 등의 이유로 인가를 미루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연구로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치료 사례가 없는 게 당연하다. 또 연구에 동원된 환자 500명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모든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적용하는 치료법(가이드라인)으로 인정해 달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이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사용하는 길을 막지만 말아 달라는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세계적으로 200여 건의 줄기세포 연구가 진행 중이고 일본, 이스라엘,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시작했다. 자칫 우리가 먼저 내놓은 연구 결실을 다른 국가가 따먹을 수도 있다. 심장질환은 국내에서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심근경색 환자는 11만여 명이고 10만 명당 사망률은 62.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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