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진중권 향해 “‘입진보’가 ‘입보수’로 변해”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3 15: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李 민주당 의원 SNS 통해 “진 전 교수, 심각한 지적 퇴행” 비판…2012년 시작된 두 사람 악연 다시 주목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양만안·5선)이 12월3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두고 "'입진보'가 '입보수'로 변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진 전 교수) 자신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아무런 지적·공동체적 자극이 없이 거짓말쟁이 총장의 배려에 그저 감사하면서 순응하다 보면 심각한 지적 퇴행이 일어나나 보다”라고 비난했다. 

진보논객으로 불렸던 진 전 교수는 지난 1월1일 ‘JTBC 신년특집 토론’에 출연해 '조국 사태' 등과 관련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 등을 두고 최근 여권 기류와 다른 입장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상대 토론자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겐 “대중의 논리를 마비시킨다. 구사하는 언어가 전체주의 선동의 언어”라고 했고,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을 ‘네오나치’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이 의원은 "진중권씨가 일으키는 노이즈에 대해 신경을 끄려고 했는데 일시적인 총질 특수를 누려서인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진씨가 누구든지 맞짱 뜨자고 시비를 걸면서 행패를 부리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씨의 '맞짱' 제안에 별 호응이 없다면 이는 한국의 논객 사회에서 진 씨가 진지한 토론 상대로서의 가치조차 없다는 경멸의 또 다른 표현"이라며 김지하 시인을 예로 들었다. 

이 의원은 "진씨의 서울대 미학과 선배인 김지하는 한때 시대의 아이콘이었고 지금도 활발한 저술·발언을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관심을 가질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며 "진씨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람들이 그(진중권 전 교수)에게 분노했다면 그의 책 독자였고, 출연한 방송의 시청자였기 때문이다. 진 씨의 책과 말에 있던 정의감, 진지함, 비판의식이 무너져 내려서 분노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책을 선택해서 먹고 살게 해줬던 독자들이 찌질이, 저능아, '네오나치' 수준으로 보이는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앞서 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JTBC 토론 이후 자신을 비난하는 친여(親與) 성향의 네티즌들을 겨냥해 “저와 토론하고 싶은 문빠분은 이 글 밑에 신청해주시고, 메시지로 연락처를 남겨 달라. 그럴 용기가 없으면 자신의 찌질함을 깨닫고 알아서 주체적으로 찌그러지시라”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이 의원은 진 전 교수를 향해 "소설가 이문열은 2001년 자신의 극우 글에 분노하는 독자들에게 책을 반품하라고 제안했다"며 "'입진보'가 '입보수'로 변했으니 입진보 담론이 담긴 상품은 반품을 제안하고, 받아주는 게 상도의에 맞는다. 돈을 많이 준비해야 할까"라고 비꼬았다. 

이 의원과 진 전 교수 간 악연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8월5일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최고위원이었던 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내 공천헌금 논란과 관련해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당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역시 트위터를 통해 “저속하고 유치한 인신공격. 이분이야말로 국회에서 제명해야 할 듯. 민주당, 김용민 사태를 겪고도 아직 배운 게 없나 봅니다”라고 이 의원을 비판했다. 

이후 비판의 ‘소재’로 등장한 ‘나꼼수’ 김용민씨가 트위터로 “욕한 사람 국회에서 제명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반박하자, 진 교수는 “진보의 ‘가치관’이 무너졌다. ‘저의’나 ‘도덕’ 대신에 들어선 것이 조야한 ‘편’과 ‘힘’의 논리. (중략) 믿을 거라곤 쌍욕과 음모론뿐. 딱 그 꼬라지”라고 맞받았다. 김씨는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강간’ 발언 등 막말 파문으로 큰 논란을 불렀었다. 

당시 이 의원은 사과하기에 앞서 “‘그 표현은 약하다’며 ‘더 세게 하지’라고 말씀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고, 진 전 교수는 “이 최고위원, 의원 정도 됐으면 최소한 그런 닭대가리들과 거리를 취할 줄을 알아야 한다”고 응대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