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들, 미국의 심장에서 ‘세계 평화’를 노래하다
  • 미국 뉴욕=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1 15:00
  • 호수 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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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종파 70개국 성직자들, 사회 갈등과 아픔 치유 위해 종파 초월 모여

“Our cherished hopes are for unity. Even our dreams are for unity.(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어렸을 때 흔히 불렀던 동요 《우리의 소원》의 영문 가사다. 통일에 대한 민족의 염원을 담아 1947년 발표된 이 동요가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 인근에서 울려 퍼졌다. 다양한 피부색과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요 그대로의 음률에 맞춰 한목소리를 냈다. 절대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 것 같던 기독교와 이슬람교, 힌두교 등 7개 종파 70여 개국 성직자들이 모인 것이다. 이들은 가정을 바로 세워 세계 평화를 도모하자는 기치로 세계성직자협의회(WCLC·World Clergy Leadership Conference)를 창립했다.

한학자 총재(가운데)가 2019년 12월28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프루덴셜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세계성직자협의회 창립 발기위원에게 메달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학자 총재(가운데)가 2019년 12월28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프루덴셜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세계성직자협의회 창립 발기위원에게 메달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CLC 제공

“종교·인종 달라도 성직자부터 하나 돼야”

WCLC는 2019년 12월28일 오후 3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차로 30분 남짓 거리에 위치한 뉴저지주 뉴어크의 프루덴셜센터에서 기독교 성직자, 신도들을 포함한 3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神)통일세계를 위한 희망전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7개 종파 성직자들이 참석했다. 기독교 계통 30여 개 교파 성직자들도 함께했다. WCLC는 기독교 성직자가 주축이 된 초종교·초교파·초인종·초국가 협의회다. 미국과 한국은 물론 영국, 캐나다, 파라과이, 도미니카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0여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WCLC 창설자인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는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에서 모인 성직자는 이 시대의 하늘이 준비한 의인이기 때문에 자기를 돌보기보다는 모두를 위해 사는 참사랑으로 나라와 세계를 품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며 “각자의 기반을 세계적으로 하나로 묶는 WCLC 창립은 인류의 소원을 빠른 시간 안에 이루는 축복”이라고 밝혔다.

노엘 존스 시티오브레퓨지 교회 주교는 “피부색, 교단, 출신지가 달라도 평화는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비전은 놀랍다. 누가 세계에서 이러한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가”라며 “겸손과 사랑 없이는 하나가 될 수 없으니 색깔이 달라도 여기 모인 성직자들부터 하나가 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에 앞서 열린 창립기념 포럼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교적 멘토이자, 트럼프 행정부 복음주의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폴라 화이트 목사가 연단에 섰다. 화이트 목사는 “성직자들 3만 명이 모여서 대회를 한다는 것은 기적”이라며 “정치적인 이념이 아닌 하나님·예수님·성령에 의해 서로를 사랑하고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하나님계시교회 창립자인 사무엘 하데베 선지자는 “가정의 파괴 등 전 세계가 정신적 도전 과제를 겪고 있는 지금, 성직자인 우리의 사명은 초종교적으로 화합을 이뤄 정신적 쇄신을 통해 인류 한 가족을 이루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WCLC의 사명”이라며 “전 세계에 하나님의 축복을 확산시키자”고 역설했다.

WCLC는 기독교 성직자가 주축이 된 초종교·초교파·초인종·초국가 협의회다. ‘가정을 바로 세우고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과 신통일세계를 이루어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평화비전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초(超)종교적 화합’을 목적으로 하며 그 방법으로 ‘상대를 위하는 삶’을 제시한다.

 

“가정을 바로 세우는 게 세계 평화 첫걸음”

이 단체의 모체는 미국성직자협의회(ACLC)다. ACLC는 2000년 5월 미국 성직자 120명을 중심으로 창립됐다. 이듬해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해 미국 내에서 분노가 들끓을 때 “이슬람을 미워해선 안 된다”고 설득하면서 모든 종교 지도자들을 규합,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고 하나 되자’고 역설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미국 전역의 성직자들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ACLC는 종교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한 화합 의식, 평화대행진을 전개했다.

ACLC는 모든 종교 지도자들을 규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고 하나 되자’고 역설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결혼과 가정의 관계성 강화를 내세우며 미국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해 왔다. 현재 약 3000개 교회, 6000여 명 이상의 성직자가 활동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파라과이, 도미니카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0여 개국에서도 각국의 성직자협의회가 설립됐다. 한국에서도 대한민국성직자협의회(KCLC)가 지난해 10월 잠실 롯데호텔에서 700여 명의 성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됐다.

WCLC 관계자는 “성직자협의회가 30여 개국으로 확대되고 이번에 세계성직자협의회로 발전하게 됐다. 그만큼 노하우가 있다. 그래서 ACLC가 WCLC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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