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은 없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6 10:00
  • 호수 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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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주최 ‘2020 재테크 대전망’ 1월7일 성료
홍춘욱×이종우 이코노미스트 , 총론 같지만 각론 엇갈려

지난해 세계경제는 불확실성 그 자체였다. 미국 증시가 그랬다. 당초 전망은 그리 좋지 못했다.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미·중 무역협상은 1년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50년 주기의 본격적인 경기 침체 징조로 해석되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 두려움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런데도 미국 주식은 끝을 모르고 올랐다. ‘오를 만큼 올랐으니 끝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국 주식은 지난 1년간 20~30%나 더 올랐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연간 35.2%나 올라 약 6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도 혼란스러웠다.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 속 체감 경기는 점점 어려워져만 갔다. 어려워진 수출 상황에 주식시장(코스피)은 박스권에 갇혔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쉴 새 없이 나오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결국 정부는 대출 규제와 세금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수요 억제책인 ‘12·16 대책’을 내놓았다. 작년과 같은 시장 활황은 어렵다는 분석이 많지만 신규 분양은 여전히 뜨겁다.

올해는 과연 어떨까. 여전히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이럴 때는 자신만의 확실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믿는 대로 보는 확증 편향을 피하려면 다양한 의견, 신뢰할 수 있는 분석을 가까이해야 한다. 시사저널은 1월6일과 7일 양일간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대강당에서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는 홍춘욱·이종우 이코노미스트를 초빙해 ‘2020 재테크 대전망’ 강연을 열었다. 두 전문가의 분석은 총론은 같았지만, 각론에서는 엇갈렸다. 그 교집합과 차집합을 소개한다.

“올해 경기는 회복세, 버블은 유의해야”

홍춘욱·이종우 두 전문가의 의견이 유일하게 일치한 부분이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거시 전망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경제 위기)이 덮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기가 올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기가 개선되면 한국 경제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이 살아날 것으로 봤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위기의 본질을 주목했다. 그의 설명이다. “위기는 말없이 온다. 큰 위기가 발생하려면 정부는 물론 대중들이 위기에 둔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위기를 걱정하면 상응조치가 계속돼 발생 시점이 밀리거나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언론 등은 매일 위기를 말하고,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도 좋다. 일부 자산 가격의 버블(거품) 우려는 있지만 퍼펙트 스톰과 같은 위기를 말하기는 이르다.”

정부와 국책기관은 물론 민간에서도 올해는 투자 시계(視界)가 작년보다는 다소 밝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과 브렉시트 등 2019년을 흔들었던 불확실성이 서서히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완화 기조, 유럽·일본·중국 등의 재정 지출 확대 움직임을 감안할 때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신흥국 범주에 속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호재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 수요 회복과 글로벌 제조업 경기 반등 가능성은 한국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는 IT·반도체 관련주(株)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직결된다. 물론 변수도 적지 않다. 불안한 북·미 관계와 아직 앙금이 다 해결되지 않은 미·중 관계,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 최근 불거진 미국과 이란의 갈등 등 불확실성의 파괴력은 올해도 작년 못지않다.

 

거품일까 아닐까…엇갈리는 부동산 전망

지난해 가장 뜨거웠던 부동산에 대한 전망은 비슷한 듯 엇갈렸다. 여의도 증권가의 대표적 신중론자로 꼽히는 이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매수에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부동산 매수에 조바심을 낼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금 서울 아파트 구매를 안 하면 세상 난리 날 것 같은 심리가 팽배하지만 부동산, 특히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올라도 너무 올랐다. 10억~2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며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시장을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의 공급 부족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공급이 딱히 부족하지도 않다. 가격이 계속 올라가니까 공급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10억원대 집의 절반을 대출받아서 샀는데, 그 버블이 꺼지면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지, 내 일상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지 꼭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부동산 시세가 고점으로 막차를 탈 수 있으니 시장을 냉정하게 분석하라는 조언이다. “강남은 영원하다? 세상에 영원한 자산은 없다. 버블이 꺼지면 버텨낼 장사는 어디에도 없다.” 그가 제일 강조했던 대목이다.

반면 홍 이코노미스트는 서울의 핵심 지역 아파트는 여전히 유망한 재테크 상품으로 진단했다. 그도 서울의 일부 지역 아파트 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은 인정했다. 버블의 어깨 정도에 와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렇기에 그는 소위 말하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과도한 프리미엄을 주고 집을 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홍 이코노미스트는 서울 부동산을 우상향하는 자산으로 분류했다. 1000만 명이 사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입지의 장점은 바뀌지 않고,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에 그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냉각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가 추천하는 부동산 재테크 방법은 지금은 상대적으로 싸지만, 향후 변화될 가능성이 높은 곳을 고르는 것이었다. 신분당선이 서울 부동산 지도를 바뀌었듯 곧 지어질 신안산선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이 신설돼 환승역이 될 곳을 노리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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