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미국은 20년간 드론 전쟁 중
  •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0 11:00
  • 호수 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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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실감하는 드론 공포…지상 정보요원의 정확한 확인정보가 있어야 공격 가능

새해부터 트럼프의 미국은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복잡한 중동에서 일대 사건을 일으켰다. 이란 해외공작의 총책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것이다.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나와 이동 중인 솔레이마니의 차량을 타격한 것은 드론이다. 지난해 9월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정유시설을 타격한 것이 드론이었다는 사실과 맞물리면서 이제 많은 이들은 ‘드론 전쟁’의 공포를 실감하고 있다. 

MQ-9 리퍼는 위성통신으로 원격조종 통제가 가능해 미국 본토에서 운용할 수 있다. ⓒ 미 국방부
MQ-9 리퍼는 위성통신으로 원격조종 통제가 가능해 미국 본토에서 운용할 수 있다. ⓒ 미 국방부

국내에선 아직 신선한 얘기일지 모르나, 사실 미국은 이미 드론으로 전쟁을 수행한 지 20년이 넘었다. 애초에 드론은 대공 사격연습을 위한 표적 예인기로 쓰이는 무선조종 항공기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부터 시험적으로 정찰임무에 사용되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 ‘RQ-1 프레데터’와 같은 본격적인 정찰용 드론들이 등장하면서 군사적 사용이 급증했다.

군사용이라고는 하지만, 공격 능력 없이 정찰이나 기만작전에만 투입되던 드론이 공격용으로 전환된 것은 2000년이다. 9·11 테러 이전부터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해 RQ-1 드론으로 정찰작전을 벌이던 미 CIA는 아프가니스탄의 한 가옥에서 드디어 빈 라덴을 발견했다. 그를 제거할 수단이 마땅치 않자, CIA는 드론에 미사일을 장착해 공격하기로 하고 개발을 진행했다. 그리하여 표적을 탐지하고 조준할 뿐만 아니라 이제 공격까지 가능한 최초의 드론인 ‘MQ-1 프레데터’가 탄생했다.

이렇게 빈 라덴 제거를 위해 만든 MQ-1은 막상 9·11 테러가 난 이후에야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되었다. 본격적인 전쟁 단계에 이르자 MQ-1은 맹활약을 시작했다. 2001년 10월부터 미국은 CIA 주도로 드론으로 테러범을 직접 암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심지어 2002년 3월에는 적진에 고립된 부대를 지원하기 위해 드론이 항공지원 임무를 수행하며 적진을 폭격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권 때 급증한 드론 공습

드론 공습의 성공에 고무된 미국은 MQ-1을 잇는 2세대 공격용 드론을 개발했다. 그리하여 2007년부터는 MQ-1에 비해 폭탄 탑재량과 비행거리를 2배 이상 늘린 ‘MQ-9 리퍼’가 실전 배치되었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은 2018년 MQ-1 프레데터를 전부 퇴역시키고 현재는 MQ-9 리퍼 90여 대를 운용 중이다. 당연히 이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도 바로 이 MQ-9이 쓰였다.

MQ-9 리퍼는 현재 미 공군 드론 공습 전력의 핵심이다. ⓒ 미 국방부
MQ-9 리퍼는 현재 미 공군 드론 공습 전력의 핵심이다. ⓒ 미 국방부

미국은 냉전이 끝난 이후 끊임없이 국방예산의 압박과 병력 감축 요구에 시달려 왔다. 특히 해가 가면 갈수록 전쟁 사상자 발생이 정권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따라서 병력이 희생될 가능성이 없는 드론은 정치적 부담이 적은 ‘저비용 고효율의 무기’로서 워싱턴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특히 알카에다나 IS의 수뇌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표적만 족집게처럼 제거하는 외과 수술과 같은 ‘참수 작전’을 ‘표적 제거 임무(Targeted Killing)’라고 부른다.

특히 오바마 정권은 앞선 부시 정권에 비해 드론 공습을 통한 표적 제거 임무를 10배로 늘리면서 해외파병을 대신해 드론 전쟁을 활발히 수행해 왔다.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인 ‘탐사보도국’(The 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에 따르면 여태까지 미국이 수행한 드론 공습으로 확인된 것은 약 6786회로, 이를 통해 최대 1만2105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공습이 증가하면서 민간인의 부수 피해가 우려되는데, 탐사보도국은 최대 1725명의 민간인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운용자 측면에서 드론은 매우 편리하고 효과적이면서도 피해가 적은 수단이다. 전략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RQ-4 글로벌 호크나, 공격 임무까지 수행하는 MQ-9 리퍼는 모두 위성통신으로 원격조종이 가능해 미국 본토에서 운용할 수 있다. 즉 드론 조종사들은 미국 본토에서 출퇴근하면서 해외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MQ-9은 체공 시간이 12시간이 넘지만, 지상의 조종사들이 교대근무를 할 수 있어 임무 부담도 적다. 심지어 작전을 수행하다가 격추당해도 조종사들이 죽거나 포로로 잡힐 일도 없다.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드론 공격만큼 공포스러운 것도 없다. MQ-9은 최대 15km 상공까지 비행할 수 있고 통상적으로도 수 km 상공에서 작전을 하므로 지상에서 그 존재를 인지하기 쉽지 않다. 특히 드론은 보통 제공권을 장악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활용하므로 상대방이 드론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MQ-9은 시속 300km 정도로 매우 느리게 비행하는데, 이렇게 느린 속도 덕분에 오히려 지상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정확히 공격할 수 있다. 특히 GBU-12 레이저 유도폭탄이나 GBU-38 JDAM으로 공격하면 오차범위는 수 m에 불과하며, 헬파이어 미사일로 공격하면 이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처럼 이동하는 차량도 정확히 명중시킨다.

물론 드론도 한계가 있다. 이번 솔레이마니 공습처럼 특정한 인물을 제거하는 경우, 드론만으로 작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상의 정보요원이 표적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확인해 줘야 드론 공격도 실수 없이 가능하다. 특히나 바그다드 국제공항처럼 민간인의 부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서도 지상의 정보요원이 최소한 어떤 차량에 그가 탑승했는지 확인해 준 이후에야 이 정보를 넘겨받은 드론의 공격이 가능했을 것이다.

MQ-9과 유사한 미 육군 MQ-1C 그레이이글이 현재 주한미군 군산기지에 배치돼 있다. ⓒ 미 국방부
MQ-9과 유사한 미 육군 MQ-1C 그레이이글이 현재 주한미군 군산기지에 배치돼 있다. ⓒ 미 국방부

 

김정은 긴장케 할 한반도의 드론 전력은?

과연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드론을 통한 표적 제거 임무가 가능할까? 우선 전력을 보면, ‘MQ-9 리퍼’는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2017년부터 ‘MQ-1C 그레이이글’이라는 무인기를 군산 공군기지에 전진 배치해 놓았다. 그레이이글은 프레데터와 외양은 비슷하지만 헬파이어 미사일을 4발까지 장착하고 최대 25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MQ-9에 비해 폭장 능력은 떨어져도 더욱 오래 공중에 머물러 감시와 공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그러면 그레이이글을 통해 세간에 회자되는 ‘김정은 참수 작전’이 실제 가능할까? 물리적으로는 군산에서 1시간25분 정도 비행하면 평양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평양은 전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방공망을 가진 도시다. 스텔스 능력이 없는 그레이이글은 곧바로 대공미사일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 그런 용도로 쓸 수 있는 항공기는 따로 있다. B-2 스텔스 폭격기, F-22 전투기, 그리고 우리 공군이 지난해 전력화한 F-35 전투기다. 물론 머지않은 시기에 스텔스 기능을 갖춘 초음속 드론이 등장할 것이다. 그때야말로 표적 제거 임무는 특별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인 공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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