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전출식 날 청와대 압수수색… 물러섬 없는 검찰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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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끝을 봐야 검찰에 살 길 열려” 내부 ‘인사태풍’에도 담담한 분위기

검찰이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지난 8일 법무부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을 죄다 물갈이한 가운데 진행된 압수수색이라 눈길을 끈다. 검사장들의 전출식이 있는 날임에도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검찰이 수사의 끝을 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2월27일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2월27일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이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선거공약 설계에 관여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송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6개월 정도 앞두고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형발전위) 고문으로 위촉됐다.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송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검찰은 장환석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송 시장의 선거공약 설계를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전격적인 청와대 압수수색은 8일 검사장급 고위 인사가 단행된 직후라 관심을 끌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지휘해 온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전보된 검사장들의 전출식이 있는 날이다.

이처럼 인사 폭풍이 몰아친 상황에서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단행한 데에는 이미 시작한 수사의 끝을 보겠다는 검찰의 의지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에게 있어 시작한 수사는 끝을 봐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그것만이 검찰이 살 길이고 윤 총장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 중인 정권 관련 의혹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이다. 유재수 사건을 지휘하던 조남관 동부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여전히 법무부 인사에 대한 격앙된 반응이 나오지만, 검찰총장이나 대검 간부들의 줄사퇴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 항명하는 모습은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이다. 윤 총장 본인도 과거 수차례 좌천을 겪어내고 검찰총장에 이르렀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물러나지 않고 버텨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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