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기의 대한민국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01.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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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논점 2020》ㅣ정남구, 하승수 외 34명 지음ㅣ북바이북 펴냄ㅣ360쪽ㅣ2만원
ⓒ 북아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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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3년 ‘지구가 자전축을 가지고 정지해 있는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확정한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가 근대과학의 서문을 여는 대전환 시대를 열었다. 15~16세기에 걸쳐 인도와 신대륙을 향한 유럽 범선의 대항해 시대는 근대과학의 증기선을 타고 지구를 유럽 중심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피를 제물로 요구하는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문도 그곳에서부터 열렸다.

한참 뒤늦게 근대화와 민주공화국 건설에 나선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유래 없는 속성 산업화를 이루었고, 비록 ‘갈지자’ 행보일지라도 민주주의를 끈질기게 한발 한발 전진시켰다. 그러나 산업은 속성이 가능하나 민주주의는 속성이 쉽지 않나 보다. 2020년 1월 대한민국은 도가니 속 쇳물처럼 들끓고 있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봐야 하는 민주주의의 상식은 실종됐다. 급기야 ‘내편 아니면 모두 처단해야 할 적’인 것처럼 살기 띤 저주와 증오가 넘쳐나 SNS에서마저 자기검열을 해야 할 지경이 됐다.

역사를 진보시켜왔던 우리의 저력을 볼 때 한층 성숙한 민주공화국 건설을 위해 결국은 거쳐야 할 열병이라고 생각하면 이 또한 나쁘지 않다. 36명의 각 분야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한 주제씩 각론을 맡아 정리한 《한국의 논점 2020》은 이 열병을 치유하기 위해 국민적으로 일독이 필요한 처방전이다.

△트럼프와 이란의 대결로 인해 격추된 우크라이나 민간 비행기의 비극이 자칫 대규모 국제전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되는 중동정세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긴장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호주의 대형 산불이 증명하는 기후와 환경 △에너지 위기 같은 국제 정치외교 문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개혁 △보편적 인권을 지향하는 페미니즘 △5G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이 부르는 생활의 급변 △전통적 언론의 정의와 지형의 파괴 △반도체 시장의 미래 등 국내의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문제들의 타협을 도출할 논쟁의 요점이 담긴 책이다. 모르면 공부하자. 공부해서 나도 갖고 남도 주자. 그래야 저주와 증오 대신 상호 이해와 배려가 넘치는 민주주의 완성국가 대한민국이 온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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