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 단장, 그는 ‘롯데의 저주’를 깨트릴 수 있을까
  • 이상평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7 10:00
  • 호수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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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파격 발탁’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 공격적 행보 단연 화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큰 화제를 낳고 있다. 시청률도 9회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15%대를 넘기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단의 정규시즌 오픈 전 스토브리그의 긴박한 상황을 다루고 있는데, 극에 등장하는 꼴찌팀 드림즈 구단의 백승수 단장(남궁민 역)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과 프로야구 팬들이 롯데 자이언츠의 성민규 단장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30대의 젊은 나이로 단장에 파격 발탁된 뒤 이번 오프시즌에서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며 연일 화제를 낳고 있는 탓이다. 성 단장은 2021년 대권(우승) 도전을 목표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며 지난해 꼴찌팀인 롯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019년 9월4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신임 단장이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9월4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신임 단장이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카고 컵스 성공 이끈 엡스타인 사장이 롤모델

성민규 단장은 선수 출신이긴 하지만, 프로선수로는 KBO 2군에서 1년,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1개월 경력이 전부일 정도로 보잘것없는 커리어다. 그러나 미국 시카고 컵스에서 은퇴한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한국인 선수들을 지도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환태평양 스카우팅 슈퍼바이저 겸 특별 보좌관’으로 핵심 프런트 직원까지 올라섰다.

시카고 컵스에서 오랜 기간 지도자, 그리고 프런트로 활동한 성 단장은 컵스 구단이 어떻게 팀에 프로세스와 데이터, 그리고 철학을 도입했는지를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직접 경험한 인물이다. 지난해 영입 당시 롯데 김종인 전 사장은 분명한 방향성과 전략에 맞춰 팀을 빠른 속도로 혁신할 인물이라고 성 단장을 소개했다.

성 단장은 자신의 롤모델로 컵스 시절 직속 상사이자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 테오 엡스타인 현 시카고 컵스 야구 운영 사장을 꼽고 있다. 엡스타인 사장은 과거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 시절은 물론, 시카고 컵스 사장으로 부임한 직후 팀 전반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보스턴에는 86년 만에, 컵스에는 108년 만에 우승을 안긴 ‘저주 파괴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엡스타인 사장은 어린 유망주 육성과 관리를 굉장히 중시했고, 주먹구구식 육성과 운영이 아닌 데이터를 통한 육성과 운영을 추구했다. 그에 맞춰 현장과 프런트에는 데이터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을 수혈했다. 특히 보스턴 시절에 테리 프랑코나 감독을, 컵스 시절에 조 매든 감독을 선임한 것과 관련해 데이터에 열려 있으면서도 소통에 특화된 인사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은 컵스 부임 이후 선수 육성에 대한 매뉴얼인 259페이지짜리 ‘컵스 웨이’로 집대성됐다.

성 단장도 엡스타인처럼 우선 선수 육성에 주력하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가장 먼저 2군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실시한 것이다. 운동 시설부터 시작해 트랙맨·랩소도 등과 같은 고가의 분석 장비 도입은 물론이고, 식사·숙소와 같은 기본 환경까지 전부 개선의 대상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젊은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시즌 종료 직후 부진한 성적의 고참 고액연봉자 위주로 선수 18명을 과감하게 방출했다. 또한 데이터 R&D팀을 신설, 국내외 전문가들을 재빠르게 수혈하며 조직에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도입하는 일에 나섰다. 기존의 코치 11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허문회 감독, 래리 서튼 2군 감독 등 데이터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진 스태프들을 수혈한 것도 그 일환 중 하나였다. 특히 허 감독은 데이터에 친숙한 히어로즈 구단에서 소통과 데이터 친밀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인물로, 엡스타인 사장이 선택한 감독들과 흡사한 면이 많은 인물이다.

엡스타인 사장은 팀의 특성을 파악하고 문제를 진단해 파격적인 전력 보강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선수라고 해도 팀에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면 영입했고, 수비라는 가치도 간과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재빠르게 팀을 재정비해 짧은 시간 안에 지속 가능한 강팀을 만들어냈다. 보스턴 시절 데이빗 오티즈, 케빈 밀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바탕으로 유망주들의 육성 계획과 승격 시점을 정해 우승 도전 시기를 정하고, 우승 도전 시기에는 다소 리스크가 크더라도 과감한 승부수들을 던져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보스턴 시절의 커트 실링과 조시 베켓 트레이드, 그리고 컵스 시절의 아롤디스 채프먼에 대한 트레이드가 이에 해당된다.

성 단장도 이번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엡스타인 사장처럼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전력 보강을 진행했다. 한화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팀의 최대 약점이었던 포수 자리에 지성준을 보강했고, 외국인 선수들도 전면 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통상적으로 외국인 타자는 장타력을 비롯한 타격에 집중해 영입하던 기존 KBO의 풍토와 달리, 팀에 필요한 내야 수비력 좋은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를 유격수로 보강하는 파격도 단행했다.

 

한국 특성 고려한 ‘성민규식 모델’로 2021년 우승 도전

여기에 선발투수 노경은을 2년 계약으로 복귀시켰고, KIA 소속의 국내 정상급 2루수인 안치홍을 2+2년이라는, 기존 KBO에 존재하지 않던 방식을 통해 그다지 높지 않은 가격(첫 2년 최대 26억원)에 영입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이 선수들의 계약은 2021년까지로 손아섭·민병헌 같은 핵심 전력들의 FA 계약 종료 시점과 일치한다. 2021년 대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성 단장의 포부에 맞춘 전력 보강인 셈이다. 여기에 내부 FA였던 전준우도 4년 34억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재계약했다.

성 단장은 롤모델인 엡스타인 사장이 걸어왔던 성공 모델을 철저하게 답습하며 롯데 자이언츠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다만 엡스타인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KBO의 환경적 요소를 고려한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엡스타인 사장은 1차 육성 기간을 거친 이후, 정해진 우승 도전 시점에 성장할 시간이 필요한 유망주들을 대가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단계를 컵스에서 보여줬다. 하지만 국내 풍토에서는 1군에서 인위적으로 그해 성적을 포기하고 육성 기조를 가져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엡스타인 사장은 1차 육성 기간 이후 승부를 거는 두 단계로 나눴다면, 성 단장은 한국의 특성을 고려해 1군과 2군을 분리해 승부와 육성을 동시에 하는 이원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른바 성민규식 모델인 것이다.

성 단장은 엡스타인 사장이 야구계 역대 최악의 저주였던 ‘염소의 저주’(컵스가 108년간 우승을 못 한 저주)를 깨는 과정을 최전선에서 경험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 성공 모델을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현재 KBO에서 가장 오랜 기간 우승하지 못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에 이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파격적인 보강과 육성 투자가 현재 팬들과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며 ‘갓로세스’라는 칭호로 불리고 있다. 과연 성 단장이 만들어낸 성민규식 모델은 ‘롯데의 저주’를 깨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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