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의대 교수회, ‘이국종 욕설’ 유희석 의료원장에 “물러나라”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20.01.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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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의 언어폭력은 묵과해선 안 되는 행동” 성명 발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시스템 구축도 요구

아주대 의대 교수회가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에 대해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 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욕설을 퍼붓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된 데 따른 반응이다.

교수회는 16일 오전 병원 의료진 등에게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유희석 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포함한 언어폭력을 가한 사실을 알게 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런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녹취 내용으로 알려졌다는 것이 더욱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어폭력은 사건의 동기나 이면의 갈등과 상관없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며 유 의료원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했다.

11월22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회복 상태 등을 설명하다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8년 11월22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회복 상태 등을 설명하다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교수회는 유 원장에게 이 교수와 전체 교수들에 대한 사과도 요구했는데, 솔선해서 직장 내 괴롭힘의 발생을 막고 처벌·징계해야 하는 윤리적·법적 책임이 있는 의료원의 최고경영자가 가해 당사자였던 점, 교직원의 노력과 이국종 교수의 기여로 쌓은 병원의 평판을 송두리째 추락시킨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교수회는 “작년 뉴스위크지에서 세계 100대 병원에 선정되고, 이달 국가고객만족도 업종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아주대병원 평판도가 상승한 것은 전체 교직원의 노력과 함께 아덴만의 영웅인 석해균 선장과 귀순병사 오청성을 치료하는 등 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의료원의 평판을 송두리째 추락시킨 유희석 의료원장의 행동은 의료원 입장에서도 묵과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교수회는 또 이번 욕설 사태의 본질이 개인 간 갈등이나 의료원 운영상 부처 간 갈등이 아닌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규정하고 “의료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의견을 묵살하고 반대 의견의 발표를 강압적으로 억압하는 의료원 풍토를 타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 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가 말이야”라고 욕설이 섞인 막말을 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의료계 안팎에 파문이 일었다. 아주대병원 측은 “녹취는 4~5년 전 상황”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미 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싸고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와 유 원장 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폭언 녹취까지 공개되자 동정과 응원 여론이 이 교수에게 급속도로 기울었다.

유 의료원장의 임기는 다음 달 말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녹취록 공개로 수년간 병원 측과 갈등 관계에 있었음이 드러난 이국종 교수는 15일 해군 순항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병원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병원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사실 여부 등을 정리해 다음 주쯤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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