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설계 위한 5가지 필수 자산 준비하라
  • 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9 10:00
  • 호수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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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노후 위해 연금 ‘다(多)층석탑’ 미리 준비해야

경자년 태양이 떠올랐다. 원래 해는 매일같이 떴다가 지는 것. 새해라고 별다를 바 없건만 우리는 애써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거기에는 시작의 설렘이 살아 숨 쉬기 때문일 것이다. 불길 같은 뜨거움을 두 눈에 가득 담고 새로운 다짐을 새기는 순간, 우리의 가슴은 도전의 용기로 벅차오른다. 이 감격은 험난한 일상을 헤쳐 나갈 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평생 일해 온 직장에서 정년을 맞은 사람들을 만나 인생 설계를 돕는 것을 업으로 삼는 나에게도 ‘뜨는 해’의 의미는 남다르다. 제대로 준비된 상태에서 은퇴하는 분들은 뜨는 해처럼 새롭고 역동적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딴죽을 건다. “은퇴하는 분들은 ‘지는 해’와 어울릴 것 같은데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은퇴를 적나라하게 목격해 온 내 관점에서 이 말은 부당하기 그지없다. 그것은 지난 세월 동안 쌓여온 편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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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자

이 편견은 우리 언어 속에 녹아 있다. ‘은퇴(隱退)’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내는 것’이다. 숨기다, 희미해지다, 사라지다 등의 뜻을 지닌 ‘은(隱)’과 그만두다, 물러나다, 피하다 등의 뜻을 가진 ‘퇴(退)’가 합쳐진 한자어가 바로 은퇴다. 그래서 나는 은퇴라는 한자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영어 표현인 ‘retire’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 단어는 ‘다시’를 나타내는 ‘re’와 ‘타이어(tire)’가 합쳐진 말이다. 즉 ‘타이어를 갈아 끼운다’는 뜻이다. ‘끝’이나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표현한다. 나이가 들고 은퇴를 맞는다고 지는 해처럼 사라지는 건 아니다.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새로운 길을 달린다. 마치 떠오르는 태양을 벅찬 설렘으로 마주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누구에게나 은퇴가 설렘 가득한 새 출발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어떤 분은 극심한 상실감과 불안에 시달린다. 더는 필요 없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자기 비하의 덫에 빠지는 분도 있다. 일상의 권태와 무의미를 이기지 못해 몸부림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가족과 심각한 갈등을 일으킨다. 또는 이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창업이나 투자니 하는 잘 모르는 곳을 기웃거리다가 큰 낭패를 겪곤 한다. 이런 분들에게 은퇴는 해가 진 후 갑자기 찾아온 칠흑 같은 어둠일 뿐이다.

즉 은퇴 설계가 제대로 그리고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은퇴 설계란 은퇴 후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자산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다. 은퇴 자산은 은퇴생활자산, 은퇴보장자산, 은퇴주거자산, 은퇴상속자산, 은퇴비(非)재무자산 등 5가지로 나열할 수 있다.

 

‘은퇴생활자산’ 등으로 은퇴 설계 꼼꼼히

먼저 ‘은퇴생활자산’이란 은퇴 후에 생계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다. 이것은 ‘은퇴 생활비’와 ‘목돈 수요’ 등 2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은퇴에서 가장 두려운 부분 중 하나가 정기적인 수입원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직업활동 없이도 매월 필요한 생활비를 확보하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형태가 연금이다. 연금에는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퇴직 후 받는 퇴직연금, 금융기관을 통해 가입하는 개인연금 등이 있다. 먼저 소득대체율을 기준으로 매월 필요한 생활비 수준을 정하고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그리고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등 순으로 확보함으로써 연금의 ‘다(多)층석탑’을 쌓아 나가면 된다. 또한, 연금으로 매월 생활비가 확보되었다 하더라도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 사업자금이나 자녀 결혼자금 등 ‘목돈 수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게 적절한 금융상품을 선택해 저축해야 한다.

은퇴 후의 삶에도 위기는 피할 수 없다. 고령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런 위기가 더 깊고 위험할 수 있다. 개인연금 준비는 착실히 했는데 위기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아 은퇴생활자산이나 모아놓은 목돈에 침해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으로 연금을 다 소진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은퇴보장자산’이라고 부를 만한 의료비 보장,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 간병에 대한 보장을 미리 준비하면 효과적이다.

그다음은 ‘은퇴주거자산’이 있다. 은퇴 후에 살 집이 꼭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살던 집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물론 전원주택 등으로 이주하는 것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형태를 원하든 은퇴주거자산 확보에도 관심을 두고 미리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자산에 너무 편중되면 좋지 않다. 우리나라 고령층은 은퇴주거자산에 대해 실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은퇴 후 부부가 지내기에 집이 너무 넓다거나, 도심에 위치했다면 귀촌 전략이나 다운사이징(Down Sizing)이 효율적일 수 있다.

그리고 ‘은퇴상속자산’을 준비하라. 은퇴 후의 노후생활을 끝내고 세상을 떠날 때 자녀와 배우자를 위해 뭔가를 남기고 싶은 게 인지상정. 주로 현금이나 금융상품, 부동산 등 유형의 재산을 남길 수 있지만 지난 생애를 회고하면서 가문의 가치, 철학, 지식 등을 점검하고 이를 정리하는 것도 가치 상속의 한 방법이다. 유형 재산이든 무형의 가치든 무엇인가 상속할 때는 사려 깊은 준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건강 자산, 지식 자산, 사람과의 관계 등 은퇴 후 시간 자산이라 부를 수 있는 ‘비재무자산’의 형성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건강관리를 하고, 지식을 쌓고, 훈련하면서 지식 자산을 만들고, 여러 커뮤니티 등에서 인적 관계 자산을 잘 쌓고, 은퇴 후 시간계획을 철저히 한다면 든든한 노후를 보내기에 충분한 자산 형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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