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산천어 축제가 유독 성공한 이유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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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파괴 비판 직면한 ‘산과 물의 도시’ 화천군

강원도 화천은 낯선 지역이었다. 화천에서 군복무 하는 친구나 가족이 없는 다음에야, 아무 연고도 없는 외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이유가 몇 가지나 있을까 싶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넓은 평야를 자랑하는 철원을 지나 험준한 산줄기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북한강 상류와 광활한 파로호의 청명한 수경관이 검푸른 산골짜기 속 자칫 외롭게 보일 수 있는 도시의 풍경을 한결 상쾌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화천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산천어 축제’의 공이 컸다. 2003년 첫 회를 개최한 이후 지금은 우리나라 대표 겨울축제라 할 정도로 성장했다. 빙어축제, 송어축제 등 유사한 테마의 축제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산천어 축제가 이렇게까지 성공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직접 얼음낚시를 하는 손맛,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해를 거듭하면서 산천어 축제가 가지게 된 브랜드 파워와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까지, 한 가지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산천어 축제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화천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천의 행사장 전경 ⓒ김지나
화천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천의 행사장 전경 ⓒ김지나

화천을 방문한 것이 이제 겨우 두 번째라, 산천어 축제가 열리지 않는 평소의 지역 분위기가 어떤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걸어서 한두 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화천읍내에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와글거리는 그림을 상상만 해봐도 산천어 축제의 영향력은 자명했다. 특히나 산천어 축제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화천군 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화천사랑상품권’이 제공된다. 이 상품권을 손에 쥔 100만 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화천군 곳곳을 누비며 지역 상권에 불어넣을 활기는 어마어마할 것이었다.

축제를 앞둔 1월 초의 화천읍내는 지역 어르신들이 1년 내내 준비한 산천어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었다. 산천어 등은 ‘산천어 공방’이라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지역 어르신들이 일주일 중 며칠씩 이곳으로 출근해 산천어 만드는 작업을 하신다고 한다. 단순한 봉사활동이나 취미생활이 아니라 수당을 받고 일하는 엄연한 직장이다. 이날도 어르신 몇 분이 공방에 모여 앉아 산천어 등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소소한 광경이었지만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산천어 축제의 일면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산천어 등. 산천어축제가 열리기 몇일 전부터 화천읍내에 장식된다. ⓒ김지나
지역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산천어 등. 산천어축제가 열리기 몇일 전부터 화천읍내에 장식된다. ⓒ김지나

산천어 축제 비판 건강하게 받아들여야

올해는 산천어 축제의 높아진 위상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들도 한층 더 가열된 분위기다. 축제를 위해 조달되는 산천어가 학대당하고 있다는 주장, 화천에서 자생하지 않는 산천어를 외부에서 대량으로 가져오는 축제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심, 그로 인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가능성 등 온갖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산천어 축제가 한낱 관광거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로부터 다각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정도로 파급력을 가지게 됐다는 것을 반증한다.

산천어가 화천에 살지 않는다는 것은 2003년 처음 축제를 기획할 때부터 인지되고 있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천어’가 가지는 청정한 이미지가 ‘산과 물의 도시’ 화천군과  맞아 떨어져, 산천어는 화천의 훌륭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들은 산천어 축제에 사용되는 산천어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축제가 성공하는 데 산천어가 화천 토종인지 양식인지는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씩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지금, 화천군은 한 발 먼저 개선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논란에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떻게든 화천으로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것이 이제까지의 목적이었다면, 산천어 축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건강하게 받아들여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토종 산천어 연구개발이라든가, 화천 비무장지대의 청정한 생태환경 보존, 동물 복지 실천 등, 좀 더 다방면으로 산천어축제의 영향력을 넓혀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깨끗한 산과 호수는 화천의 상징이자 산천어 축제가 탄생하게 된 원동력이었다. 이것이 단지 표면적인 이미지나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진정성 있는 정체성과 비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때 산천어 축제는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다. 산천어 축제를 한철 왁자지껄하게 즐기는 관광축제에 머물도록 할 것인지, 생태도시 화천으로 성장하는 기폭제로 활용할 것인지, 기로에 선 화천군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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