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 비결은 日 검·경 매수?…‘곤 탈주’ 게임 해보니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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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 탈주극 묘사한 게임 ‘곤 이즈 곤’ 리뷰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자동차 회장(66)을 향해 경찰들이 총을 쏘며 쫓아왔다. 그는 돈뭉치를 던지며 탈출구를 찾아 헤맸다. 현실이 아닌 게임 이야기다. 

1월22일 온라인 게임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출시된 게임 '곤 이즈 곤’(Ghone is gone)의 한 장면 ⓒ 게임 캡처
1월22일 온라인 게임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출시된 게임 '곤 이즈 곤’(Ghone is gone)의 한 장면 ⓒ 게임 캡처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출을 소재로 한 PC 게임이 등장했다. 제목은 “곤이 사라졌다”란 뜻의 ‘곤 이즈 곤’(Ghone is gone)'이다. 1월22일 온라인 게임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발매됐다. 가격은 1100원이다. 출시 전부터 후지TV, 월스트리트저널 등 매체들로부터 조명을 받았다. 

게임을 다운받아 실행해봤다. 곧 “이 게임은 픽션입니다. 실존 인물·단체·국가·시설·사건과는 무관합니다”란 문구가 떴다. 한글, 영어, 일본어 등으로 적혀 있다. 이어 "악기 상자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합니다"란 문구가 나왔다. 곤 전 회장이 콘트라베이스 상자에 몸을 숨겨 도쿄 집을 빠져나왔다는 일각의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시작하자 "악기상자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합니다"란 문구가 떴다. ⓒ 게임 캡처
게임을 시작하자 "악기 상자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합니다"란 문구가 떴다. ⓒ 게임 캡처

악기상자에 숨어 돈 뿌리는 곤 

게임이 시작되자 곤 전 회장의 얼굴을 닮은 캐릭터가 등장했다. 몸통은 검은색 악기 상자에 가려져 있었다.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상자 속에 몸을 숨길 수 있었으나, 딱히 쓸모 없는 기능이었다. 

게임은 무척 간단했다. 캐릭터를 움직여 일본 시내와 공항을 빠져나가면 된다. 이 과정에서 경찰 모습의 적들이 총을 쏘며 다가왔다. 피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데, 공격 수단이 다름아닌 지폐다. 돈다발을 쏘아 댈수록 화면 위에 적힌 숫자 ‘26억 달러’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캐릭터를 빠르게 이동시키거나 적의 총알에 맞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적에게 잡히거나 돈을 다 써버리면 “YOU ARRESTED!(체포됐다)”라고 뜨면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러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보석금을 지불’할지, ‘게임에서 탈출’할지를. 보석금을 지불하면 돈이 깎이는 대신 다시 게임을 이어갈 수 있다. 

중간마다 거대한 표창과 마름모꼴 모형이 캐릭터를 위협해왔다. 각각 일본 검찰과 르노의 로고를 형상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공격해서 파괴할 수는 없고 계속 피해 다녀야 한다. 게임 막판에는 캐릭터가 가방에 몸을 숨긴 채 등장했다. 곧이어 비행기 앞모습처럼 생긴 마지막 보스(?)의 공격이 쏟아졌다. 10분 가까이 피해 다니자 캐릭터의 웃는 모습이 화면 전체에 등장했다. 엔딩이었다. 이후 건물 위에 서있는 캐릭터 뒤로 악마 형상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악마의 이마에는 르노 로고 모양이 박혀 있었다. 

일본 검찰 로고를 형상화한 표창이 캐릭터를 위협한다. 체력을 가리키는 돈이 다 떨어지면 체포돼 보석금을 지불할지, 게임에서 탈출할지 선택해야 한다. ⓒ 게임 캡처
일본 검찰 로고를 형상화한 표창이 캐릭터를 위협한다. 체력을 가리키는 돈이 다 떨어지면 체포돼 보석금을 지불할지, 게임에서 탈출할지 선택해야 한다. ⓒ 게임 캡처

“1달러 값어치는 하는 게임”

엔딩을 보기까지 40여 분이 걸렸다. 게임은 완성도 면에서 결코 호평을 받기 힘들어 보였다. 그래픽은 엉성하고, 조작도 상당히 불편했다. 딱히 스토리라고 할 만한 서사구조도 없다. 짧은 시간에 급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역력했다. 다만 한 네티즌은 “훌륭한 게임은 아니지만 1달러 값어치는 한다”고 평했다. 

게임을 만든 회사는 ‘와사비스시스튜디오(WasabiSushiStudio)’란 곳이다. 이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 제작사는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루소, 닛슨 연합의 전 최고경영자(CEO) 로스칼 곤”이라고 소개했다. 르노, 닛산, 카를로스 곤 등을 풍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제작사는 “경찰과 검찰, 불만을 품은 닛슨 전 직원들에게 뇌물을 활용하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제작사에게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게임을 공개한) 스팀 측도 즉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특별배임과 재산 축소신고 등 혐의로 일본에서 구속 기소됐다. 이후 보석과 재구속을 수차례 반복하다 지난해 12월29일 레바논으로 도망쳤다. 당시 탈주 과정이 베일에 싸여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곤 전 회장은 이에 대해 “나를 도운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상세히 밝히지 않겠다”고 프랑스 언론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본인의 협력이 있었다고 시사했다. 

엔딩 장면 ⓒ 게임 캡처
엔딩 장면 ⓒ 게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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