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이 ‘바이러스 저수지’를 깨웠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3 10:00
  • 호수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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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로 지목된 박쥐나 뱀 등 야생동물 잡으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월2일 현재(오전 9시 기준)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세계적으로 1만4528명에 이른다. 사망자는 304명이고 모두 중국에서 나왔다. 이 가운데 국내 확진 환자는 15명이고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414명(격리해제 327명, 검사 중 87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어느 날 갑자기 국내에서도 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이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생각했던 수준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처음에는 치사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알려졌으나 1월24일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중국 우한시 진인탄병원 연구진은 “중국 내 최초 확진자 41명 가운데 6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15%”라는 결과를 내놨다. 이는 메르스 때의 치사율 37%보다는 낮지만 사스 때의 10%보다는 높은 치사율이다. 

게다가 중국이 집계한 확진자는 실제보다 10배 이상 많을 것이라는 추산도 제기됐다. 중국이 초기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1월22일 중국 우한시를 방문한 가브리엘 렁 홍콩대 교수는 “(중국은) 이미 통제 불능의 상황”이라며 “우한시 감염자만 4만 명 이상일 것이다.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감염 규모는 최종적으로 사스보다 10배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당분간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소 한 달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알레산드로 베스피그나니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현지 언론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다음 주나 다음 달 안에 끝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어도 증상 없이 면역을 획득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집단면역이 형성된다. 그러면 질병 확산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다. 중국은 아직 정점을 찍지 않은 상태이므로 당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에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집단면역 형성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때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1월28일부터 검역 대상 오염지역을 중국 우한시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 지정하고 감염병 위기 경보도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올리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조금 이른 조치라고 봤다. 그러나 감염병엔 늑장 대응보다 과잉대응이 유리하다는 게 인류가 과거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의 방역, 위생, 인식은 중국보다 잘 갖춰져 국내에서 이 바이러스가 퍼지더라도 중국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총력을 다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아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개인의 위생만 강조할 수 없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아야 한다. 위기 대응 수준을 높였지만 세부지침이 부족하다. 의심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일반 병원을 찾을 텐데 민간 병원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지침이 없다. 메르스 사태 때도 인력과 시설이 부족해 난리가 났던 경험을 하지 않았나. 당장 전향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월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를 돌보고 있다. ⓒ 연합뉴스
1월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를 돌보고 있다. ⓒ 연합뉴스

137종의 바이러스를 가진 박쥐는 ‘바이러스 저수지’

사실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독감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인간이 이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없었던 코로나바이러스이기 때문에 WHO는 이번 바이러스에 ‘신종(novel)’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2019-nCoV’로 명명했다. 2019년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의미다. 

그나마 거의 확실시되는 한 가지는 숙주가 야생동물이라는 사실이다. 가오푸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장은 “야생동물을 되도록 멀리하고 먹지 말아야 한다. 이번 바이러스가 야생동물로부터 왔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타릭 자세레빅 WHO 대변인도 시사저널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감염병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현재 정보를 바탕으로 보면 동물이 1차 숙주로 보인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동물이 최초 숙주일까.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박쥐가 유력하다. 가오푸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장은 “우한시의 한 수산물시장에서 팔린 박쥐로부터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데이비드 후이 홍콩중문대 교수는 현지 언론에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발원한 뒤 우한시 화난 수산물시장에서 다른 동물과 사람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중국 당국이 공개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박쥐 유래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및 단백질 유사성(상동성)이 89.1%라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나온 사스 바이러스와 사촌쯤 된다는 얘기다. 

박쥐가 감염병의 숙주로 지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박쥐가 숙주로 꼽혔다. 2003년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의 한 재래시장을 출발점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사스 바이러스의 기원이 박쥐로 밝혀졌다. 호주 과학자들의 가설과 홍콩대학의 실험을 통해 박쥐의 사스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아시아와 아프리카 토착 포유류)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된 것이다. 2015년엔 박쥐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옮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아프리카에서 발병해 치사율 90%로 전 세계를 떨게 했던 에볼라 바이러스도 과일박쥐가 전파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광견병의 조상도 박쥐에 기생하는 광견병 바이러스(Rabies virus)다. 세계 곳곳에 생존하는 박쥐에게서 광견병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이런 이유로 박쥐는 ‘바이러스 저수지’라고 불린다.

박쥐는 날개가 있지만 새(조류)가 아니며 이름과 달리 쥐(설치류)도 아니다. 박쥐는 포유류 박쥐목 동물이다. 현상환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박쥐는 유전체 분석으로 보면 개나 여우와 가까운 포유류”라고 설명했다. 밤눈이 밝아 ‘밝쥐’라는 설과 야행성이라서 ‘밤쥐’라는 설 등 이름과 관련한 다양한 추측이 있지만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에서는 박쥐를 먹으면 밤눈이 좋아진다고 믿고 약재로 사용했다. 박쥐의 한자인 편복()의 복이 복(福)과 같은 발음이어서 중국인은 장신구, 베개, 기와, 식기 등에 박쥐 문양을 즐겨 썼고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있듯이 복자를 거꾸로 붙이기도 한다. 

박쥐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오는 두 가지 경로 

이런 인간의 믿음과 달리 박쥐는 온갖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온상이다. 2013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콜린 웹 교수팀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박쥐 몸에는 137종의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가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어 WHO는 각종 감염병을 옮기는 동물 중 하나로 박쥐를 지목하고 있다. 수많은 바이러스를 품고 있으면서도 박쥐가 생존하는 이유는 면역력과 관련이 있다. 박쥐는 비행할 때 체온이 40도까지 오르면서 열에 약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생활을 하는 박쥐는 서로 바이러스를 주고받는다. 

박쥐에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에게 옮아왔을까. 학자들은 두 가지 경로를 의심하고 있다. 하나는 사람이 박쥐를 잡거나 식용으로 조리하는 과정에서 감염되는 경우다. 어떤 목적으로든 박쥐를 잡기 위해 동굴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박쥐 떼와 접촉할 때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식용 목적으로 박쥐를 조리하는 과정에서도 사람이 살아 있는 박쥐를 만지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현상환 교수는 “야행성인 박쥐는 습한 지역에 서식하기 때문에 진드기, 세균, 바이러스의 온상이다. 다른 포유류보다 체온이 높아 바이러스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증식하거나 변이해도 박쥐는 죽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로는 중간 매개체를 통한 방법이다. 바이러스를 가진 박쥐를 잡아먹은 다른 동물이 인간과 접촉하는 경우다. 메르스 사태도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낙타로 옮겨간 후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학원 상하이파스퇴르연구소와 군사의학연구원 연구자도 학술지(중국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번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는 박쥐일 가능성이 있다. 박쥐와 인간 사이에는 알려지지 않은 중간 매개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감염 사태의 중간 매개체로는 사향고양이와 뱀이 꼽힌다. 특히 뱀은 야생에서 박쥐를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에 대한 생물정보학적 분석을 통해 이번 바이러스가 뱀에서 인간에게 옮아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 베이징대, 광시대, 닝보대 연구팀은 1월22일 국제학술지 바이러스의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야생 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진 박쥐를 먹은 뒤 변종이 발생했고, 이 뱀을 다시 사람이 잡아먹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이 시작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람은 평소 박쥐는 물론이고 사향고양이나 뱀을 접촉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야생동물과 사람이 한자리에 모일 만한 장소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국 보건당국은 우한시에 있는 화난 수산물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대량 검출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양성 반응이 나온 표본 절반이 야생동물 판매점에서 나오면서 중국 정부는 전국에 야생동물 거래 금지 조치를 발령했다. 

이 시장은 겉으로는 수산물시장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가금류, 당나귀, 양, 돼지, 낙타, 여우, 오소리, 대나무쥐, 고슴도치, 파충류 등 살아 있는 동물도 판매한다. 이 시장에서 야생동물을 파는 상점의 메뉴판이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 메뉴판에는 100여 종에 달하는 각종 야생동물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박쥐 등 야생동물을 삶거나 구워서 먹는다고 바이러스에 노출되긴 어렵다. 문제는 약용이든 식용이든 야생동물을 잡거나 조리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런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거리에서 1월26일 보호복을 착용한 구급요원이 의료용품 상자를 들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 EPA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거리에서 1월26일 보호복을 착용한 구급요원이 의료용품 상자를 들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 EPA 연합

인간의 탐욕이 부른 인수공통감염병  

그나마 야생동물과 접촉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시골에서 처음 발생했다면 인구밀도가 낮아 빨리 확산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인간이 대처할 시간도 벌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첫 감염자는 하필 1000만 명이 넘는 우한시에서 나왔다. 중국 대도시를 잇는 교통의 요지인 우한시는 수많은 기차, 비행기, 자동차가 다니며 바이러스를 이동시키기 좋은 환경이었다. 

이처럼 현대사회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전파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증가하기 좋은 환경이다. 인구 증가로 인구 밀집지역이 늘어나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만성 질환자나 면역 저하자가 많아진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규모 가축 사육도 바이러스가 출몰하기 좋은 환경이다. 산업화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면서 기온이 올라 모기와 진드기 등 병원균 매개체의 서식 범위도 넓어진다. 게다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처럼 어떤 목적으로든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시도도 있다. 한마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인수공통감염병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한 대학병원 교수는 “야생동물과 무분별하게 접촉하면 인류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도한 공포감은 금물…일반 보건 수칙이 가장 효율적인 예방법

한 해 우리나라에서 결핵이나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각각 2000명을 웃돈다. 과거 메르스에는 186명이 감염됐고 38명이 사망했다. 사스 감염자는 3명이고 사망자는 없었다. 숫자로 보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렇게 무섭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감염병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두려움이 생긴다. 그러나 기본적인 보건 수칙을 지킨다면 지나친 공포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법은 독감 예방법과 같다. 일반적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보건 수칙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은 감염 확률이 수백 배가 되므로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감염병 대부분은 손으로 전파되므로 손씻기가 가장 중요하다.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에 손을 30초 이상 씻으면 병원균은 거의 사라진다. 일부 균이 남더라도 감염을 일으키는 힘이 약해진다. 알코올 70% 정도의 손 세정제로 씻어도 된다. 

감염자의 분비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도 있다.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보건 마스크 KF-80 이상이면 된다. 기침할 때 소매로 입을 가리면 타인에게 감염될 확률이 낮아진다. 바이러스는 건조한 환경에서 잘 증식한다.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좋다. 

중국 여행은 자제하는 편이 이롭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중국을 다녀왔다면 14일 이내 발열 및 호흡기 감염 증상(기침, 콧물, 가래 등)이 있는 경우 병·의원을 방문하기 전에 질병관리본부(1339)나 보건소에 연락해 안내에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은 격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증상은 없더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접촉이 확실하지 않지만 불안하다면 최대 잠복기인 2주간 자가 격리하는 것도 지역 사회로의 전파를 막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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