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고기’ 찾는 中, 네발 달린 건 책상 빼고 다 먹는다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3 10:00
  • 호수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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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야생 고기’ 즐기는 이유…유기농처럼 건강한 요리라는 인식 팽배

#1. 2005년 11월 싼샤(三峽)댐 수몰지 중 하나인 우산(巫山)현을 취재했을 때다. 먼저 시내를 취재하고 작은 동력선을 빌려 양쯔강(長江)의 한 지류로 들어갔다. 강변의 두 마을을 취재한 뒤 저녁에 목적지인 다창(大昌)고진에 도착했다. 배의 선장 겸 현지 가이드는 필자를 이끌고 한 식당에 갔다. 그러면서 현지의 별미 고기를 하나 주문했다. 요리는 각종 향신료를 잔뜩 넣어 먹음직스러웠다. 맛은 좋았는데, 고기가 질겨서 씹기가 어려웠다. 선장에게 “이 고기가 뭔데 이렇게 질기냐”고 물으니, “야생 고양이”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즉시 입안에 있던 고기를 내뱉어야 했다.

#2. 2012년 4월에 쓰촨성의 한 농촌 마을을 취재했을 때다. 마침 주말 장이 열려서 찾아갔다. 장터에서의 흥미로운 점은 일부 고기의 가격이었다. 개·토끼 등의 판매가가 대도시보다 더 비쌌다. 농촌은 대도시보다 주민 소득이 훨씬 적고 육류 가격이 싸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 개고기 상인에게 물었다. 상인은 “우리 개는 들판에서 자란 ‘야생’ 개나 다름없다. 게다가 방금 잡은 고기라서 아주 신선하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상인은 장터 한편에서 개를 즉석에서 잡아 팔고 있었다. 옆에서 토끼를 파는 상인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4월 쓰촨성의 한 농촌 장터에서 개, 오리, 토끼 등을 바로 잡아서 파는 상인들 ⓒ 모종혁

식품 안전사고 빈발한 중국 내 특성도 한몫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면서 중국인들의 식문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향고양이에서 발생한 사스 이후에도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중국인의 식습관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로 25년째 중국에서 거주하는 필자가 볼 때 분명한 차이는 있다. 과거에는 돈 있는 이들과 돈 없는 이들의 각기 다른 선택으로 나뉘었다. 부자는 보양식으로 전통의학에서 몸에 좋다고 권장하는 동물을 구매해 잡아먹었다. 일반 서민은 시장에서 고기를 살 수 없었기에 산과 들판에서 야생동물을 잡아서 먹었다. 이런 양상은 과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사스 사태 이후에도 별미 요리를 즐기는 중국인들은 오히려 증가했다. 평소 맛보지 못한, 남들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는 것을 과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성장 및 개인소득 증가와도 관련 있다. 국내 및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면서 다른 지방이나 나라에 가서 현지의 특색 있는 요리를 먹는 게 유행이 된 것이다. 2016년 태평양 섬나라인 팔라우를 방문해 박쥐 요리를 먹으면서 동영상을 찍어 ‘박쥐를 먹는 미녀’라고 공개한 인터넷 스타 왕멍윈(汪夢雲)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중국인은 네발 달린 것은 책상만 빼고 다 먹는다’는 전통적인 관념도 한몫한다.

또한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로 천연 식품과 야생 요리를 찾는 게 최근 트렌드다. 중국에서는 각종 식품 안전사고가 빈발한다. 이에 대해 중국인들도 굉장한 경각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처럼 유기농 식품을 선호한다. 이에 편승해 나타난 것이 야생 고기 붐이다. 야생의 환경에서 성장호르몬 사료를 먹이지 않은 동물을 잡아먹는 것이다. 이런 추세 때문에 최근에 갑자기 각광받은 게 야크(牦牛) 고기다. 야크는 해발 3000m 이상의 야생에서 사는 동물로, 중국에서는 오직 티베트고원에만 서식한다. 현재 야크 고기는 소고기보다 2~3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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