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②] 일 몰아서 하면 뱃살 나온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4 08:00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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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하고 조금 쉬는 식으로 일 배분하고
소량 당분 제한법 실천하기

새해를 맞아 살을 빼려는 사람이 많다. 체중을 줄이려고 밥을 적게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지만 눈으로 봐서는 표도 나지 않아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그러나 소식하고 운동하면 당장 체형의 변화를 느낄 수는 없어도 몸 안에서는 지방이 빠지고 있다.

비만은 두 가지가 있다. 피하지방형 비만과 내장지방형 비만이다. 피하지방형은 지방이 전신에 골고루 퍼져 있다. 여성에게 많고 허리에서 허벅지까지 지방이 붙는 서양인 체형이 되기 쉽다. 내장지방형은 지방이 복부를 중심으로 몰려 있다. 남성에게 흔하고 뚱뚱한 사과 체형이 되기 쉽다.

복부를 단면도로 보면 피부, 피하지방, 복근, 내장지방 순이다. 피하지방이 빠지면 체형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지방을 빼려고 각종 다이어트에 도전한다. 그러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내장지방이다. 복부를 중심으로 지방이 쌓이므로 내장지방형 비만을 흔히 복부비만이라고도 한다. 나이가 들어 배가 볼록해지면 나잇살이라고 가볍게 여긴다. 그러나 뱃살은 모든 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건강 문제와 직결된다.

예컨대 지방 세포는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기능을 방해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따라서 당뇨 위험이 커진다. 내장지방이 쌓일수록 동맥경화를 막는 물질이 감소하면서 동맥경화로 인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가능성도 올라간다. 뇌졸중이나 고혈당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를 위축시킨다. 뇌졸중이 인지 장애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고혈당으로 대사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기억력 감퇴와 치매를 촉진한다.

자신이 내장지방형 비만인지 쉽게 가늠해 보는 방법이 있다. 줄자로 허리둘레를 재서 남성은 85cm 이상, 여성은 90cm 이상이면 내장지방형 비만에 해당한다. 겉으로 말라 보이는 사람도 내장지방형 비만일 수 있는데 이를 ‘숨은 비만’ 또는 ‘마른 비만’이라고 한다. 기계로 BMI(체질량지수)를 측정해서 그 값이 25 이상일 때 내장지방형 비만에 속한다.

허리둘레를 재서 자신이 내장지방형 비만에 해당하고 고혈압·고혈당·고중성지방 중 2가지 이상이면 대사증후군이다. 대사증후군은 심장과 뇌혈관에 치명적이어서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일 몰아서 한 뒤 푹 쉬는 습관 고쳐야

뱃살은 나이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르다. 젊은 직장인의 뱃살은 감정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취업·직장·사회 관계 등에서 처음 맞는 부담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사량이나 신체활동량이 좋은 편인데도 젊은 사람이 배가 나오는 것은 감정 스트레스와 과로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정적으로 지치고 과로로 몸이 힘드니까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또 야식을 자주 먹거나 운동을 하지 않아도 뱃살이 나온다. 반대로 운동을 많이 하면서도 운동 후에 많이 먹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무가 바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상작용이 발동한다. 일을 몰아서 빨리 처리하고 푹 쉬려는 심리다. 이런 습관은 뱃살을 더 늘리는 원인이 된다. 일을 몰아서 한 후 쉴 때 움직이지 않고 쉬려는 습관을 유지한 채 중년이 되면 뱃살은 더 나온다. 외근이 줄고 책상에서 업무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박민선 교수는 “푹 쉬려는 욕심에 일을 몰아서 한다. 푹 쉬는 것까지는 좋은데 전혀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게 문제다. 하루 일을 배분해서 조금 일하고 조금 쉬는 식으로 하면 종일 몸을 움직이면서도 크게 힘들지도 않다. 또 설과 같은 명절 준비도 젊을 때는 이틀 전부터 했다면 중년부터는 사흘 전부터 여유를 가지고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년을 조금 넘어선 직장인은 근육량이 많이 줄어 배가 쉽게 고프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근육이 없으니 에너지를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밥을 많이 먹지 않는다. 힘이 나지 않아 더 움직이지 않는 악순환에 빠져 뱃살은 더 늘어난다. 배고프지 않아도 끼니를 챙겨 먹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또 먹은 후 조금이라고 움직이라는 게 전문의의 권고다. 박민선 교수는 “중년 이후 직장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4가지 포인트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끼니마다 조금씩이라도 먹어야 한다. 또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땐 생선·나물·김치를 같이 먹고, 빵을 먹는다면 계란·채소·우유를 빠뜨리지 않는 식이다. 끼니마다 단백질과 지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배가 살짝 부르게 먹는 게 좋다. 포만감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운동이든 활동이든 뭔가 하려는 의욕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밤에 먹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음식을 먹었으면 반드시 움직여야 한다. 가정에서 팔굽혀펴기, 맨손체조, 스쿼트와 같은 근력운동을 10~15분 하면 된다. 유산소운동은 길게 해야 하지만 근력운동은 짧게 해도 된다. 아침식사 후 팔 운동을 하고 점심 후엔 몸통 운동을 하며 저녁을 먹은 후엔 다리 운동을 하는 식으로 신체 부위별 운동을 하면 좋다. 유산소운동으로 걷기를 하더라도 60분을 통째로 하는 것이 아니라 30분씩 2차례 한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식사량은 그대로, 당분만 조금 줄이는 식습관 필요

나이와 상관없이 뱃살을 줄이는 방법은 당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당분은 밥, 빵, 면 등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음식에 많다. 당분을 줄이는 것은 결국 주식 섭취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평소 먹던 양을 줄이는 자체가 스트레스다.

일본 순환기내과 전문의인 이케야 토이로우 박사가 자신의 저서 《내장지방을 줄이는 최고의 방법》에서 ‘소량 당분 제한법’을 제시했다. 음식 섭취량을 기존처럼 유지하면서 당만 절반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먹는 음식의 양은 변함이 없지만 그 구성 비율에서 탄수화물 비중을 줄이는 대신 다른 영양소를 늘리라는 것이다. 밥, 빵, 면 등 탄수화물 음식을 줄이는 이유는 급격한 혈당 상승을 예방하는 게 목적이다.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은 혈당을 에너지로 변화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탄수화물 섭취가 많으면 혈당이 남아돌아 체내에 중성지방 형태로 쌓인다.

소량 당분 제한법을 실천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끼니마다 당분을 적게 먹거나 하루 음식 섭취량에서 당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끼니마다 밥(탄수화물)을 반 공기만큼 덜 먹는 대신 채소, 고기, 콩, 해조류를 기존보다 반 공기만큼 더 먹으면 된다. 점심이나 저녁에 외식이나 회식이 있어 식단 조절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아침에 밥이나 빵을 먹지 않고 채소와 달걀 등을 먹으면 점심이나 저녁때 비교적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점심과 저녁을 소박하게 먹을 때의 얘기다.

 

숨은 당 찾기·채소 우선·15분 이상 식사

주식으로만 당을 섭취하는 게 아니다. 간식으로 먹는 주스, 스포츠음료, 젤리, 과자 등에도 당이 있다. 또 채소를 먹을 때 첨가하는 드레싱, 케첩, 소스 등에도 당이 많다.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당을 이른바 ‘숨은 당’이라고 한다. 주식을 아무리 줄여도 숨은 당을 찾아 줄이지 않으면 당분 섭취를 크게 줄이지 못한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주스는 제철 과일을 집에서 갈아서 만들고 커피도 무설탕으로 즐기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음식을 먹는 순서를 달리해도 뱃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채소나 해조류부터 먹으면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이른바 ‘채소 우선’ 식사법이다. 그중에서도 수용성 식이섬유소를 많이 함유한 미역, 우엉, 아보카도 등이 좋다. 식이섬유소는 탄수화물이 위장에서 당분으로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고 포만감도 높인다. 된장국, 청국장, 나토 등 콩 음식을 먼저 먹는 ‘콩 우선’ 식사법도 좋다. 달콤한 음식을 전혀 먹지 않을 수는 없다. 달콤한 음식을 먹되 살이 찌기 어려운 시간대인 오후 2~6시 사이에 조금 먹으면 된다.

식사하는 속도도 중요하다. 음식을 빨리 먹을수록 혈당 수치가 급상승한다. 또 포만감을 느낄 새도 없이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 뇌의 ‘포만감 중추’가 혈당 상승을 감지하는 데는 약 15분이 걸린다. 음식을 여러 번 씹으며 15분 이상 먹을 때 혈당의 급상승과 과식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방법으로도 뱃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본래 음식 섭취량이 많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량 당분 제한법을 위한 실천 요령]

• 당분 섭취를 반으로 줄인다. 하루 세끼마다 밥, 빵, 면의 섭취량을 반으로 줄이면 된다. 이것이 어렵다면 하루 세끼 섭취량을 조절하면 된다. 예컨대 밥과 빵 등 탄수화물을 뺀 아침식사를 한다. 대신 점심과 저녁을 비교적 자유롭게 먹는다.

• 식사량을 지나치게 줄이지 않는다. 공복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주식을 줄인 만큼 채소, 고기, 생선 등으로 보충한다. 특히 근육의 재료가 되는 단백질은 꼭 섭취한다.

• 숨은 당을 찾는다. 당분 섭취를 줄였는데도 효과가 없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먹는 당분 함유 음식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 음식을 먹는 순서에 주의한다. 처음부터 당분(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치가 급상승한다. 채소부터 먹기 시작하는 ‘채소 우선’ 식사법이나 대두 제품을 먼저 먹는 ‘콩 우선’ 식사법을 의식적으로 실천한다.

• 15분 이상 천천히 식사한다. 빨리 먹으면 혈당이 급속하게 오르고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너무 많이 먹게 된다. 천천히 먹어야 혈당 급상승과 폭식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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