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③] 의자 높이를 낮추고 등을 펴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4 08:00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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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모니터 위 끝부분이 눈높이에 맞도록 조절

인구의 90%가 일생에 한 번은 경험한다는 허리 통증도 직장인을 괴롭힌다. 허리 통증뿐만 아니라 목과 어깨 통증도 많은 사람이 호소한다. 특정 질환에 의한 통증은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그 외의 일반적인 목·어깨·허리 통증은 너무 일상적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포기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작은 행동 변화만으로도 매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반적인 목·어깨·허리 통증의 주요 원인은 잘못된 자세에 있다. 컴퓨터 작업을 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허리가 굽고 등은 고양이처럼 휘고 머리도 거북이처럼 앞으로 나온 자세다. 이런 자세로는 목이 머리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 머리 무게는 약 5kg이다. 5kg짜리 쌀부대를 목과 등에 짊어진다고 생각하면 그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휴대전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화면을 보기 위해 머리를 15도 앞으로 기울이면 5kg의 압력이 가해진다. 머리를 30도 구부리면 약 15kg, 60도일 땐 약 30kg으로 압력이 커진다. 물론 사람의 몸은 그 정도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지만 이런 부담이 6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되면 악영향을 받는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일할 때 의식적으로 등을 펴고 30분에 한 번씩 턱을 10초 정도 누르는 ‘턱 당김 운동’을 하는 것이 나쁜 자세를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을 볼 때도 가능하면 화면을 얼굴 가까운 위치까지 올려 머리를 많이 숙이지 않도록 한다. 겨드랑이를 몸에 붙이고 스마트폰을 잡은 손의 팔꿈치를 다른 손으로 받치는 것도 좋다. 이따금 스마트폰을 잡은 손을 바꿀 필요도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벽에 뒤통수·등·엉덩이·발뒤꿈치가 닿도록 서야

사무직 종사자는 앉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앉는 자세를 바르게 할 필요가 있다. 의자 높이부터 살펴보는 게 좋다. 박웅배 이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의자가 높으면 허리와 무릎에 부하가 걸리므로 좋지 않다. 의자 시트는 앉았을 때 무릎 높이가 적당하다. 의자 높이를 조절할 수 없을 때는 발 받침대를 놓으면 된다. 의자는 또 팔걸이와 등받이가 있는 게 좋다. 팔꿈치를 팔걸이에 올려놓고 등은 편 채로 일하다가 힘들 때 등받이에 살짝 기대면 된다. 허리를 펴면 목도 펴진다. 눈은 전방을 주시하는 게 바람직하므로 컴퓨터 모니터의 위 끝부분이 자신의 눈높이와 맞도록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서 있을 때는 허리와 무릎을 곧게 펴는 게 기본이다. 자신이 바른 자세로 서 있는지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벽에 등을 대고 선다. 이때 뒤통수, 등, 엉덩이, 발뒤꿈치를 벽에 붙인 자세가 바른 자세다. 어색하다면 그만큼 잘못된 자세를 유지해 왔다는 증거다. 그 자세로 벽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면 바른 걷기 자세가 된다.

업무 중간에 쉴 때는 스쿼트 자세를 취하면 좋다. 허리를 세우고 무릎만 굽히되 무릎이 발끝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한다. 또 ‘앞으로 골반 밀기’도 사무실에서 간단히 할 수 있다. 마쓰타이라 고우 도쿄대 의대 교수가 고안한 이 방법은 허리에 가해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우선 양발을 어깨보다 조금 더 넓게 벌리고 선다. 양 손바닥을 엉덩이 부위에 대는데 손목 부위가 벨트라인보다 약간 위에 오도록 한다. 손목에 가까운 부위의 골반을 몸 앞쪽으로 밀 듯이 힘을 준다. 이때 양 팔꿈치도 안쪽으로 모이도록 하면 더 좋다. 3초간 멈춘 후 서서히 원위치로 돌아온다. 가슴을 활짝 편다는 느낌으로 상체를 뒤로 젖히면 더 좋은데 머리만 뒤로 젖혀지지 않도록 턱을 당긴다. 무릎은 굽히지 않고 발꿈치가 들릴 듯 말 듯 발끝에 힘을 준다.

 

누워서 다리 또는 엉덩이 들어올리기

나이가 들면 뼈가 약해지면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서는 평소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퇴근 후 집에서 손쉽게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누워서 다리 올리기가 대표적이다. 바르게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동작이다. 두 다리를 동시에 올리고 내리면 가장 좋지만 힘들면 한 다리씩 번갈아 해도 된다. 다리를 들어올릴 때 다리를 쭉 펴지 않고 자연스럽게 구부려도 된다. 바른 자세로 누워 아랫배에 힘을 주는 동작만으로도 등 근육이 좋아진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허리 통증 예방과 완화에 가장 좋은 것은 스트레칭이다. 스트레칭은 누워서 할 때 더 효과적이다. 서거나 앉으면 근육이 긴장하지만 누우면 이완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운동을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한데 1시간마다 1~2분이라도 하면 가장 좋다. 또는 잠자리에 들기 전과 후, 식사 후, 외출 전과 후 등 틈날 때마다 2분 정도씩 누운 자세에서 다리 올리기를 하면 요통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엉덩이 올리기 자세도 권할 만하다. 바르게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무릎을 세운 후 엉덩이를 천천히 올렸다 내리는 동작이다. 한 번에 15~30회씩 하루에 2~3번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이라고 하지만 실제 기둥 역할은 60~70%이고 나머지 30~40%는 척추 주변 근육(기립근)과 인대가 담당한다. 평소 엉덩이 올리기를 하면 척추 기립근과 장요근(허리 주변 근육) 발달에 좋다”고 말했다.

공포 회피 사고를 벗어나야

허리나 목 통증을 느껴본 사람은 그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안다. 통증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있다. 이 때문에 허리나 목을 과잉 보호하려는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붙는다. 또 ‘허리가 이런 상태인 채로 활동하는 것은 위험하다’거나 ‘요통은 낫지 않는 중병이다’라고 생각해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이 ‘공포 회피 사고’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허리가 아프다고 누워 있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학계에서 추천하는 방법은 눕지 말고 일상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다만 무리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요통일 때는 병원을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일상에서 허리 통증을 일으킬 만한 원인이 있었거나 허리에만 국한된 통증이라면 2~3주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통증이 2~3주 이어지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바른 자세 유지를 위해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실천법]

• 의자 높이는 무릎보다 높지 않도록 유지

• 의자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일하기

• 등을 펴고 눈은 정면을 보기

• 컴퓨터 모니터 위 끝부분을 눈높이에 맞추기

• 30분에 한 번씩 턱을 10초 정도 눌러주기

• 스마트폰을 볼 때 겨드랑이를 몸에 붙이고 스마트폰을 잡은 손의 팔꿈치를 다른 손으로 받치기

• 벽에 뒤통수, 등, 엉덩이, 발뒤꿈치를 붙이고 서기

• 쉴 때마다 스쿼트 자세 취하기

• 양손을 골반에 대고 앞으로 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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