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는 내 후배…전혀 부럽지 않아요”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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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만 구독자 ‘충TV’ 운영하는 김선태 충주시 홍보담당관…“홍보보다 재미가 우선”

“B급 감성을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 저희는 ‘찐 B급’입니다.”

1월23일 충주시청에서 만난 김선태 충주시 홍보담당관(주무관)은 본인의 유튜브를 B급이라 부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찐은 ‘진짜’를 뜻하는 인터넷 은어다. 그는 혼자서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TV’를 구독자 7만5000여 명의 매체로 성장시켰다. 전국 지자체 유튜브 채널 중 서울시(8만9300명)에 이어 2위다. 

김 주무관은 공무원이지만, 유튜브에선 ‘홍보맨’으로 더 유명하다. 그런데 정작 홍보는 하지 않는다. 충TV를 채우고 있는 영상들은 ‘본격 낮잠 방송’ ‘홍보맨 먹방’ ‘수소차 리뷰’ 등 모두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김 주무관은 이를 ‘역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주 업무는 시정홍보가 맞죠. 그런데 홍보에 초점을 두면 사람들이 거의 관심을 갖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홍보보다 ‘충주시’란 이름 석자부터 알리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래서 재밌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1월23일 충주시청에서 만난 김선태 충주시 홍보담당관 ⓒ 시사저널 공성윤
1월23일 충주시청에서 만난 김선태 충주시 홍보담당관 ⓒ 시사저널 공성윤

 

“‘충주시’ 석자 알리는 게 급선무”

반응은 폭발적이다. 충TV를 단숨에 화젯거리로 만든 첫 영상 ‘시장님이 시켰어요!!! 충주 공무원 VLOG’의 조회수는 56만 건이 넘었다. 영상에는 퇴근할 때 눈치를 본다는 등 솔직한 공무원의 일상이 담겼다. 네티즌들은 “너무 웃긴다” “개그맨 같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그런데 정작 김 주무관은 “소극적인 성격 탓에 개그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성격 때문에 영상 속 어색한 모습이 오히려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충TV는 내용만 ‘어색’한 게 아니다. 편집과 촬영 기술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김 주무관은 “장비나 인력 지원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충TV를 운영하는 데 들어간 돈은 400만원이 채 안 된다고 한다. B급 지향 여부를 떠나 A급 영상을 만들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반면 펭수가 출연하는 EBS의 ‘자이언트 펭TV’는 제작비가 수천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제2의 펭수를 발굴하기 위해 약 283억원의 예산을 EBS 프로그램 제작비로 편성했다. 같은 공적 기관이지만 유튜브 제작 측면에서 충주시는 EBS의 비교 대상이 못 된다.

2019년 12월24일 채널A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선태 홍보담당관 ⓒ 유튜브 캡처
2019년 12월24일 채널A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선태 홍보담당관 ⓒ 유튜브 캡처

 

펭수의 여건이 부럽지는 않을까. 김 주무관은 “솔직히 말해 전혀 부럽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제작 환경이 좋아지면 충TV의 정체성과도 같은 B급 감성이 옅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펭수에 대한 은근한 경계심까지 숨기진 않았다. 

“펭수는 제 후배에요. 충TV는 작년 4월부터 주목을 받았는데, 펭수는 하반기 들어서야 이름을 알렸어요. 유명세는 제가 먼저 탔는데 지금은 펭수가 범접하기 힘들 만큼 커져서 좀 부럽긴 합니다.” 

현재 광고업계에서 펭수의 몸값은 2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김 주무관의 몸값도 결코 낮지 않다. 사실상 그의 1인 미디어인 충TV에 광고를 붙일 경우, 연 수익은 7000만~8000만원으로 예상된다. 

김 주무관은 “다른 공공기관에서 5급으로 채용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고, 사기업에서도 러브콜이 왔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의 환경을 떠나면 절대 지금과 같은 인기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오후 6시가 넘었다. 김 주무관은 “오늘 당직근무라 늦게까지 일하고 설을 맞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그는 어느새 홍보맨에서 공무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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