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16번 확진자, 중형병원서 7일간 치료 ‘논란’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조현중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4 16: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역망 ‘허점’…선별진료소 없는 곳서 16일간 무방비 노출
지난달 25일부터 유증상 발현…현재 전남대병원 격리치료
또 공문 유출 논란…가족 인적사항까지, 광주 ‘맘카페’에 등장

광주·전남 지역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해 전남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태국에서 감염된 국내 16번째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동선 및 접촉자 정보 등을 파악 중이다. 그러나 이 확진자가 선별진료소가 설치되지 않은 광주의 중형병원(2차 의료기관)서 7일간 통원치료 받은 것으로 알려져 방역망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일명 우한폐렴) 감염 격리병실 분당서울대병원 ⓒ시사저널 이종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일명 우한폐렴) 감염 격리병실 분당서울대병원 ⓒ시사저널 이종현​

4일 광주시와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16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자 A씨(42·여)는 광주시 광산구에 거주하는 시민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는 신종 코로나 위험지역인 중국 우한 등이 아닌 태국에서 감염된 첫 사례다. 중국 우한이 아닌 제3국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는 일본에서 일본인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 12번째 환자 이후 2번째다.

이 여성은 태국 방콕과 파타야를 여행한 후 1월 19일 입국했다. A씨는 여행 도중에는 신종 코로나 유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난달 25일 저녁부터 오한 등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A씨가 전남대병원에 입원하기 전 중급병원인 광주 광산구 소재 21세기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환자는 설날인 지난 1월25일 오한과 발열 증상을 보였고 이틀 뒤인 27일 21세기병원을 처음 방문해 치료를 받은 데 이어 2월 1일부터 3일까지도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전남대병원으로 전원 됐으나 의심 환자로 분류되지 않으면서다. 

21세기병원은 선별진료소로 지정된 곳은 아니며 환자가 최초 방문할 당시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로 내원하지 않아 격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중국을 다녀오지 않았고 과거 폐 기저 질환이 있던 중국을 방문한 이력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전남대병원에서 의심 환자로 분류되지 않고 엑스레이와 혈액검사만 받았다. 검사 결과도 정상으로 판정돼 기존의 질환인 폐렴약 등을 처방받았다. 그러자 이 여성은 다음날인 1월 28일부터 다시 21세기병원에서 찾아 입원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4일 오전 시청 5층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광주시
이용섭 광주시장이 4일 오전 시청 5층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광주시

하지만 A씨는 오한 등 증상이 악화하자 약 10일 뒤인 지난 3일 전남대병원을 다시 찾았다. 전남대병원 측은 신종 코로나 감염 배제를 위해 격리 조치한 뒤 광주 보건환경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고 4일 오전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현재 전남대병원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음압격리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A씨가 광주로 들어온 지난달 19일부터 전남대병원에 내원했던 지난 3일까지 무려 16일 동안 공백이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A씨는 설날에 증상을 느낀 것으로 알려져 설 연휴를 친척 등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남편과 자녀 등 가족 4명은 현재까지 증상은 없으며 자가 격리 중이다.

광주시는 현재 21세기병원과 전남대병원에 대한 방역 소독을 하고 있으며 현장 조사와 역학조사 등을 할 예정이다. 시는 질병관리본부와 협조해 A씨의 동선과 접촉자 등 추가 정보를 확인하는 대로 공개할 방침이다. 특히 중국을 다녀오지 않았는데도 감염된 것에 주목하고 구체적인 역학조사를 할 계획이다.

한편 A씨의 개인 정보를 담은 발생 보고 공문이 또 유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오전 광주지역의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 발생 보고’ 문건이 올라왔다. 문건 상단에는 ‘보건행정과 감염관리팀’이라고 적혀 있으며 발생 개요와 조사 내역, 조치 내역, 향후 계획 등이 담겨 있다.

더욱이 임명 처리 됐으나 환자의 성 씨, 나이, 성별, 거주 지역이 그대로 기재돼 있으며 최초 증상이 나타나면서부터 병원 이동 경로까지 실렸다. 뿐만 아니라 남편과 자녀의 나이, 직장, 재학 중인 학교까지 나왔다.

해당 문건이 인터넷에 확산하기 시작한 무렵,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관련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시장은 환자 감염과 이동 경로 관련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혼선을 우려해 “질병관리본부와 조사해 그 내용을 실시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5번 환자와 6번 환자의 개인 정보가 담긴 공문서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경찰이 유출 경위를 수사 중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