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진자 추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비상’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조현중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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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2명’…16번 환자, 21세기병원 3층서 18번 환자 딸 간병
‘16번 환자’ 접촉자 306명…가족 3명 ‘음성’·딸 1명 ‘확진’
“우한 폐렴 확산될라”…직·간접 접촉 기관 폐쇄·자발적 격리

광주 지역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첫째 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18번째 확진자로 판명되자 16번째 환자가 ‘슈퍼 전파자’, 광주21세기병원이 ‘슈퍼 전파지’가 될 우려가 커지면서다. 이에 보건당국은 당사자와 접촉한 의료진과 환자 등의 격리 조치에 나섰다. 또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확진자와 직·간접적 접촉과 무관한 기관과 기업은 자발적으로 격리나 휴업에 들어갔다. 

광주 광산구 소재 광주21세기병원 전경 ⓒ시사저널 조현중
광주 광산구 소재 광주21세기병원 전경 ⓒ시사저널 조현중

16번 확진자 ‘슈퍼 전파자’ 우려

태국 가족여행을 다녀온 뒤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전국 16번째 확진자 A(42·여)씨는 광산구 거주자다. 전국 18번째 확진자(21·여·대학생)는 그의 딸이다. 현재 16·18번 환자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전남대병원에 격리돼 치료 중이다. 상태는 두 명 모두 안정적이다.

보건당국은 16번 환자가 21세기병원 3층에서 딸인 18번 확진자를 간병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같은 층에 머물렀던 환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 격리되고 3층은 봉쇄됐다. 5일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광주시에 따르면 태국 가족 여행을 다녀온 뒤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 확진자 A(42·여)씨가 광주 21세기병원 3층에 입원하고 있던 딸을 간병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딸(21)도 이날 격리 중 국내 18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지난 4일 오후부터 16·18번 확진자와 접촉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 21세기병원 3층 환자를 2층 1인실로 옮겼다. 이 병원에 따르면 3층에 입원한 환자는 총 23명이다. 16번 확진자와 같은 층에 있던 25명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병원에 그대로 격리하고 있다. 

3층이 아닌 곳에 머물렀던 환자와 직원 27명은 저위험군으로 분류돼 광주소방학교 생활관 내 1인실로 옮겨졌고 나머지는 자가 격리자로 분류해 지속해서 상태를 확인할 방침이다. 보건당국은 이들의 검체를 체취, 감염 여부를 최종 확인하고 있다. 또 함께 병원에 있다가 감염된 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접촉자를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접촉이 많았던 3층 환자는 다른 층으로 옮겨져 전원 격리 조치됐다”며 “위험도가 낮은 다른 층 입원 환자는 퇴원 후 증상에 따라 자가 격리나 광주소방학교 생활실 내 1인실 등으로 옮겨져서 격리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병원 직원도 감염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모두 자가격리된 상태며, 특이증상이 있는지 관찰 중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16번 확진자 A씨의 동선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일행 5명과 함께 태국 방콕·파타야 등을 여행하고, 19일 오전 전남 무안항공으로 입국했다. 1월 25일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전남 나주시 친정집을 방문한 뒤 오후 8시쯤 광주시 자택으로 귀가했다. 오한 증상은 이날 저녁부터 발생했다. 26일에는 종일 집에 머물렀다. 발열 증상이 이어지자 27일 광주 21세기병원을 방문했다. 같은 병원에서 인대접합수술을 마친 뒤 입원 중인 딸과 함께 1인실에 머물다 오후 6시쯤 자가용을 이용해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마치고 오후 10시쯤 다시 광주 21세기병원으로 돌아왔다.

A씨는 이후 28일부터 2월 2일까지는 광주21세기병원에서 딸 간병과 본인 진료를 위해 병원 내에서 체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1월 27일부터 2월 2일까지 일주일 동안 접촉자는 272명이다. 이 환자는 이후 3일 광주 21세기병원 진료 결과 폐렴 악화 소견이 나오자 다시 전남대병원을 방문해 격리조치됐고, 다음날인 4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16번 확진자의 딸(18번 환자)은 어머니가 확진 판정을 받자 검사를 받았고, 5일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다. 

광주21세기병원 ⓒ시사저널 조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추가 확인된 5일 오후,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 출입문에 임시 휴진 안내문이 걸려 있다. ⓒ시사저널 조현중

광주21세기병원 ‘슈퍼 전파지’ 우려

일각에서는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광주21세기병원이 ‘슈퍼 전파지’가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국내 확진자 13명 중 10명이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첫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모두 감염됐다. 일부 전문가는 보건당국이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 3층을 차단한 것은 충분히 원내 감염 가능성을 인지하고 대응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16번 확진자의 접촉자는 306명으로 집계됐다. 접촉자 306명은 지금까지 인원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 확진자가 방문했던 광주21세기병원에서 272명을 무더기로 접촉자로 분류했다. 전남대병원에서도 19명이 접촉자로 분류됐다. 가족·친지 등 접촉자는 15명이다. 이 가운데 가족은 4명으로 딸(18번 환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3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확진자가 최종 확진되기까지 무려 16일간 별다른 조치없이 활동을 한 점을 고려하면 접촉 대상자를 지나치게 좁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사회 전파 막아라” 16번 확진자 접촉자 306명 실태조사 착수

21세기병원 3층 환자를 광주소방학교로 이송을 위해 광주시 자치구 보건소에서 온 엠블런스 ⓒ시사저널 조현중
21세기병원 3층 환자를 광주소방학교로 이송을 위해 광주시 자치구 보건소 엠블런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조현중

광주에서 2명의 확진자가 나오자 지역사회도 비상이 걸렸다. 확진자와 접촉이 있었던 인물들이 근무하는 기관은 폐쇄에 들어갔다. 광주우편집중국은 지난 설 연휴에 16번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임시 폐쇄 조치하고 모든 직원(350여명)을 귀가하도록 한 뒤 자가격리 조치했다. 이 직원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6번 확진자의 다른 자녀들은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과 고등학교도 각각 폐쇄하거나 자발적 격리에 나섰다. 광산구에 소재한 해당 어린이집은 확진자 발표가 난 지난 4일부터 일시 폐쇄에 들어갔다. 광산구는 확진자와 접촉이 의심되는 의료진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 6곳도 휴원 조치하고 원생들을 상대로 전수조사하고 있으며 인근 어린이집·공부방·복지관 등 15곳도 임시 휴관했다. 확진자의 둘째 자녀가 다닌 고등학교는 현재 방학 기간이라 별도 휴교 조처를 내리지는 않았다.

광주문화예술회관도 지난 4일 오후 3시부터 시립예술단원 300여명(8개 단체)의 출근을 금지했다. 예술단 소속 공무원이 21세기병원에서 가족을 간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방 차원에서 내린 조처다. 예방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휴업한 기관과 기업도 나왔다. 광주복지재단은 감염증에 취약한 노인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 5일 하루 빛고을노인건강타운과 효령노인복지타운을 임시 휴관했다. 금호타이어도 근로자들의 감염 우려 등을 고려해 주말인 8∼9일 광주·곡성·평택공장을 긴급 휴무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확진 환자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과 방문한 곳, 동선 등을 파악해 확인되는 대로 관련 내용을 신속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또 광주시는 16번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접촉자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시는 자치구별로 접촉자의 소재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상태를 확인해 ‘관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시와 자치구는 송정역 2대, 터미널 2대, 광주역과 광주공항에 1대씩 모두 6대의 발열 감지기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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