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수강’ 내건 야나두, 200억원 ‘빚덩이’ 드러나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9 10:00
  • 호수 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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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합병 이후 자본잠식 20배 불어나…”경영난 처한 헬스장이 장기 회원권 파는 식”

“야, 나두 했어. 너두 할 수 있어.” 

TV나 유튜브에서 한 번쯤은 접했을 만한, 온라인 영어교육 업체 야나두의 광고 문구다. 이 업체가 내세우는 주력 상품은 ‘평생수강 패키지’다. 말 그대로 한 번 결제하면 평생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생수강은 업체 측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한때 네이버 검색어를 장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광고 자체가 부당한 데다 소비자들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생수강이 가능하려면 회사가 평생 존속해야 한다.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약 82세다. 30세 수강생이 평생수강 패키지를 이용한다면 52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51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곳은 0.2%(1314곳)에 불과했다. 

 

카카오에 흡수되자 밝혀진 수백억원 자본잠식

단 야나두는 더 이상 중소기업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키즈에 흡수 합병되면서 대기업 아래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나두의 열악한 재무 상태는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야나두는 자산보다 빚이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게다가 덩치가 커지자 재무 상태가 더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정보 업체 NICE평가정보가 지난해 4월 공개한 야나두의 2018년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1억원이었다. 이는 국세청 표준재무제표를 토대로 한다. 그런데 카카오키즈가 지난해 12월 합병 사실을 공시하면서 밝힌 야나두의 2018년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41억원이다. 20배 넘게 차이가 난다. 

카카오키즈 회계 담당자는 “국세청 표준재무제표는 일반기업회계기준을 토대로 작성됐기 때문에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한 공시 자료와 수치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변수로 작용한 부분은 평생수강이라고 한다. 한 번 결제하면 서비스를 매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회계상 매출이 조정된 것이다. 

한 온라인 영어교육업체 관계자 A씨는 “인터넷 강의를 무기한 제공하려면 서버 관련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며 “자본잠식 상태가 되면 돈을 굴리기 힘들어져 서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버가 끊기면 평생수강은 무의미해진다. 일각에선 “경영난에 처한 헬스장이 장기 회원권을 파는 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평생수강이 무조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야나두 홈페이지의 맨 밑에는 ‘평생수강 패키지 유의사항’이 나열돼 있다. 여기엔 작은 글씨로 “매년 수강기간 종료 1개월 전까지 77일 출석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평생 연장 가능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또 평생수강 이용자는 새로 올라오는 강의를 들을 수 없다. 이 같은 내용은 홈페이지에 없다. 한국소비자원에는 지난해 12월 평생수강 관련 피해 신고가 60건 접수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인터넷 강의 업체 6곳과 부당광고 방지를 위한 자율협약을 맺었다. 여기에는 ‘자사 상품을 광고할 때 그 제한사항을 적은 글씨 크기를 광고 내용의 4분의 1 이상으로 한다’ ‘제한사항은 광고 내용과 인접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올 2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단 야나두는 협약 업체가 아니라 공정위의 별도 감시를 받아야 한다. 

배우 조정석을 모델로 내세운 야나두의 평생수강 패키지 광고 ⓒ 야나두 홈페이지
배우 조정석을 모델로 내세운 야나두의 평생수강 패키지 광고 ⓒ 야나두 홈페이지

무조건 평생수강?…태클 거는 ‘깨알글씨’

공정위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 관계자는 “판례상 과장광고 여부는 광고 내용을 전반적으로 감안해 결정하는데, 글자 크기나 위치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 B씨는 “야나두는 교육 업체라기보단 마케팅 업체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나두에 영어교육은 돈을 버는 소재에 불과한 데다 관련 시장은 포화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 온라인 영어교육 시장은 답보 상태다. 야나두, 뇌새김, 시원스쿨, 스피킹맥스 등 업계 ‘빅4’의 2018년 매출 총합은 1712억원이다. 2016년 1878억원에서 100억원 넘게 줄어들었다.  

그사이 업계 선두주자였던 시원스쿨의 매출은 890억원가량 감소했다. 쪼그라드는 시장 속에서 서로 ‘땅 따먹기’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B씨는 “홍보에 대한 온라인 영어교육 업체의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카카오키즈 홍보 관계자는 “야나두 합병 이후 재무구조와 현금 흐름 등을 감안할 때, 야나두의 기본 정신이 담긴 평생수강 강의는 문제 없이 제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버 유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에 대해서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야나두는 KT 출신 김민철 대표가 2016년 인수해 운영해 왔다. 그는 앞서 20여 번의 사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나두가 카카오키즈에 흡수되면서 김 대표는 합병 법인의 개인 최대주주(지분율 22.1%)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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