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다가오는 중국 경제, 이 한 권으로 읽는다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9 11:00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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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가 시작됐다》 가이드한 안유화 성균관대 교수

거대한 검은 날개를 펼치고 날아드는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은 정말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모습으로 세상에 닥치기도 한다. 지금 이 시대 이 블랙스완의 공포를 느끼고 있을 한 나라를 꼽으라면 누구나가 ‘중국’을 말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표면화된 미·중 패권 전쟁이 잠시 쉴 틈을 주는 사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예상치 못한 검은 구름이 중국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2002년과 2003년 중국 성장률을 갈아먹은 사스처럼 1.2% 정도의 성장률 하락을 말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잘 설명해 줄 책이 출간됐다.

작가는 일본에서 중국 전문 르포르타주로 정평이 난 미야자키 마사히로와 니혼게이자이신문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다무라 히데오지만, 이 책을 가이드하는 이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안유화 교수다.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도 겸하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국제경제, 금융학 등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안 교수를 만나, 이번 책이 주는 의미와 지금 당장 닥친 중국 경제 문제 등의 전반을 물어봤다.

《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가 시작됐다》 미야자키 마사히로, 다무라 히데오 지음│박재영 옮김│안유화 감수│센시오 펴냄│264쪽│1만7000원 ⓒ 조창완 제공
《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가 시작됐다》 미야자키 마사히로, 다무라 히데오 지음│박재영 옮김│안유화 감수│센시오 펴냄│264쪽│1만7000원 ⓒ 조창완 제공

‘차이나 리스크’ 잘 설명해 주는 책

“중국 외환보유액의 급속한 하락과 그에 따른 중국인민은행의 자금공급 한계가 보인다. 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출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리스크는 미·중 무역전쟁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중국 정치 개혁의 부재에서 비롯된 내부 요인이 더 크다. 특히 빈부격차를 가속화시키는 호구제도, 국진민퇴 전략, 토지수용, 법치 부재 및 국유기업의 부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는 단기적으로는 극복 가능하나 장기적, 지속적으로는 발전하기 힘들다. 이번 책은 그런 전반적인 문제를 짚고 있어서 가이드를 자처했다.”

그간의 중국의 부상에 대한 부정적 입장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 책은 중국 경제를 성장시켜 온 세계경제의 구조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돼, 중국의 성장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것에 논리적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의 발발은 중국이 현재 처한 국제환경의 변화를 대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중국굴기 전략, 이를테면 일대일로, AIIB, 위안화 국제화, 중국제조 2025 기술강국 전략 등 전반에 걸쳐 중국의 부상 전략을 가로막고 나섰다. 한마디로 중국 내부의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 내의 정치구조 문제, 그리고 중국이 처한 국제환경 변화를 중심으로 중국이 처한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중국 경제위기는 바로 미국 월가의 위기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다. 월가의 위기는 곧 세계의 금융위기다. 따라서 월가는 현재 중국 경제위기 가능성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 압력을 넣어 협상 타결에도 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충분히 나오는데, 미·중 분쟁 속에서 중국은 수입과 수출이 모두 증가했지만, 미국은 모두 감소했다. 수출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었다. 말 그대로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한국이 가진 부정적 위치를 그대로 증명한 셈이다. 국제금융 역학의 전문가이기도 한 안 교수는 어떻게 볼까.

“실물경제 영향과 금융시장 영향이 클 것이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중국 수출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부품·소재 공급 주요 국가인 한국의 경우 수출에서 타격이 올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중국 국내 최종 소비재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시대적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인당 GNP가 1만 달러를 넘어섰다. 본격적인 소비시대가 열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원화 환율에 대한 영향과 주식 및 채권시장에 대한 변동성 확대를 봐야 한다.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위안화와 달러의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시장이 변동할 것이며 중국 경제의 위기 여부에 따라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요동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중국 증시 영향은?

이 책은 이런 흐름을 절대적 위험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회라고 보기도 한다.

“기회의 측면에서 중국 정부의 대응이 어떻게 나올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과의 디커플링이 높아질수록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당연히 가장 가까운 한국 및 일본이 될 것이다. 비록 한국과 일본은 정치적으로 친미 성향 국가지만 경제적으로 중국을 떠날 수 없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이는 운명이다. 따라서 시진핑 정부도 작년부터 한국 및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미래 4차산업 영역에서 중국은 기술이 필요하고 한국과 일본은 시장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 경제의 가장 확실한 화두는 의외의 변수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장악하고 있다. 중국 증시는 다시 회복하기는 하겠지만 당분간 요동칠 것이 뻔하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단기적 변곡점이 2월말, 3월초에 잡히게 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3월까지도 계속 확산 추세가 이어지면 중국의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기까지도 이어질 것이다.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있어 원칙을 우선시해야 한다. 국민 생명의 안전이 우선이다. 이는 그 어떤 나라에 있어서 그 나라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사례를 보면 되겠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협력은 그 어떤 나라보다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의료기술 및 연구역량, 물품 및 기타 정신적 지원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번 책의 가장 재밌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중국 인민이 금을 사기 시작하면 위안화는 붕괴된다는 견해, 시진핑의 비전에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 중국 경제의 붕괴 속도 등 재밌는 의제들이 많다. 다만 이 책 역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바탕에 있는 만큼 독자들이 잘 선별해서 읽어야 할 부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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