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태’가 총선판 뒤흔들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0 14:00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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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이슈 흐름 이동시켜
‘이념·야당 심판’에서 ‘경제·정권 심판’으로

올해 총선의 최대 변수는 무엇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총선 승부를 결정한다. 선거는 무엇보다 관심이다. 얼마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후보는 많은 미국인들로부터 지지도 받았지만 면전에서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지금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뛰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켜 비정상적인 인물로 비난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는 선거여론조사 예측이 무색하게 힐러리 클린턴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당시에 기라성 같은 미국 유수의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던 이유는 숨어 있는 민심을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1월28~30일 실시한 조사(관련 조사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선호하는 정당’을 물어본 결과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 비율이 무려 33%나 된다. 이 조사에서 1위 더불어민주당이 받은 지지율(34%)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 혐오와 정치 무관심은 극에 달해 있다.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3대 변수가 경제·북한·공약이다. 그러나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으로 우리 사회는 양 극단으로 나뉘었고, 심각한 이념 대결에 매몰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경제나 북한 변수는 대통령 지지율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조국 전 장관이 쏘아올린 ‘검찰 개혁’이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슈로 점쳐지는 수준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면서 총선을 앞둔 민주당(왼쪽 사진)과 한국당의 대책 회의도 분주해졌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면서 총선을 앞둔 민주당(왼쪽 사진)과 한국당의 대책 회의도 분주해졌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진보층에서도 경기 긍정 전망 30% 수준

그러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심각한 살고 죽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그 문제다. 지난 2016년 구글트렌드는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는 등 유권자들의 관심과 방향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구글트렌드에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색어로 넣어 분석해 보았다. 비교 대상으로 먼저 ‘총선’을 넣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에 비해 관심도가 10분의 1조차 되지 않았다. 선거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셈이다. 그 외에도 가장 인지도 높은 키워드가 ‘김치’ ‘치킨’ 등인데 이보다 훨씬 더 관심이 높은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였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일은 최근 2030 세대의 폭발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캐릭터 ‘펭수’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 공포의 바이러스에는 더 높은 관심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도가 높은 검색어는 ‘무상급식’이었다. 다른 어떤 이슈도 무상급식보다 더 주목받은 게 없었고, 결국 선거는 ‘무상급식’ 이슈를 주도한 민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선거는 구도·이슈·후보다. 구도와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 올해 선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유권자 관심의 중심에 서 있는 핵 이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중반 평가 성격이 강한 국회의원 선거다. 검찰 개혁 이슈가 총선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사스보다 고약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번 선거판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태풍의 눈 속에는 ‘검찰 개혁 신경전’이 아닌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가 다시 중심부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번 선거의 구도를 정부 심판이냐 또는 야당 심판이냐 하는 식으로 분석했지만, 원인 모를 전염병의 출현은 다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되돌아왔다.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선거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경제’에 주는 영향이 막대하다. 경제는 심리다. 가뜩이나 지난해 계속 이어진 경기 둔화로 서민 경제는 주름살이 깊게 패어 있다. 그런 와중에 중국발 신종 바이러스 공포는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산업 현장 곳곳이 중국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경기 전망은 계속 어두운 상태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1월28~3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1년간 우리 경제가 현재에 비해 어떠할 것으로 보이는지’ 물어본 결과 보수층에서 긍정 전망 11%, 부정 전망은 59%였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화이트칼라에서도 긍정 전망은 5명 중 1명꼴이고, 부정 전망은 4명꼴 가까이 되었다.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는 진보에서 긍정 전망은 기껏해야 10명 중 3명 수준으로 나타났다(그림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총선의 기준을 이념에서 경제로 옮기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박근혜 정부 지지율 급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총선을 결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권 심판’의 귀환 때문이다. 지금껏 선거 구도를 분석할 때 오히려 여당보다 야당 심판 성격이 더 강할 정도로 야당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그런데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과 함께 선거 성격은 ‘정권 심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질병에 대한 대응은 야당보다 정부와 여당 쪽에 초점이 모아지기 마련이다. 한국갤럽의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 평가하는 이유 중 다섯 번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미흡’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이유는 ‘경제 문제’였다. 여기에 ‘검찰 압박’까지 여섯 번째 이유로 올라 있다(그림②). 앞으로 신종 코로나 이슈가 선거 때까지 이어진다면 가장 결정적인 투표 기준이 될 개연성은 더욱 커졌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박근혜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한국갤럽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불과 두어 달 만에 20%대로 급전직하했다(그림③). 같은 해 선거가 없어 많은 전문가는 2016년 선거 영향을 크게 보지 않았지만 이미 국민들의 마음은 떠난 뒤였다.

진영 간 대결 구도 정국에서 선거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념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몰고 온 공포는 단순한 방역 문제 차원을 넘어 심각한 경제적 충격으로 넘어갔다. 이번 선거는 그래서 오롯이 정부 대응에 대한 심판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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